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계속 말했다.
나도 말하고 원경이도 말하고 충신이도 거들고 아마 학교에서도 수도 없이 말했을 것이다.
귀가 없으면 듣지 못한다. 주변에서 아무리 말해도.
아버지 오늘이 마감이래요.
이 소리를 들은 것은 마감시간 40분전, 컴퓨터에 앉아서 유웨이를 들락거리는 교신이가 한 소리다.
다행이다. 빨리 원서를 접수하거라.
지금 하고 있어요.
학교가 접속이 잘 안된다며 안절부절 하길래 막연한 걱정이 덜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들 저같이 헤메고 있나 보네요.
그래, 계속 접속시도를 하거라.
20분전에 접속이 되었고
결제를 한다며 이상한 소리를 자꾸 해대어
자리를 빼앗고 대신 살펴보았다. 엉뚱한 결제방식을 찾아놓고 헤메는 중인 것이다.
그때 10분 남았다.
결제버튼을 누르는 순간 아까 문을 열고 들어온 시커먼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결제거부 메세지가 떴다.
어찌된 것이냐
아직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3천자나 되는 것을 10분동안 작성할 수는 없다고...
겨우 사흘만에 원서마감할 줄은 몰랐다고...
휴...그래 잊어버리거라. 지나간 것이니...넣었어도 안 되었을 터이다. 다른 학교나 제대로 하거라.
아버지
왜
오늘까지 주요대학은 모두 다 끝났어요. D대도...못 넣게 되었어요.
이놈은 귀를 닫고 사는 놈이다.
오로지 자기 속에서 지껄이는 말만 듣고 혼자 똑똑한 질의웅답자가 되어 사는 놈이다.
어제도 친구집에서 새벽두시까지 지원할 대학을 연구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기가 막힌다...마감일도 모르고 다 알아서 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가.
밤에 충신이가 돕겠다고 왔다.
열심히 여기저기 알아보고 6개의 대학을 정했다.
종로에서 충남북까지 이 허접한 놈을 위하여 지도를 섭렵하며 새벽두시까지 일단락을 했다.
형노릇해준 충신이가 고맙다.
놓친 물고기가 커보이는 법
원서도 못내고 끝나버린 두개의 대학이 너무 아깝다.
아놈이 한술 더 떠서 한마디 했었다.
엄마 아빠, 저는 대학 1년 다니고 휴학하고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그래 해라,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누가 말리겠느냐. 그러나 나는 네가 공부하며 음악을 하길 바란다. 대학엔 방학도 충분히 기니까...
...
아이 다섯을 키우니...참 별별 놈을 다 보게 된다. 그래도 이놈은 이번엔 너무 심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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