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안녕하세요, 총동창회 박동주 이사입니다.
과민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넘어가려 했으나 재학생 여러분의 많은 질문이 있기도 하고 오해 또한 양산되는 듯하여 더 이상 좌시할 수 없기에 몇가지 팩트를 전달해 드립니다.
먼저, 총동창회는 2013년에 출범하여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130여명 재학생 후배들의 학업 및 재능 후원을 위한 장학사업을 진행해왔고, 양현재의 정상화에 일조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총동창회의 뜻을 왜곡하고 동창회가 학교를 장악하여 한다는 등의 망언을 내뱉으며 학교와 동창회 사이를 이간질 하려 한 학생회장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제부터 왜 32대 학생회가 슈퍼스타 J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슈퍼스타 J는 원래부터 학생회가 주관하는 행사가 아닙니다. 단지 15년간 개인적으로 학생회에게 식사를 지원하면서 그 대가로 이 행사의 진행을 시킨 것 뿐입니다.
2. 페이스북 자양고등학교 총학생회 페이지는 30대 학생회가 만든 것을 32대가 사용해왔던 것이지 32대 학생회의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32대 학생회장에게 슈퍼스타 J가 현학생회가 주관하는 것이 아니니 행사 관련 글을 내리겠다고 통보를 받았고, 이미 동창회의 뜻을 왜곡하고 학교와의 사이를 이간질한 전례가 있던 회장이기에 빠르게 관리자에서 제명한 것입니다.
3. 학교 축제 후 청소는 나몰라라 하고 밥을 먹으러 가는 무책임함으로 다음 날 강당 체육 수업에 차질을 발생시키고, 교내 행사 진행시 발생하는 의자 정리와 가운 정리등을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내팽개친 뒤 왜 우리가 해야하냐며 선생님께 따지는 모습을 확인한 후 이런 무책임한 32대에게 행사 진행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이 행사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책임감있게 진행해줄 친구들(노희은, 전민우, 손예빈, 민혁기)에게 부탁하였고 조만간 추가 스태프를 모집할 예정입니다.
※학생회는 학생을 대표하고 선도하며 올바른 분위기를 조성하기는 커녕 불미스러운 분위기를 조장하고 근거없는 소문과 비난으로 학생들을 선동하며 자신의 치부를 덮는 비열한 행위를 삼가길 바랍니다.
불만이 있는 분들은 언제든지 당당하게 010-99**-3**7로 연락하시길 바라며, 비겁하게 이곳에서 해괴한 분위기를 조장하는 분들의 댓글은 저희가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으하하하하하!!"
그저 웃음이 나왔다. 팩트는 무슨, 저 중에서 팩트는 100중에 10밖에 안됐다.
15년간 식사를 지원? 1년동안 후라이드 치킨 5마리 한 번 사줬으면서.
동창회와 학교 사이를 이간질 했다고? 난 처음에 동창회가 있는 줄도 몰랐다.
페이스북 총학생회 페이지는 30대 학생회가 만든 것이니 32대의 것이 아니라고? 그럼 자양고는 지금 학생들이 지은게 아니니까 건설업체 소유인가? 무슨 말도 안되는 논리인지.
게다가 축제가 끝난 후 우리가 뒷정리를 한 것은 모든 학생회와 자율부가 다 아는 '사실'이고, 맨 나중에 별로 남지 않은 자잘한 뒷정리는 이태민 선배가 자기들이 하겠으니 먼저 밥먹으러 가라고 해서 간 것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선생님들에게 우리는 노예가 아니라고 따지면서도, 졸업식 가운 정리와 의자 정리를 모두 해주긴 했다. 이것도 모든 선생님들과 자율부가 아는 일이다. 그런데 힘들다고 내팽개쳤다고 말하니, 어처구니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마지막엔 우리에게 선동과 날조로 비겁하게 공격하지 말라면서 번호까지 공개한다.
"학생회 애들 다 여기로 오라해봐."
화가 났지만, 별로 사태는 심각하지 않았다. 그냥 어떻게 대처를 할지에 대해서 의견을 듣기 위해 학생회 부원들을 불러모은 것이다.
모두 2층 커리어존에 모이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러분, 어떻게 하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전쟁이죠."
"그 인간을 학교에 발도 못붙이게 해야된다고 생각해요."
"31대도 마찬가지."
"일단 선생님들에게 말해보는게 좋지 않을까요?"
"그냥 페이스북 댓글로 싸웁시다."
"저희가 그동안 의자정리랑 가운정리 다 했다는거 사진 올리면서 해명해야 할 것 같은데."
"으흐흐흐흐"
학생회 부원들의 흥분한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사실 난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럼 이제 곧 수업들어가야 하니까, 일단 댓글로 해명하면서 박동주 공격하고, 여론을 우리쪽으로 확보한 후에 선생님들을 끌어드립시다. 그리고 뭐, 오늘 부로 완전히 박동주나 이태민, 김재형 선배를 끊어버리는 걸로 하죠."
"네!"
"자, 그럼 페이스북에서 봅시다!"
......
다시 시작된 댓글 폭격.
장소명 - 여기 사진 보면 우리가 가운 정리랑 의자 정리 다한거 다 증거 있는데 왜 저런담...
손경식 - 야아, 역시 이태민 선배가 자기들이 치우겠다면서 먼저 가라했을때 가면 안됐어.
서민지 - 과연 선동과 날조는 누가 하고 있는걸까?
천혜린 - 우리가 무책임하대...진짜 너무하다...미친놈들.
그리고 일반 학생들도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설용훈 - 나.이.똥.꼬.
전태현 - 교신아 현피 뜰거면 불러. 싹 다 처리해줄게.
이승혁 - 동주 그냥 주먹 한 방이면 훅가는데.
성시원 - 왜 제 질문에 답 안해요? 논리 없어요?
최요한 - 나이 똥구멍으로 쳐먹었네.
여기까진 박동주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곧 한 졸업생 선배의 댓글에 그는 개인 계정까지 동원하면서 답을 달기 시작했다.
문이진 - 졸업생입니다. 제가 알기론 현 학생회장과 선배님은 나이차이가 10살 이상 나는데, 그것만으로도 한국 사회에서 어떤 권력관계가 형성되는지 잘 아실겁니다. 지금 현재 돈과 권위를 가지고 있는 곳은 동창회와 학생회장 중 누구입니까? 제가 보기엔 이건 협박성 글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총동창회와 함께하는 학생들의 실명거론을 보면 누가 봐도 동창회에서 학생들 사이를 이간질 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학생회 페이지는 학생회의 것이지 동창회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학생회장의 저 요청은 지극히 타당했다고 봅니다.
그러자 박동주가 답글을 남겼다.
박동주 - 안녕하세요 동문님^^ 누군지 기억이 납니다. 제가 다시 설명해 드리자면 현재 학생회장은 당선 직후 동창회에 대해 비난하면서....
답글이랄것도 없었다. 앵무새처럼 처음에 했던 말을 반복하며 말할 뿐이었다.
결국 글이 올라온지 1시간만에 댓글은 100개를 넘겼고, 이 사태를 나는 학생회 담당인 임재경 선생님에게 말했다.
"박동주 이거, 미친놈 아니야?"
체육대회 이후로 나와 인사도 하지 않으며 지내다가, 막상 내가 다시 찾아가니, 사이가 다시 좋아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임재경 선생님은 이런 일에 대해선 상당히 강경한 분이었기에, 오늘만큼은 말이 잘통했다.
"내가 교장선생님에게 말씀 드리고 잘 조치해보도록 하마. 그리고 박동주랑 31대 학생회 애들이랑도 얘기해 볼테니까, 너희들은 지금 하는 대로만 해."
......
점심시간에, 내가 밥을 먹고 나서 교실에 들어왔을 때 우리반 복학생인 최요한형이 내게 와서 말을 걸었다.
"교신아, 아까 이태민이 나한테 전화해서 말해줬는데, 자기는 너한테 그동안 잘못한게 하나도 없다는데? 너랑 오늘 빨리 만나고 싶다고 좀 전해달래."
"만날 이유도 가치도 없어요. 저한테 잘못한게 하나도 없다구요? 참 나, 뻔뻔해도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나?"
"뭐 얘 말로는 다 오해래."
정말 황당했다. 자기 혼자 억울한 척, 피해자인 척, 예전에 사이 좋았는데 배신당한 척...
귀신의 집 할 때도 도우미로 온 내 친구들한테 김교신의 친구라는 이유로 엄청 지랄해댄 그런 놈이 지금 착한 척을 한다.
"그 인간 얼굴 보기도 역겨우니까 안만난다고 전해줘요 형."
그리고 난 바로 교장실로 내려가서 교장선생님을 만났다. 점심시간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아놓은 상태였으니까. 물론 5교시 수업을 조금 빼먹을 작정이었지만.
"오, 학생회장 왔냐? 음료수는 뭘로 먹을래?"
"매번 먹던걸로요. 알로에."
나는 매우 익숙한 듯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격의없이 교장선생님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혹시 총동창회 이사 박동주 알고 계세요?"
"알지."
"지금 그 사람이 공개적으로 저희 학생회를 비난했는데...이거 보세요."
내가 페이스북에 있는 글을 보여드리자, 교장 선생님은 약간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건 문제가 좀 있구먼..."
"그런데 이 분이 지역대표로 내년부터 자양고 학교운영위원회로 들어온다는 소식을 제가 접했는데, 사실인가요?"
"아마 그럴것 같긴해. 다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 나도 학교운영위원회 중 한 명이니까."
"학생들을 이런식으로 공격하고, 지금 이미지가 한껏 나빠진 이 사람이 학교운영위원회로 들어올 자격이 없지 않겠습니까? 이런 일은 막아야 합니다."
"에이 그래도, 뭐...그건 내년 일이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 내가 교장이잖니."
"저의 오지랖일진 모르겠지만 이건 후배들을 위해서입니다. 이런 사람이 학교운영위원회를 하면 자양고등학교를 좀먹을 겁니다."
"그냥 회장도 박동주 그 사람이랑 잘 화해해봐요. 그 슈퍼스타 J도 좀 도와주고."
"저는 이 사람이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면 절대 협조해줄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도 선배가 후배한테 사과하는건 그림이 좀 안좋지 않겠니?"
"예에??"
"좋게좋게 끝내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야."
"교장 선생님, 제가 이런 말 까지는 안하려고 했는데... 동창회는 이전 교장 선생님이 돈을 먹고 만들어진겁니다. 뇌물이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동창회 만드는걸 허가 안해주자 박동주를 비롯한 동창회 멤버들이 그 당시 교장 아들 결혼식에 가서 축의금을 엄청나게 넣었고, 결국 그것 때문에 만들어진게 자양고등학교 총동창회입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박동주에게 직접 들은거구요. 이런 동창회를 감싸고 도는 이유가 뭡니까?"
"나는 부임한지 얼마 안되어서 잘 모르지만...그래도 자양고 선배라는건 변함이 없으니까...너네도 좋은 선배들이랑 연을 잘 맺어서 사회 나갈 때 도움을 받으면 이득이지 않겠니?"
"......학연을 말씀하시는건가요."
"그래, 그게 그렇게 나쁜건 아니란다."
"뜻은 잘 알겠습니다. 제가 알아서 잘 마무리 하도록 하죠."
그렇게 교장실에서 나오고나서, 갑자기 확 답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과연 자양고등학교는 얼마나 썩어있는 것일까? 내가 모르는 수많은 비리가 이미 학교를 좀먹고있지 않을까?
.......
이야기가 거의 끝을 향하는군요. 임기도 이제 거의 끝이구요...
좋아요는 사랑입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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