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나실이의 명치를 위하여...2

주방보조 2017. 6. 24. 09:11

월요일에 퇴근하는 나실이는 매우 심각한 이야기를 털어 놓았습니다. 

팀장이 이일을 별 것도 아닌 일에 호들갑을 떨었다고 말하고

그 소식을 처음 알리고 조처한 일본담당을 불러서 상당한 꾸지람을 퍼부었으며

부총장에게 가서 어떤 보고를 하고 왔는지 모르지만 싱글벙글하며

이 이야기는 절대 아무에게도 해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는 것입니다. 

 

아마 위에는 출장간 여직원이 술이 좀 취해 실수한 것 정도로 이야기하고 덮어버리는 것 아니냐고 나에게 이야기하는 나실이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 갔습니다.

오직 책임자로서 자기 잘못을 감추기 위해 여직원의 당한 그 위험했던 일을 그 여직원의 잘못으로만 돌려버리는 짓이 과연 사람이 할짓이냐 

그 사람 미친 것 아냐? 자꾸 생각이 나서 짜증이...나...

 

화요일 저녁에야 그 여직원은 귀국했고

수요일에 출근을 했습니다. 

원장에게 자초지종을 보고하고 사유서를 써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300만원 가까운 돈을 현지에서 법인카드로 사용한 것에 대하여 설명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카드사용에 대하여는 다시 반환받을 수 있습니다 라고 보고했지만

그냥 놔두라는 팀장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그거 우리가 나눠서 내든 하고 덮는게 낫다. 너 또 이 일로 재무팀에 끌려가서 네가 당한 일 이야기 해봐야 너만 손해다. 

원장에게 제출할 사유서는 그 여직원의 성격대로 꼼꼼하고 정확하게 기록되었지만, 팀장이 일일이 수정해 주어 결국 그 내용은 그저 '제가 실수했고 잘못했습니다'라는 내용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팀장의 보고를 받고 원장은 그 여직원을 불러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 건은 내가 욕심을 부려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둘 것이고, 네게 인사상의 불이익은 없게 해 줄 것이다"

마치 네가 잘못했는데 내가 네 대신 잘못을 담당하는 것이니 너는 내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인 것입니다. 

 

진실은 감추어 지고, 피해자는 범죄자가 되고, 잘못한 자들은 오히려 자비로운 자가 되는 일을 

우리 나실이가 정말 생생하게 목도한 일이 되었습니다. 

 

팀장을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요.

 

...

 

이 여직원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습니다. 

팀장이 가장 아끼고 잘해주고 이뻐하던 남씨 성을 가진 직원의 일입니다.

남씨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나실이보다 몇개월 먼저 경력인정 받고 들어온 사람입니다. 

할아버지가 거부였었으며  연세대 경영과를 나왔고 독일유학도 하고 한화에 다녔던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여의도에서 연세대 음대 나온 친구랑 결혼식을 합니다.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 두고 둘이 함께 독일로 가서 공부를 더 하기로 하였답니다.

이 대목에서 나실이는 정말 남선생이 부러워 죽겠다고 밀했었습니다.  이미 사표도 낸 상태였습니다, 직장에선 송별회도 했고 말입니다.  

 

이 친구가 

베트남 사람들 중에 한국어학당에 돈을 내고 어떤 사유가 생겨 다니지 못하게 된 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수천만원의 미지급금 가운데 

5구좌 약 800만원을 자기 통장에 넣어 횡령하고

재무팀 직원에게 가서 그 관련 전표를 지워달라 부탁하고 기타 수작을 부린 정황이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결혼식에 돈이 부족해서 그랬을까요?

평소 보여준 행태들이 고약했었다고 나실이는 증언합니다. 허위로 시간외수당 챙기기, 법인카드 남용하기, 나실이 개인적으로는 비정규직이라고 인사 안 받기 등등...

 

팀장은 이것도 덮어주려 애를 쓴답니다. 

인간적으로 배려가 깊어서 혹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 생각엔 그 놈이나 저 놈이나 유유상종이라 그런 것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덮어야 자기 관리책임도 덜 것이라는 계산도 있을 것입니다. 

 

이 도둑놈이 어제 빙글빙글 웃으며 그러더랍니다.  

난 독일 가서 세법하고 회계를 공부할거야...

 

들킨 것이 무척이나 억울했나 봅니다. 

 

이런 녀석은 정말 콩밥이 뭔가 맛보여야 할 녀석인데 

 

...

 

아버지

연세대 나온 남자들은 다 그래요?

뭐가

사기나 치고 

그럴리가

 

나실이의 명치 아픈 것에 연세대 나온 남자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같습니다. 

 

...

 

저는 어차피 이 중에서 유일하게 비정규직이고 10월이 되면 그만 둘 사람이니까 중국담당선생 사건을 확 터뜨려 버릴까요?

하두 속이 상하여 나실이가 모여서 성토만 하고 있는 여직원들에게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모두 무엇이라 말했겠습니까? 

꿀먹은 벙어리들이 되었습니다. 

 

인사상의 불이익을 당할 것을 각오하지 않는 한 ... 한 발자국도 더 전진할 수 없다는 것을 다 알기에,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인 것입니다. 

 

...

 

나실이는 

아픈 명치 끝을 이끌고 지금 그 도둑놈 결혼식에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나실이 눈에 신부가 얼마나 불쌍해 보일까...생각이 들다가

 

문득...이거 이러다가 나실이 남성혐오증이 더 도지는 것 아냐...걱정이 물밀듯 밀려옵니다. 

 

   

  

 

  • malmiama2017.06.24 09:57 신고

    에구..거참 어이가 없네요...

    답글
    • 주방보조2017.06.24 11:43

      팀장이란 녀석이 아주 웃긴답니다.
      자기는 진보이고 사회고발 영화를 좋아한다고, 노무현영화도 보았다고...
      살아있다면 노통이 자지러질 일이지요.
      여직원 술 먹이는 일이 주업인 놈이말입니다. 임신한 여직원에게도 술 권하는 놈, 2차 안 간다고 하면 버럭 화내는 놈, 술 안 먹는 나실이 비아냥 대는놈...

      나실이와의 걷기 하는 동안 들은 이야기들은 정말 차고 넘칩니다. 물론 좋은 점도 있긴 하겠지요^^ ㅎㅎ

  • 한재웅2017.06.24 11:38 신고

    조그마한 조직에도 비리는 뿌리깊습니다.
    팀장을 잘라버려야 겠네요.

    답글
    • 주방보조2017.06.24 11:49

      노조에 이야기하는 방법밖에 안 남은 듯 한데...모두들 두려워 한답니다.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일이 너무나 뻔하니...
      내부고발자는...우리나라에선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요즘 연세대 슬로건입니다.
      'Yonsei, leadaing the way to the future(존중하고 존경받는 대학)'

      너무 비현실적이지요...

  • 들풀2017.06.24 22:00 신고


    머 저런 개같은 팀징이 다 있나요

    답글
    • 주방보조2017.06.25 08:52

      그런 것이 소위 연륜인듯 여기는 부류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어느 조직이나...ㅜㅜ

  • 김순옥2017.06.28 08:30 신고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는 사실이지요.
    우선 보이는 피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겠구요.
    존경할 수 없는 윗사람에 대한 슬픈 현실일거구요.
    사회초년생으로서 나실이가 접하는 것들이 많이 아쉽네요.

    가장 존경받아야 하는 학교가 어쩌면 가장 부조리한 곳일지도 모르겠어요.
    나실이에게 화이팅을 보냅니다.

    답글
 

 

 

 

'칠스트레일리아 > 다섯아이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생회장 김교신 29  (0) 2017.06.26
학생회장 김교신 28  (0) 2017.06.25
학생회장 김교신 27  (0) 2017.06.24
나실이의 명치를 위하여...1  (0) 2017.06.23
학생회장 김교신 26  (0) 2017.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