바람은 좀 불었지만
아내와 한강 나들이 하기로 하고
아랫것 셋 충신 원경 교신을 데리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먼저 나간 원경이가 울고 있는 겁니다.
원경이의 새 자전거에 문제가 생긴 것이죠.
작년에 자전거 도둑을 맞아서 그동안 모아놓은 용돈으로 새로 산 자전거인데
글쎄...안장을 누가 쑥 뽑아가 버린 것입니다.
지난번에 자전거로 토끼굴 다녀오고 나서 "잘 잠궈라 봄이되면 자전거 도둑들이 극성을 부리니 " 말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입니다.
바퀴를 잘 잠그고 경비실 바로 앞에 세워놓으면 뭐합니까?
안장은 그냥 쑥 뽑으면 뽑히는 걸요.
경비아저씨에게 책임추궁할 상황도 못되고...
한강 나들이 길이 우울모드가 되는 순간이었죠,
야 충신이 버린 자전거 안장 빼서 끼우면 되니까 울지마
그 더러운 안장요?
야 깨끗하면 훔쳐가니 차라리 더러운 거 도둑 안맞으면 좋잖아
알았어요(세째 원경이가 제일 순순하지요^^)
어쨋든 우울모드를 추스려서
다시 즐겁게 한강을 향해서 가던 중
제일은행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비둘기 두마리가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길 중간까지 오락가락하고 있었지요.
충신이가 저 비둘기들 죽으려 하나 하길래
그렇잖아도 원경이 자전거 안장 도둑맞은 것이 기분 나뻐 있어서인지
제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 나왔습니다.
" 야 저게 비둘기냐 까마귀지?"
어리둥절한 충신이가 이거 비둘기 맞아요라고 하고
저는 그 중 한마리 거의 검은 색 가까운 회색빛 비둘기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비둘기가 색갈이 저렇게 시커멀 수가 있느냐 까마귀나 진배없다 하였고
그제서야 말귀를 알아들은 충신이 킬킬 거리며 정말 그래여 하는 순간
제 어깨 위에 철퍼덕!!!하는 소리와 함께 충신이의 으윽!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적잖은 비둘기 똥 한덩어리가 제 오른쪽 어깨에 떨어지고 그, 일부가 충신이 왼 팔에 튄 것이죠.
머리 위를 보니 전깃줄에 제가 지적한 녀석보다 더 시커먼 녀석 하나가 앉아 있더군요.
제 말에 자존심 상했단거죠.^^
모두 한참을 웃었습니다.
마눌왈 ' 당신 왜 그럈어요, 고물차도 이쁘다 이쁘다 하시는 양반이'
...
원경이 자전거 안장 훔쳐간 녀석들은...
비둘기 자존심도 못가진 녀석들입니다.
비둘기도 자기들을 까마귀라고 하면 똥을 찍 싸건만...
인간같지 않은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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