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박동주 선배와의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할 무렵, 갑자기 또 자양고등학교 총학생회 페이지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선배님 사랑해요 이벤트!>
총동창회 선배님들의 선물폭탄!
친구를 태그한 후 '선배님 사랑해요'라고 댓글을 작성하시면 끝!
추첨을 통해 매점이용권 10000원을 드립니다!
보조배터리는 슈퍼스타 J 당일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에게 모두 지급해 드립니다. 많이 놀러오세요~
문의 전화 : 31대 서기 노희은 (010.........)
전민우 (010......)
손예빈 (010......)
민혁기 (010......)
이 글을 보고 우리 모두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매점이용권 10000원이나 보조배터리 때문이 아니라, 맨 아래 문의 전화 목록에 있는 학생들의 이름 때문이었다.
"갑자기 저 친구들은 왜 들어간거니?"
아침부터 비상회의에 들어간 32대 학생회. 너무 뜬금없는 저 익숙한 이름들에, 손경식이 질문을 던지자 서민지가 약간 흥분한 듯 대답했다.
"기호 2번 애들이잖아 저거 다..."
내가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나와 서민지, 구연모, 강다영이 기호 1번이었고, 저 위에 나와있는 학생들이 기호 2번 후보였다.
전혀 아무 감정 없는 사이였기에, 딱히 적대심이란건 애초부터 없었지만, 이태민 선배가 그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났다. 내가 1학년때부터 전민우와 친하게 지내왔지만, 내가 아는 그는, 저런걸 하고 싶어하는 친구가 아니다.
"아니 뭐, 저걸 왜 총학생회 페이지에 올리고 자빠진건데? 지금 학생회에서 추진하는 것도 아니고 연관이라곤 전혀 없는데."
신정화가 많이 화가 났는지 격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그 와중에 김태환이 한마디 던졌다.
"우린 학생회도 아니라잖아. 역시 박동주 형님 확실하셔."
무슨 생각일까. 왜 우리가 공격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건지 이해가 안됐다. 혹시 함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그저 만용적 도발에 불과했다. 하늘을 찌르는 박동주의 교만함 때문에 아마 슈퍼스타 J가 망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일단 우리끼리의 페이지를 하나 만들죠. 이제 진짜 독립을 해서 독자적인 학생회가 되어야 합니다."
"페이지는 제가 만들 수 있어요. 지금 당장 만들까요?"
"그러죠. 아무래도 오늘 경식이 생일 파티하는 날인데, 경사가 참 많이 터지네요. 그리고 각자 교실 들어가서 같이 댓글로 폭격 좀 합시다."
"옙!"
"그럼 여러분 학교 끝나고 학생회실에서 봅시다!"
......
글이 올라온지 몇시간 지나지 않았을 때, 몇몇 댓글 때문에 그 글은 핫플레이스가 되어갔다.
성시원 - 왜 저 마지막에 번호 학생회가 아니고 다른 애들 번호로 돼있어요?
박수정 - 우리 모르는 사이에 학생회장 바뀜?
김태현 - 교신아 탄핵당했냐
배지원 - 민지야 너 학생회장단 아니야?? 총학생회 페이진데 왜 니가 없어?
최요한 - 뭐냐 교신아 가오 많이 죽었나보다... 똑바로 하자.
손경식 - @김교신 선배님 사랑해요 훌룰룰
그리고 이 댓글들에 좋아요가 많이 달리기 시작하자, 박동주는 급하게 수습을 한답시고 성시원의 댓글에 답글을 달았다.
박동주 - 안녕하세요 후배님^^ 저는 16대 학생회장이었고 현재 총동창회 이사를 맡고있는 박동주라고 해요. 총동창회에서는 현재의 학생회가 아닌, 능력이 뛰어나고 학교에 대한 봉사정신이 투철한 학생들을 선발해서 뽑았답니다^^
성시원 - 그러면 현재 학생회는 능력 부족인건가요? 태클 걸려는게 아니고 그냥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건데, 능력 부족의 기준은 또 뭔가요?
그러자 박동주는 더이상 답글을 달지 못했다. 솔직히 저 질문에 대답할 만한 근거가 어디있는가? 게다가 학생회의 무능이라고 말하면 서민지와 강다영이 자기에게서 떠나갈 것이고, 김교신의 무능이라고 하면 학생회 전체가 반발할 수 밖에 없을텐데 말이다.
아무래도 친구를 태그하고 이벤트 참여하는 방식이다보니 접근성이 매우 높았는데, 댓글 여론이 이러하니 나에겐 매우 유리했다. 그리고 나에게 계속 들어오는 정보들이, 내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는 내용들이었다.
"이태민 선배가 기호 2번 애들 시키자고 제안했대요."
"김재형 선배는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던데요?"
"이태민 선배한테 전화왔는데 그냥 씹었어요."
"너도 왔냐? 나도 씹었다."
"다영이는 박동주랑 이태민이랑 김재형한테 전화 계속 온대."
"새로 만든 자양고등학교 학생회 페이지 팔로워가 벌써 150명이 넘었어요!"
손경식은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이태민 선배를 아예 페이스북에서 차단해버렸다. 아마 그도 이태민에게 쌓인 감정이 많았으리라. 평소엔 웃으면서 친하게 지내긴 했지만, 나와 손경식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으니까. 그러자 이태민 선배에게 바로 메시지가 날아왔다.
-경식아 오늘 만날 수 있어?
-아니요.
-일단 얘기 좀 해보자. 많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저 오늘 학교대항 축구 있어요. 좀 잘게요.
그리고선 문자와 전화, 카카오톡까지 모두 차단해버렸다.
그러자 이태민 선배는 계속 강다영과 서민지를 설득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물론 받을리가 없었지만.
'지금쯤 이태민 선배는 똥줄이 타겠지. 엄청난 여론의 공격을 받고 있으니까.'
반면에 우리는 매우 여유롭게 댓글 놀이를 하며, 손경식의 생일파티와 축구 구경까지 하고서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
그 날 오후 6시가 지나고 있을 때, 천혜린에게 또 하나의 소식이 들렸다.
"지금 총학생회 페이지 관리자인 30대 학생회 출신 이지영이라는 선배가, 서민지랑 강다영까지 다 관리자 권한 해제시키겠대."
30대 학생회에서도 복병이 나오다니, 이건 참 의외였다. 물론 30대 학생회 남자 선배들과는 상당히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기에, 30대 학생회에 대한 악감정은 없었다. 아마 이지영 선배라는 분도 어쩔 수 없었겠지.
"이태민 선배가 밤 9시쯤에 만나자는데 나올 수 있어?"
이번엔 서민지가 내게 전화를 해서 물었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곧 답변을 주었다.
"난 밤에 못나가 오늘. 집에 할 일이 많아서."
사실 나갈 수 있긴 했다. 그러나 분명히 이태민 선배는 나를 보고싶어서 만나자 하는 것은 아닐 것이었다. 내가 그에게 어쩔 수 없이 굴복한 적은 있어도, 절대 나의 신념을 꺾은 적은 없었다. 그리고 말로 상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을 것이다. 수능 모금 폐지 사건 때 나에게 크게 당했으니까.
그건 둘째치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없어야지만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절대 내 앞에서는 말하지 못할 것들이 있을텐데, 부회장들만 있으면 예전처럼 편하게 털어놓을테니 말이다. 거짓말들도 뻔뻔하게 늘어놓을 것이고.
"그러면 나랑 다영이랑 연모 셋만 간다?"
"어어. 그렇게 해."
"아 그리고 그 기호 2번 애들도 다 같이 만나기로 했어."
"왜?"
"오해가 있대. 자기들은 절대 하고싶어서 하는게 아니라는데?"
"음...뭐 사정을 정확히 들어봐야 알겠지. 다른 애들이랑은 안친해서 모르지만 민우는 절대 그런 일에 끼기 좋아하는 친구가 아니니까."
"아무튼 내가 다 너한테 대화내용 알려줄게."
"알았어. 수고해."
......
오늘 분량이 좀 짧죠? 하하, 내일 나올 내용이 너무너무 길어서 여기까지 쓸 수 밖에 없었어요...이해 좀 해주세요 ㅠㅠ 더 쓰면 내용이 정말 길어져서...
그리고 저는 딱히 싫거나 밝히기 곤란한 사람 아니면 가명을 씌우지 않기 때문에, 그냥 편한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드디어 내일 하이라이트 부분이 나옵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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