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다음 날 나는 서민지와 2층 커리어존에서 만나, 어젯밤 부회장들과 이태민 선배, 노희은, 전민우 이 여섯명이 만나서 한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얘들아, 나는 박동주 선배님에 관한건 잘 모르겠고, 일단 너네가 우리 31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봐. 느낀 그대로 말해. 관련된건 그 다음에 말해줄테니까."
"박동주 선배와는 슈퍼스타 J 참가 안하는걸로 결론냈고, 그것에 대해서 32대는 아무 생각이 없어요. 근데 이번에 이벤트 하는거 문의 연락처 올라온거 보고 분명 학생회 페이지인데 이건 정말 아닌거 같아서요."
"너희도 기분이 나빴을 것 같네."
"저희는 저희고 노희은이랑 전민우 얘네가 제일 곤란해졌죠. 그리고 박동주 그 분이 말하셨던게 축제 끝나고 먼저 갔다는거랑, 졸업식 때 의자 안 치웠다는거랑, 선배님들에게 예의없이 대했다는 건데, 대체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들으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는 그런 적이 없어요."
"우리는 박동주 선배님에게 말한적이 없어. 그거 다 선생님들이 그 분에게 말했던거야. 32대 이미지가 원래 선생님들 사이에서 좋진 않잖아. 솔직히, 너희는 치우기 싫고 하기 싫어서 그런거였겠지만."
치우기 싫고 하기 싫어서는 개뿔, 알지도 못하면서 저런 식으로 말하는 건 꼰대들의 특징인가보다. 심지어 축제 끝나고 마무리 정리는 지들이 한다고 해놓고 안한거면서.
"그러면 대선배들에 대해서 저희가 예의없었다고 한건 누가 말한거죠? 이것도 선생님들 일리는 없잖아요."
"누군진 모르지만 난 아니야. 아마 재형이나 현석이겠지."
분명 박동주 선배는 강다영과 서민지에게 '이거 다 태민이한테 들은건데...' 라고 말했었는데, 이건 서로 말이 안맞았다.
"그리고 김교신을 싫어했던 이유에 대해 말하자면, 처음부터 박동주 선배가 32대를 좋아하지 않았던건 아니야. 그런데 김교신이 동창회 관련해서 창체부 선생님들에게 김교신이 동창회가 학교를 왜 그렇게 쥐었다 폈다 하는지 모르겠고 양현재를 통해 들어온 것도 맘에 안 든다, 양현재 종이에 박동주 이름을 학생회장 되자마자 지워버리겠다 그랬대. 너희도 그 때 일 알잖아? 김교신이 교무실에서 대선배들 끊어야 한다고 말했을 때 그 날 말이 나왔던거야. 그때 박동주 선배님도 선생님들에게 그 말을 전해듣고 화가 나셨고, 옛날 같았으면 뒤집어 엎었을 사람이지만 나이도 있고 하니까 안 오신 것 뿐이야."
전부 거짓말이었다. 나는 창의체험부 선생님들에게 저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다, 박동주 선배는 분명 내가 저런 말을 했다는 정보를 이태민 선배에게 전해 들었다고 했으니까.
"맨 처음에 박동주 선배가 김교신 빼고 너희들 불러서 맛있는거 사주셨잖아. 그것만 봐도 너넬 싫어하는건 아니라는거지. 뭐 어쨌든, 자기도 몰랐던 후배가 자기 욕을 하는 것을 듣고 기분이 좋지 않은건 당연한거야. 그래서 박동주 선배가 32대를 제외하자는 이야기를 한거고. 기억나냐. 학생회실 너네가 제대로 정리 안해서 박동주 선배가 엄청 화났었을때. 그때도 32대를 빼자고 해서 나랑 재형이가 얼마나 말렸는데."
맛있는건 개뿔. 후라이드 치킨 꼴랑 몇마리 시켜주고 생색은 엄청 낸다.
"솔직히 우리는 재미도 없고, 돈을 받는것도 아닌데 굳이 하고 싶지는 않아."
참 나, 이제와선 지들도 하기 싫단다.
"김교신을 회장으로 임명하지 않는 것도 그분의 뜻이었겠지만, 사실 우리도 선생님들에게 왜 졸업하고 와서 학교 일에 참견하냐는 식으로 욕을 먹었어. 우린 억울하지. 동창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있는 것 같은데 왜 너희도 동참하냐 이러시는데."
그 인간이 뭔데 나를 임명한다 만다 하는거지? 게다가 '그 분의 뜻' 이라는 말을 들으니 사이비 종교에 빠진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우리도 박동주 선배 싫어. 그냥 돈많고 맛있는거 사주니까 따라다닌거지, 박동주 선배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야. 그리고 다른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그분이 후배들을 필요할 때만 찾고 아니면 버린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고. 그래도 나와 재형이랑은 좋은 관계인데다가, 15기수나 차이나는데 거기서 우리가 거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였을 뿐이야."
이젠 자신이 재활용도 불가능한 쓰레기라는 걸 자기 입으로 말하고 있었다. 막상 입장이 불리해지니 형님형님 하고 따르던 사람을 욕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도 지금 자양고에서 맡은 직책이 있어서 홍보 게시물까지 다 만들고는 있는데, 절대 우리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절대로 아니야. 왜 우리한테 말도 없이 게시물을 올렸지? 라고 화를 낼 수도 있는데, 박동주 선배가 자기가 직접 32대를 김교신 빼고 포섭할테니, 32대에게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셨어. 그 상황에서 게시물을 올리라 하셔서 올렸었고, 그러니까 혜린이가 재형이한테 뭐라 했었잖아. 그걸 듣고 나도 기분나빴어."
졸업생인 그들이 자양고에서 맡은 직책이란 과연 무엇일까? 누가 이런 쓰레기들에게 자양고를 맡겼는가? 이게 사실이라면 선생님들은 얼마나 무능한것인가?
"그 후 그 오해는 풀었잖아? 그런데 왠진 모르겠지만 너네가 32대 페이지를 따로 만들고, 우리랑 페이스북 친구를 끊고, 차단을 박고해서 우리는 많이 실망했어. 우리가 너네 많이 도와주고 잘 지냈었는데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많이 도와주고 잘 지냈었다고? 도대체 무슨 근거일까.
"결론은 우리는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고, 김교신이 그 분에게 잘못 보인건 우리 잘못은 아니야. 32대에 대해서 우린 안좋게 말한 적이 없어. 심지어 우리도 선생님들이나 동창회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그런 입장이야. 그리고 희은이랑 민우 얘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얘네도 억울한거야. 우리가 학교에 면접 공고를 띄웠고, 얘네끼리 놀러다니고 하니까 면접을 본 것 같아. 그래서 면접 본 수많은 학생들 중 박동주 선배가 얘네를 뽑은거야."
"면접을 봤었어요? 근데 제가 들은 건 이태민 선배가 제안했다고 들었는데요?"
"누구한테? 박동주 선배한테?"
"네. 분명히 저한테 그랬어요."
"......"
갑자기 이태민 선배가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있자, 서민지가 침묵을 깨고 노희은에게 물었다.
"너네 어떻게 된건데? 자세하게 말해줘."
"박동주 선배가 김재형 선배랑 같이 찾아와서 스태프 하자고 제안했어."
"면접을 보긴 본거야?"
"봤었어."
그러자 갑자기 이태민 선배가 의기양양해진 태도로 말했다.
"박동주 선배가 스탭으로 일할 애들 뽑고 공고문 띄워라, 그 중에서도 31대 안에서 더 할 애들 없나 찾아봐라 라고 이야기하셨어. 솔직히 면접 본 애들 중에 할만한 애들이 없어서 이렇게 된거야."
"저희는 공고문을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했죠."
그러자 노희은이 다시 말을 이었다.
"할 말이 있는데, 페북 댓글로 혜린이가 조금 많이 욕을 하고 있는 것 같아. 혹시 봤어?"
"무슨 뉘앙스로 단 지는 봤지."
"뭔가 오해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걔들도 똑같아. 너희한테 악감정 없어. 그냥 이 상황을 욕하는 것 뿐이야."
곧 이태민 선배가 다시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럼 일단 32대 너네가 왜 우리 31대에 불만이 있는지 말해봐."
"완전 처음부터 이야기하면, 저희는 김교신이 정확히 교무실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김재형 선배가 '대선배님들이 찬조 오디션 때 오셔서 평가서 다 찢고 기합주고 그러신다' 라고 말한걸 듣고, 그런 일을 막으려고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러 간거라는걸 아는데, 총동창회 이야기가 나올 이유가 있나요?"
"내가 알기로 회장으로 당선되자마자 아무도 모르게 몰래 독단적으로 가서 말한거라고 들었어."
"저희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데요?"
"아니야. 확실한 이야기야."
역시 이태민은 정치인의 기질을 타고났다. 말바꾸기, 사실 은폐, 여론 조작, 선동... 못하는 게 없었다.
"그거에 대해선 일단 모르구요, 저희는 슈퍼스타 J 난리가 난 날에 박동주 선배가 찾아오셔서 이야기를 할 때 처음에 김교신이랑 같이 들어가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 분이 동창회에서는 김교신을 회장으로 인정 안하니까 나가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 후에 들은 거는 축제때 뒷정리 안한거, 졸업식 때 협조 안하려고 했던거, 대선배들에게 예의없는거 그 세가지 때문에 31대 선배들이 32대에게 화가 나서 자기한테 전화로 다 일러바쳤다고 했고, 일단 박동주 선배는 무조건 김교신이 맘에 안 들었는데 32대가 김교신에게 물들어서 안좋은 영향을 받는것 같다 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시고, 그리고 31대 강현석 선배가 32대한테 지쳐서 연락하기 싫다고 말했었다는 걸 전해들었어요. 그러니까 당연히 31대에게 반감을 갖게 되는 것 아닌가요?"
"박동주 선배가 현석이 얘기를 했어? 걔 중국갔는데..?"
"게다가 이야기하면서 학생회를 바로잡기 위해 김교신을 축출하고 자신과 손을 잡았으면 좋겠다 이러면서 김교신을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시니까, 저희들은 이건 회장 빼고는 진행이 안 될 것 같다, 그래도 회장이 지금까지 학생회에서 잘해줬고 우리는 회장을 끝까지 따라야한다 라고 결론을 내고 저희는 슈스제를 안 하는 걸로 이야기를 끝냈어요. 우리의 대표인 학생회장을 모욕하는데 화가 나지 않는 학생회가 어디있나요? 그런 경우는 아마 31대 빼곤 없을 걸요."
그러자 이태민 선배가 갑자기 노희은과 전민우에게 말했다.
"너네 좀 어디 가있어. 잠깐 얘네 부회장 애들하고 따로 할 얘기 있으니까."
그렇게 노희은과 전민우가 자리를 뜨자, 이태민 선배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하기 시작했다.
"나랑 재형이가 스태프 누구로 뽑을지 얘기를 하다가 우연히 희은이를 만났어. 그래서 걔가 하고싶다고 하면서 자기랑 선거 같이 나갔던 3명이랑 다 같이 해도 되냐고 물어봤어. 그걸 내가 박동주 선배한테 말하니까 그 분이 직접 연락해보겠다고 하고 면접을 본거야. 그런데 무슨 의도로 이번 선물 이벤트에서 걔네 4명 전화번호를 넣었는지는 나도 몰라."
"저한테 경각심을 주려고 그런거 라는데요? 뭐 제가 33대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는걸 알아서 그런거 같은데, 자꾸 이렇게 나오면 막 32대가 33대에 얼씬도 못하게 만들어 버리겠다고 그랬어요."
강다영이 약간 쏘아붙이면서 대답하자, 이태민 선배는 갑자기 화제를 전환시켰다.
"다시 말하지만 나와 재형이도 박동주 선배가 싫어. 그냥 돈 많아서 따라다니는 것 뿐이야. 그 사람이랑 우리는 더 이상 엮일 일이 없고, 너네랑도 별로 없지. 그래도 우린 너네가 우리 밑 기수니까 슈퍼스타 J에 32대를 꼈으면 좋겠다, 괜찮은 애들 많다 라고 말씀을 드렸어. 그런데도 박동주 선배의 생각에 변함이 없었던건, 선생님들이 학생회 욕하는게 계속 자기한테 들려서 그런거야."
"선생님들이 대체 왜 저희 욕을 하죠?"
"선생님들이 너네한테 뭐 시킬때마다 태도가 별로 좋지 않았다 했고, 선생님들이 아첨하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그걸 잘했던 31대에 비해서 이번엔 김교신이 계속 반항적으로 나오니까 선생님 사이에서 계속 그런 이야기가 나왔고 그 생활지도부장 선생님 그러니까 그 미술쌤이 박동주 선배한테 이번 학생회 왜이러냐.. 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들었어. 박동주 선배가 그래도 자기 스승이기 때문에 개념없게 군 것부터 시작해서 화가 나기도 했을거야."
생활지도부장 김대영 선생님은 저번에도 그랬듯이, 나보다 박동주 선배를 훨씬 더 좋아했다. 그리고 나같은 회장 다신 안뽑혔으면 좋겠다고도 했었고.
"어쨌든 너네는 우리한테 더 불만인건 없어?"
"솔직히 저희가 뭐 선배들한테 예의없이 굴었다, 선생님들한테 개념없이 굴었다 이런걸 선생님들이 다 박동주 선배한테 말했다는걸 믿기 힘들죠. 박동주 선배는 분명 이태민 선배한테 들었다고 했구요. 게다가 학교에 면접 공고는 올라오지도 않았고, 32대를 도발하고 다영이에게 경각심을 주려는 의도로 학생회 페이지에 노희은 전민우 얘네를 내세웠고, 박동주 선배가 혜린이한테 전화해서 32대가 김교신한테 다 물들어서 비겁해졌다고 말하는데, 불만이 안생길 수가 없죠."
"나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나머지 애들이 얘기했다면 재형이나 현석이 중 이야기했을 수는 있는데 그렇게 안 좋게 얘기했을 애들도 아니야."
"아니 뭐 진짜 실망했으면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죠. 실망할게 뭐가 있는지 이해가 안가기도 하지만, 그건 이해한다 쳐요. 그런데 대선배한테 예의없게 했다고 한건 어떻게 설명하실거죠?"
"그건 나도 진짜 잘 몰라. 정말이야. 생각해보면, 혜린이가 김교신이 페이지 관리자에서 추방당했을 때 30대 이지영 선배한테 뭐라 한거랑, 이번에 재형이한테 뭐라 했던거 그걸 보고 판단하셨을 수도 있지."
"아니 혜린이가 그러기 전에 박동주 선배가 말한거라니까요?"
"그럼 나도 모르는 일이야."
기가 막혔다. 누가 봐도 이태민 선배가 모든 일의 근원임이 확실한데, 정작 당사자는 모든 것을 부인한다. 이런 뻔뻔한 이태민 선배가, 박근혜에게 진실을 밝히라고 외쳐댈 자격이나 있었을까?
"너네랑 우리 사이는 좋은데 항상 박동주 선배가 우리 사이를 이간질시켰어. 다시 생각을 해봤을때 굳이 우리가 싸울 이유는 없는데, 이 사태는 단지 너네가 오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거야. 진짜 우리도 그 새끼 때문에 빡치긴 한다니까?"
이젠 그 위대하신 박동주 선배를 '그 새끼'라고 부르기에 이르렀다. 이래놓고 막상 그 선배 앞에 가면 개새끼처럼 기어다니겠지.
"까놓고 말해서 그동안 회장 역할은 다 내가 했는데, 인정은 무능한 재형이가 받았었기 때문에 난 화가 많이 났었어. 그래서 이번엔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 무능한 김교신을 몰아내려고 경식이를 리틀 이태민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그렇게 믿던 손경식이 친구를 끊으니까 배신감이 엄청 밀려오지 솔직히."
참, 무능하다는 말을 들으니 씁쓸했다. 나를 무능하고 비참한 사람으로 만들었던 인간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특히 더욱.
"나는 32대가 김교신 빼고 좋은 애들 많으니 괜찮은 애들 껴서 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었어. 그래서 다영이한테 김교신 빼고 진행하자고 박동주 선배가 연락한거야. 다영이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이간질을 시키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33대 회장에 나간다고 하니까 자기가 33대를 통제하려는 것 같아."
"저한테도 자꾸 이렇게 나오면 33대 학생회에 자기가 어떻게 불이익 줄거라고 말했었어요."
그 때 이태민 선배가 다시 노희은과 전민우를 불렀다. 이야기를 마무리 하겠다면서 말이다.
"여하튼 우리가 믿음을 못 준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다. 31대 애들이 뭐라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너네 간식도 조금씩 사주고 했던거 기억하잖아. 우리는 너네를 그렇게 싫어하지 않아."
우리에게 밥얻어먹고 6만원짜리 선물 받은건 기억못하고, 아이스크림 사줬던걸 가지고 생색을 낸다. 오히려 김재형 선배가 치킨 사준 적이 한 번 있긴 하지.
"노희은 얘네도 자기들이 한다고 했었고 박동주 선배한테 면접까지 다 봤어. 그래서 그랬다는걸 알아줬으면..."
"아니, 오빠 잠깐만요."
갑자기 노희은이 이태민 선배의 말을 끊고 말하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그건 면접이 아니라 갑자기 저희 네명 모이라 해놓고 일방적으로 제안하신거잖아요. 그리고 저희는 하고 싶다고 한 적도 없어요."
그러자 이태민 선배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급하게 수습하려고 시도했다.
"아니, 희은이가 그래도 31대 학생회 서기였으니까, 학생회 안에서 웬만하면 뽑았으면 좋겠다 라는 이야기가 나왔었고 얘가 하는 말은 그런 뉘앙스인 것 같다. 약간 낙하산.."
"지금 하려는 말이 그게 아니잖아요."
날카로운 그녀의 말에, 서민지가 그녀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면접을 안 봤다는 거야?"
"우리가 면접 공고를 보고 지원한게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였어."
"너네를 처음에 불렀었어?"
"갑자기 어느 날 우리 4명을 불러서 그냥 너희가 하는 게 어떻겠니? 라는 식으로 말해가지고 거절할 수도 없고...그냥 알겠다고 했지."
"따로 너네가 하고 싶다고 한 적이 없는거야?"
"없었어."
"누가 찾아와서 한거야?"
"당일 날 이태민 오빠가 나한테 문자 보내서 방과후에 민우랑 혁기랑 예빈이 데리고 긴급 회의할게 있다면서 만나자고 했어. 그래서 방과후에 박동주 선배랑 김재형 선배가 찾아와서 우리한테 통보한거야."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민지가 이태민 선배에게 물었다.
"이건 어떻게 설명하실거죠?"
"아냐. 난 분명히 면접 공고문을 만들었어. 그래서 학교에 보내기까지 했어."
"어디 붙였는데요?"
"그건 나도 잘 몰라. 만들어서 보내기만 했어."
"희은아, 너는 그 공고문 본 적 있어?"
"나도 몰랐어. 나는 원래 정말 관심이 없었으니까. 학생회 단톡방에 이 사실을 잘 좀 말해줘."
그러자 이태민 선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학교에 공고문이 안 붙었어?"
"그런거 학교에 붙은 적 없었어요."
뻔뻔스럽게 끝까지 우기는 이태민 선배. 그러다 문득 시계를 보더니 시간이 없다는 듯 급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나 만난건 32대에게 이야기해도 되지만, 박동주 선배에겐 비밀로 해줘. 그래도 관계가 깨지고 싶진 않으니까. 물론 너네랑도 깨지고 싶지 않아."
"갈등 생기는건 저희도 물론 원하지 않아요."
"애들한테는 31대랑 오해 다 풀었다고 잘 좀 이야기 해주고."
"네 뭐, 오늘 이야기 정리해서 말하죠."
"그럼 나 먼저 가본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그렇게 이태민 선배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고 더럽고 찌질한 사람이 다 있을까.
......
이야기를 다 듣고나서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한참동안 아무 말을 못했다. 박동주 선배와 이태민 선배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김교신이 무능하고, 예의없다는 것이다. 부처님 공자님 예수님 다 온다고 한들 더 이상 예의바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일단 나는 그 대화내용을 공책에 모두 정리하기 시작했다.
박동주의 입장 - 김교신이나 32대 학생회에 대해서 이태민과 학교 선생님들이 욕하는걸 듣고 32대 학생회가 싫어졌다. 그래도 김교신 빼면 괜찮은 애들이니 김교신을 축출하자!
이태민의 입장 - 김교신은 김재형 만큼이나 무능하다. 하지만 32대 학생회는 무능하지 않다. 박동주 '그 새끼'도 정말 싫지만 돈 많아서 따라다니는 것 뿐이다. 나는 박동주 선배에게 32대 욕을 한 적이 없다. 아마 김재형이나 강현석일 것이다. 그런데 왜 손경식이 나와 친구를 끊었는가? 난 정말 슬프다.
김재형의 입장 - 난 아무것도 모른다.
강현석의 입장 - ??????
노희은외 3명의 입장 - 박동주와 이태민, 김재형이 찾아와서 같이 일하자고 통보한거다.
문득 노희은 외 3명에게 괜히 미안해졌다. 뜬금없이 통보받고, 욕먹고, 해명해야하고, 참 힘들게 됐으니 말이다. 특히 전민우는 나와 친한 사인데, 상당히 미안했다. 물론 내 탓은 아니긴 하지만.
"뭐, 정리 해보면 참 가관이네. 특히 이태민 선배...평소엔 형님형님 하면서 빌빌 기더니 뒤에선 그 새끼라고 욕을 하네 참."
아무래도 혐오스러웠는데, 이젠 그 추잡함이 불쌍해지려고 했다. 저러고 살면 좋을까?
"교신 오빠!!"
어디서 강다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내 그녀가 내게 핸드폰을 들며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미친 큰일났어 어떡해?"
"또 뭔 일인데?"
"이거 봐봐. 총학생회 페이지에 박동주가 글올렸어."
......
오늘 정말 기네요. 시험이 얼마 안남았는데, 약간 걱정입니다.
이태민 선배, 이거 보고있으면 들으세요. 진짜 그렇게 살지 마세요. 그리고 제발 교회 다닌다고 말하지 말아줘요... 당신 같은 분 때문에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다같이 욕먹잖아요...
그리고 학생회 욕하는 선생님들! 학생회 노예처럼 쓰다가 갑자기 반항하니까 짜증나셨나본데 여러분도 이태민 선배랑 그닥 다를 바 없어보여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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