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한강에서 윤슬을 즐기며 점심을 먹다...

주방보조 2017. 9. 17. 00:24

교신이의 원서접수가 어제 마감되었고

온갖 생소한 이름들의 학교들이 난무하다가

여섯군데-서울 변두리 셋과 경기도 하나 그리고 충청도 둘-로 결정되었습니다. 

담임의 말씀을 전해 들었는데

아버지와 상의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하니

너무 상향지원이라 다 떨어질 위험성이 높다는 것과 아버지가 자존심이 강하셔서 그런 것 같다셨답니다. 

헉...ㅜㅜ

 

토요일 오후 5시까지 자기소개서를 수정할 수 있다 하여

인쇄하거나 메일로 보내거나 온 식구들에게 협조를 구하였습니다. 

뚱하는 놈에게 여러번 말했습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다고...

엄마가 가장 적극적으로 수정에 관심을 보였고

진실이는 자신이 하는 일이 관련되어서인지 가장 촘촘하게 문제점들을 기막히게 뽑아내었습니다. 가장 요긴한 도우미였습니다. 

나실이는 겸손하게 물러나서 관망하였고

충신이는 그 정도면 잘 썼다고 격려해 주었으며

원경이는 소설은 잘 쓰는 데 자기소개서는 좀 실망스러웠다면서 몇가지 수정사항을 지적해 주었고 

아버지인 저는 혹 교신이의 고유한 글이 망가질까봐 조마조마 막연한 조언을 두어가지 해 주었습니다. 

 

도서관에 공부를 하러간 교신이와

이를 수리해서 냉면이나 먹겠다는 충신이를 빼고

나머지 다섯이서 오랜만에 한강에서 김밥을 먹기로 하고 뭉쳤습니다. 

 

 

집 냉장고의 음료수들 몇개와 간식꺼리 좀 챙기고 햇볕이 따가왔으므로 모자를 쓰고 

가는 길에 이모네 김밥을 사서 

학교에서 장미공원으로 직접 미리와 기다리는 원경이와 조우하여

윤슬이 찬란하게 빛나는 한강을 바라보며 

교신이의 입시관련 뻘짓을 성토하며...맛있게 김밥을 먹었습니다. 누군가를 성토하며 먹는 음식이라선지 소화가 잘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잠자리 한마리가 절 알아보고^^ 제 팔뚝에 찰싹 달라붙었습니다. 

떼어냈더니

제 자전거뒤바퀴 브레이크 케이블 끝에 달라붙어 한강공원 나들목 출구까지 따라왔습니다. 

 

강제로 날려보내면서...문득...

교신이가

요행으로라도 저 잠자리처럼 어느 대학이든 붙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  

 

...

 

저녁으로 목삼겹살 파티를 하였습니다. 

막상 주인공인 교신이는 함께 공부하는 친구와 편의점에서 저녁을 먹었다고 하여 빠지고

여섯식구가 맛있게 풍성한 저녁을 즐겼습니다. 

 

식후...우리 부부와 원경이 셋이서 건대 일감호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건너편 높이 솟은 스타시티의 불빛, 호수 왼쪽을 지배하는 기숙사의 불빛,  사물놀이패의 괭괭소리, 거위들의 꽥꽥소리, 늦은 저녁의 일감호는 소리와 빛이 역동적으로 공명하는 곳이었습니다. 

 

아, 교신이는 기막히게 가까운 참 이쁜 이 대학을 두고...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오호 통재올습니다. 

 

 

 

  • 들풀2017.09.17 07:51 신고

    아, 이제 마지막 대학원서가 되겠군요.
    아버지로서의 짐이 한 계단 줄게 되나요?
    그래도 먼 지방이 아니니 너무 아쉬워 마소서 ^^
    저녁 나들이.
    참으로 행복한 시간.
    거기에 끼고 싶은 잠자리 한마리.
    수채화같은 그림입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한
    교신이는 어디로 던저지든
    아버지의 염려를 보란듯이 날려 버릴 겁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7.09.18 06:37

      너무 똘똘해서 공부를 안 한 놈...의 현재는 가장 멍청한 놈 이지요ㅜㅜ
      충신이처럼 군대 갔다와야 정신을 차릴듯 합니다.
      중학교 졸업하고 군대 가게 하면...대한민국 남자애들 정말 괜찮을 것같은데 말입니다. ㅎㅎ

  • malmiama2017.09.17 08:15 신고

    점심,저녁...막내만 없었군요.
    괜히 제가 섭하다는..

    답글
    • 주방보조2017.09.18 06:44

      보통은 자기소개서 일찍 써놓고 (요즘은 1,2,3문항은 전 대학 공통이라서) 수정해 나가는데
      이놈은 마감 전날까지 머리속에만 개요를 넣어 놓고 있었다고 "주장" 하더군요. 겨우 하루지만 새벽까지 쓴다고 애쓴 것이 가엾어서 고기 좀 구워주렸더니...그것도 친구와의 잡담(제 추측입니다만^^)이 더 좋아서 거절한듯.

  • coolwise2017.09.17 14:54 신고

    하하.. 다섯번째 경험을 통해 感이 도사 수준 되셨을 것 같은데도
    할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지시나 봅니다.

    본래 수시는 상향 정시는 보험성 하향 하나쯤 - 공식 아닐까요.
    잘 될 겁니다. ㅎ

    답글
    • 주방보조2017.09.18 06:50

      아무데나 되었음 좋겠다고, 정말 아무데나 지원을 하겠다고 덤벼서...말리느라 신경을 좀 썼습니다.
      다 떨어질테니 수능공부나 집중해서 하라고 하니...도서관 들락거린다고 하는데 영 미덥잖습니다.^^
      다섯이 각각 아롱이 다롱이 다르니...할 때마다 새롭습니다.^^

      윤슬은...쿨님블로그에서 배운 것 써 먹었습니다. 참 이쁜 단어입니다.^^

  • 한재웅2017.09.17 17:59 신고

    마지막 고개군요!

    답글
    • 주방보조2017.09.18 06:55

      네, 사교육없이 다섯아이 키우기...의 최종편입니다. 공부하란 소리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성적 좀 올라가는 것보다 자율적 인간이 되는 것이 더 낫다는 신념으로 그리했는데, 대학입시는 역시 그리 살기엔 거대한 산이긴 합니다.

  • 김순옥2017.09.18 08:21 신고

    시간이 참 빠르네요.
    드디어 다섯번째 교신이가 대학의 문 앞에 왔어요.
    그 문 앞에서 많은 부모님들께서 아쉬움을 갖는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결국은 그것이 전부도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닫기도 하지요.

    초등학교때부터 전교회장을 했던 교신이는 결국 멋진 청년이 되고 사회인이 될거라 믿어요.
    공부가 최고라고 다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어쨌든 교신이의 선택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응원할게요.

    답글
    • 주방보조2017.09.18 12:48

      고맙습니다.
      심은대로 거두는 것이니...지켜보는 입장에서 안타까움이 많습니다.
      잘되겠지 끊임없이 소망할 뿐입니다.

  • 제롬2017.09.18 13:33 신고

    남의집 일이 아닌것입니다 입시기간에 부모가 다 늙어 버리는듯 ..ㅠㅠㅠ
    상전도 아주 그런 상전이 없데요 ..ㅠㅠㅠ,늦게 태어난게 저의 잘못이냐고 ㅠㅠㅠ,부모에게 공격성을 드러내는 자식이라니 ,웃어야 하는지 울어야 하는지 ~~참 시방은 군복무 잘 하고 있습니다 ..철이 많이 든 거 같기도 하고요 ㅎㅎ
    수학은 레전드급 이라고 교만방자 하게 까불어 대더니 ㅎㅎ,재작년엔 이과 쪽에많이 어렵게나온건 알았지만 ..두달간의 선택을 부모말 안듣고 ..문과도 좀 보충 한다고 ,나름 계획을 하더만 ...겪어봐야 겸손해 지더라구요 ..

    답글
    • 주방보조2017.09.18 14:06

      제 막내에게 그런 의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ㅎㅎ
      그냥 '노래'가 하고 싶답니다. 래퍼라나 뭐라나...
      제발 수능때까지만 기둘려...간곡하게 빌어야 했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