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비둘기 자존심?

주방보조 2005. 4. 16. 02:33

바람은 좀 불었지만
아내와 한강 나들이 하기로 하고
아랫것 셋 충신 원경 교신을 데리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먼저 나간 원경이가 울고 있는 겁니다.
원경이의 새 자전거에 문제가 생긴 것이죠.
작년에 자전거 도둑을 맞아서 그동안 모아놓은 용돈으로 새로 산 자전거인데
글쎄...안장을 누가 쑥 뽑아가 버린 것입니다.
지난번에 자전거로 토끼굴 다녀오고 나서 "잘 잠궈라 봄이되면 자전거 도둑들이 극성을 부리니 " 말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입니다.
바퀴를 잘 잠그고 경비실 바로 앞에 세워놓으면 뭐합니까?
안장은 그냥 쑥 뽑으면 뽑히는 걸요.
경비아저씨에게 책임추궁할 상황도 못되고...

한강 나들이 길이 우울모드가 되는 순간이었죠,

야 충신이 버린 자전거 안장 빼서 끼우면 되니까 울지마
그 더러운 안장요?
야 깨끗하면 훔쳐가니 차라리 더러운 거 도둑 안맞으면 좋잖아
알았어요(세째 원경이가 제일 순순하지요^^)

어쨋든 우울모드를 추스려서
다시 즐겁게 한강을 향해서 가던 중
제일은행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비둘기 두마리가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길 중간까지 오락가락하고 있었지요.
충신이가 저 비둘기들 죽으려 하나 하길래
그렇잖아도 원경이 자전거 안장 도둑맞은 것이 기분 나뻐 있어서인지
제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 나왔습니다.

" 야 저게 비둘기냐 까마귀지?"

어리둥절한 충신이가 이거 비둘기 맞아요라고 하고
저는 그 중 한마리 거의 검은 색 가까운 회색빛 비둘기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비둘기가 색갈이 저렇게 시커멀 수가 있느냐 까마귀나 진배없다 하였고
그제서야 말귀를 알아들은 충신이 킬킬 거리며 정말 그래여 하는 순간

제 어깨 위에 철퍼덕!!!하는 소리와 함께 충신이의 으윽!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적잖은 비둘기 똥 한덩어리가 제 오른쪽 어깨에 떨어지고 그, 일부가 충신이 왼 팔에 튄 것이죠.

머리 위를 보니 전깃줄에 제가 지적한 녀석보다 더 시커먼 녀석 하나가 앉아 있더군요.

제 말에 자존심 상했단거죠.^^ 

모두 한참을 웃었습니다.

마눌왈 ' 당신 왜 그럈어요, 고물차도 이쁘다 이쁘다 하시는 양반이'

...

원경이 자전거 안장 훔쳐간 녀석들은...

비둘기 자존심도 못가진 녀석들입니다.

비둘기도 자기들을 까마귀라고 하면 똥을 찍 싸건만...

인간같지 않은 녀석들...

 

 

 

  • 들풀2005.04.16 08:40 신고

    비둘기 똥 냄새..
    안장 훔쳐 간놈 얼릉 갖다 주라.
    나 같으면 저런 욕 듣고 가만 안 있는다..주고 말지..

    답글
  • Daniel2005.04.16 10:16 신고

    왜 그럈어요...ㅎㅎ

    안장을 빼가는 눔이 다 있군요.

    하긴 저희 교회는 스피커를 빼갔더군요.

    답글
  • 주방보조2005.04.16 23:58

    오늘은 충신이하고 제 오랜 자전거 안장을 빼려다가 다 망가뜨리고 말았습니다...ㅠㅠ
    너무 오래되어서...녹이...

    봄이 오면 자전거도둑도 늘고...고장나서 못쓰게 되는 자전거도 늘고...그렇습니다.

    처음에 자전거 도둑맞았을때는...보이는 자전거마다 우리 것처럼 보였는데 요즘은 하두 많이 잃어버리다 보니 그것도 많이 무뎌진 편이지요.

    원경이꺼는 버리는 충신이 자전거안장 꽂아주었는데...이젠 제것이 문제입니다.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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