쩜쩜쩜/독자 참여글

나눔의 가치, 제주도 유기견 봉사센터의 기억 (나실)

주방보조 2021. 7. 30. 20:25

나눔의 가치, 제주도 유기견 봉사센터의 기억

 

 

제주도에 놀러 간 어느 날 친구의 권유로 함께 제주도 동물보호 센터에서 봉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제주도에 자주 가는데 갈 때마다 친구의 동네에서 여러 반려동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서는 동네에 갑자기 나타났다가 포획되는 강아지들도 다수 있다.

 

제주도에는 여러 동물보호센터가 있는데, 내가 봉사하러 간 곳은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센터였다. 국가에서 관리를 하는 곳이어서 그런지 첫 인상은 깔끔하고 좋았다. 유기견 보호소는 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접했는데, 위생을 위해 마스크, 전신방수 작업복, 장화와 라텍스 장갑까지 착용 후 봉사에 임했다.

 

첫 봉사라고 말씀드리니 소형견들이 있는 장소에 배치를 받았다. 대형견과 고양이 보호 장소도 따로 마련되어있다고 하는데, 확장 공사중이라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소형견들이 있는 장소에서 우리가 할 일은 전문봉사원 두 분과 함께 강아지 공고용 사진 찍기, 빨래, 담요 바꾸기, 배설물 치우기, 물과 사료 채워 넣기와 같은 단순한 일들이었다.

 

실내와 실외로 나누어져 강아지들이 있었는데, 품종견과 갓 태어난 새끼는 실내에 믹스견은 실외 옥상에 두고 있었다. 따로 구분한 이유가 있냐고 물어보니 하루에도 제주도 전역에서 오는 유기동물의 수가 너무 많아 모든 동물들을 보호하거나 케어 할 수 없다보니.. 입양의 가능성이 높은 품종견들만 어쩔 수 없이 실내에 두고 있다고 말씀하였다. 실외 청소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는데 강한 햇살에 기운 없이 앉아 있는 믹스견들을 보면서 많이 가슴이 아팠다.

정신없이 청소를 하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을 때 소형견들이 슬금슬금 다가와 마구 애교를 부렸다. 사람 무릎을 차지하려고 싸우기도 하고 만져달라고 손을 끌기도 하고 따라다니기도 했다. 너무 특정 강아지에게만 애정을 주면 나중에 봉사자들이 떠난 후에 자기들끼리 다툼이 심해진다고 하여 자제하면서 아이들과 놀아주었다. 중간중간 공고를 보고 입양을 결정하기 위해 가족 단위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조금 긴장하기도 했다. 제발 좋은 사람들에게 입양가기를..!

 

봉사가 끝나고 전문봉사원들분께서 시내까지 차를 태워주신다고 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육지에서 봉사하러 왔다고 하니 놀라시면서 봉사하면서 심적으로 힘든 점, 그럼에도 봉사를 하는 이유나 지금 함께하는 반려견도 유기견 입양을 통해서 만나게 되었다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헤어질 때는 서귀포 귤도 한가득 선물 받았다.

 

반려동물 1500만의 시대라고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반려동물들이 유기를 당하고 있다. 마냥 기사로만 읽었을 때의 느낌과 실제로 센터에 가서 접했을 때의 느낌은 굉장히 달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살면서 한 번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분야가 봉사였지만 나도 남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자라난 것과 같이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많이 생겼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봉사자를 받는 수를 극히 제한하고 있는데 하루라도 빨리 상황이 나아져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

 

강아지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동물친구라고 한다. 친구를 만나는 것 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일손이 필요한 가까운 유기견 보호센터에 봉사하러 가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