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학생회장 김교신 34...마지막

주방보조 2017. 7. 1. 07:51

34화.

이번 33대 학생회장은 강다영이 무투표 당선으로 선출되었다. 부회장은 2학년 남자 부회장 한종서와, 1학년 여자 부회장 이나현, 1학년 남자 부회장 최정현이었다.

“축하한다 다영아. 드디어 내가 편해지겠구나.”

나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짐을 느꼈다. 나 때 부회장이기도 했으니, 학생회 일에 대해선 어느 정도 다 알 것 아닌가. 특히 나는 강다영과 제일 많이 만나면서 의논을 했었으니 말이다.

“네. 인수인계 잘해줘요!”

웬일로 안쓰던 존댓말을 쓰며 대답하는 강다영. 나는 그녀를 약간 처량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누군가는 짊어져야 할 회장의 무게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거우니까.

“이제부턴 모든 책임이 너한테 가니까 좀 편하네.”

“그냥 회장 1년 더 할래 오빠?”

“그렇게 된다면 난 자퇴할거야. 미련없이.”

“어쨌든, 우리 축제 준비할 때 많이 도와주러 와줘!”

“3번은 찾아갈게.”

“게시판 옮길 때라든가...”

“미안한데, 그건 사절이야.”

내가 뭐하러 38도의 더위 속에서 게시판을 옮기는 뻘 짓을 또 해야 하는가.

“그런데, 이제 Fm인사 같은건 어떡하지? 완전히 없앨까?”

“뭐, 이젠 니가 회장이니까 알아서 해.”

“아직은 오빠가 회장이거든? 난 7월 1일부터고.”

“뭐...니가 처음 그 인사를 했을 때의 기분을 생각해 봐. 그걸 굳이 물려주고 싶냐.”

“그럼 없애는걸로!”

“그리고...학생회실에 있는 16계명도 다 지워. 거기에 무슨 선배에게 대들지 말기 이딴거 적혀있으니까 없애고, 진짜로 필요한 것들을 적어. 화내지 말기, 존댓말 쓰기 같은거, 연애금지 같은거.”

“알겠어.”

“학생회 면접 날짜는 잡았어?”

“응. 다음 주 금요일로 정했어.”

“그럼 그 전까지 인수인계 자료를 만들어서 줄테니까, 그거 잘 읽고 알아서 축제준비 잘 해봐. 특별히 내가 조언을 해주자면, 회장 일이 심각할 정도로 많으니까 애들한테 적당히 잘 분배하고.”

나는 애초에 아무 인수인계를 받지 못하고 시작한 탓에,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만 했다. 그 중 주요 업무였던 것이 예산관리였는데, 사실 총무부의 일이지만 초창기에 내가 예산관리에 대한 일을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총무부 부장인 정재근에게 아무 일도 줄 수 없었다. 나중에 그 업무에 대해 완벽하게 익숙해졌을 땐, 이미 축제는 끝나있었고 말이다.

“아무튼, 이제부터 힘들겠지만 잘해봐. 넌 나보단 훨씬 잘하겠지.”

사실 난 강다영이 부러웠다. 나 때 보다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는데다가, 나같은 사람이 선배였으니까.

......

학생회 면접 전날 밤, 나와 서민지는 아예 공책에 모든 인수인계 내용을 다 정리해서 강다영에게 줬다.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회장이 봐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그리고 세세한 주의사항까지 전부 다.

“부서 별로 인수인계 해줄건 다들 각자 알아서 하기로 했어. 그건 너네 33대 학생회 뽑히고 나서 한 번 만나면 되는거고.”

나와 서민지가 그녀에게 공책을 건네주자, 그녀는 감격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았다.

“와...어쨌든 이거 하나하나 설명 좀 해줘.”

사실 그녀가 부회장이었다고 해도, 모든 것을 알 리가 없었다. 오히려 내 생각보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기에, 설명을 해주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뭐 설명은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나중에 그냥 물어볼 거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서 물어봐. 그리고, 내일 면접인데 질문은 다 짰어?”

“아니, 사실 지금부터 짜야 돼.”

“......”

학생회 면접 심사위원은 현 학생회장과 3학년 여자 부회장, 그리고 새로 뽑힌 학생회장단 4명으로, 총 6명이었다. 모든 지원자들은 당일 신청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바로 면접장으로 들어가는 식이었다.

“질문은 뭐 각 부서별 질문 하나씩이랑, 여러 가지 갈등 상황에 대한 해결 방안을 물어보는 것으로 하자. 그리고 마지막엔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거 있으면 하라 그러고.”

그렇게 면접 질문을 짜고 있던 중, 갑자기 강다영이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아! 그러고보니 되게 재밌네?”

“뭐가?”

“내일 학생회 면접이고, 모레는 슈퍼스타 J야!”

아, 갑자기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과연 슈퍼스타 J는 어떤 모습일까.

“토요일이 슈퍼스타 J 구경 갈거야?”

“당연하지. 김태현이랑 같이 선글라스 쓰고 가기로 했어.”

이미 난 계획까지 어떻게 구경을 갈지까지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였다.
궁금하긴 했다. 학생회의 도움을 받지 못한 그 행사는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 우리 학교에서 스태프 모집한다고 해놓고 아무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스태프는 어찌어찌 해결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제일 재밌는 점은, 오디션 참가자가 너무 적어서 오디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총학생회 페이지에 댓글로 슈퍼스타 J 본선에 진출할만한 친구를 추천하면 매점 이용권을 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물론 그마저도 댓글이 별로 달리지 않았지만.

역시 기대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

다음 날 오후 6시.
학생회 면접을 모두 마치고, 나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은 사회과 교실에 모여서 면접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홍보가 제대로 안된건진 몰라도 신청자가 되게 적네.”

서류를 정리하며 섭섭한 듯 말하는 강다영. 총 12명을 뽑는데, 신청자가 21명 밖에 없었다.
우리는 면접 서류와 심사 평가서를 바탕으로 심사를 하기 시작했고, 2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학생회를 다 뽑을 수 있었다. 물론 봉사부 차장 자리 빼고 말이다.

부장단으론 구연모, 오수아, 이정우, 최영준, 장소명, 채명식이 뽑혔고, 차장단으론 김지언, 박예준, 김주형, 김성민, 김준희가 뽑혔다.

“봉사부 차장을 못뽑겠네 아직...”

아직 결정되지 않은 봉사부 차장자리에, 난 강서윤을 계속 추천했다. 면접을 봤을 당시에 목소리가 작았던 것이 문제였지만, 뭔가 탈락시키기엔 아까웠다.

“그럼, 강서윤에게 2차 기회를 주자. 월요일 점심에 봉사부 부장으로 뽑힌 이정우도 데리고 와서, 2차 면접을 보는거야. 그때도 목소리가 작으면 어쩔 수 없는거고.”

그렇게 봉사부 차장 자리를 남겨두고, 곧 면접 참가자들에게 합격 문자와 탈락 문자를 모두 보냈다.

나는 33대 학생회로 새로 뽑힌 후배들의 이름을 바라보며, 아까 전 면접 때를 회상할 수 있었다.

......

“안녕하십니까, 체육부 부장으로 지원한 구연모라고 합니다.”

면접장으로 들어온 구연모를 보며, 약간 짠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32대 학생회 부회장이었는데, 이젠 체육부 부장으로 지원을 하게 되다니. 작년 면접 질문자에서 참가자가 된 것 아닌가?

“구연모 학생. 만약에 내년에 제대로 된 체육대회를 만들게 된다면, 어떻게 운영할건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습니까?”

나의 질문에, 구연모는 순식간에 굳어버린 채,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어...그러니까요...음...”

천장이 뚫어질 듯 위만 바라보는 그. 이런 것에 벌써 긴장을 하면 어떡하자는건지.

“음...이번에 했던 종목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거나, 선생님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만족스럽진 않은 대답이었다.

“만약에 학생회 선배라는 사람이 와서 33대 학생회의 회의 내용을 다 뒤집어 엎어버린다면, 어떻게 대처하실 건가요?”

“그건 당연히 선배라고 해도 아닌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민지의 질문엔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그 밖에 일반적인 질문들에도 그럭저럭 무난하게 대답하여, 그의 흔들렸던 초반 치고는 무사히 면접을 마칠 수 있었다.

그 다음은 특별활동부 부장으로 뽑힌 오수아.

“안녕하십니까, 봉사부 부장으로 지원하게 된 오수아라고 합니다.”

“오수아 학생, 이번에 우산 대여제를 운영할 계획인데, 학생들의 우산 분실을 막을 만한 방안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벌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꽤나 무난한 대답이었다. 그렇게 신박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그녀는 맨 마지막에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자기를 어필할 수 있는거 준비해 왔나요?”

“제가 봉사부로 3행시를 준비했구요, 교가를 개사해서 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삼행시부터 들어보도록 하죠. 봉!”

“봉지가 있습니다.”

“사!”

“사람이 있습니다.”

“부!”

“부지런히 쓰레기를 주워서 담습니다, 이게 바로 봉사부 아니겠습니까?”

“푸흐흐흐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내용이 웃긴게 아니라, 너무 민망할 정도로 당당한 그 모습이 재밌었다.

“그럼 다음으로 교가 한 번 불러볼게요! 아차산 마루에~ 서광이 어리면~ 줄기찬 학생회는~...”

학생회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나는 다시 웃음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푹 숙였다. 민망한 몇 초가 지나고, 노래가 끝나고 나서야 나는 면접을 마칠 수 있었다.

“네, 면접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저 학생회 꼭 하고 싶습니다!”

“허허허,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봉사부 부장이 아닌 특별활동부 부장이 되었다. 일이 상당히 어렵고 대담함이 필요한 특별활동부에 더 적합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봉사부 부장으로 뽑힌 이정우. 그는 면접 질문마다 모두 모범답안을 제시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뽑힐 수 있었다.

“우산 대여제 분실 막을 방법은?”

“벌점 부여, 학생증 담보, 잃어버린 사람에겐 다신 안빌려주는 제도 마련.”

“학생회 선배가 난리치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일 시엔 쫓아내야함.”

그 밖의 질문들도 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하여 상당히 인상적인 학생이었다.

물론 학생회 면접을 제일 잘 본 것은 홍보부 부장에 지원한 장소명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홍보부 부장에 지원한 장소명입니다!”

시작부터 또랑또랑한 목소리였다. 이미 32대 봉사부 차장을 해봤으니, 어떻게 면접을 볼지 잘 알고 있겠지.

“이번 축제가 28회 일출제인데, 지금 당장 사회자가 되어서 축제 진행을 해보세요.”

그러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막힘없이 술술 진행 멘트를 쏟아내었다.

“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제 28회 자양 일출제 사회를 맡게된 장소명입니다. 이번 축제에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찬조팀들의 공연이 준비가 되있는데요, 저기 대기하고 계신 분들께서 여러분의 함성 소리가 작으면 집에 간다고 하시네요! 여러분, 이번 공연 즐길 준비 되셨나요?”

그러면서 우리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포즈를 취하자, 우리는 재밌다는 듯 네! 하고 호응해주었다.

“에이, 목소리가 너무 작아요! 다시 한 번 준비 되셨습니까?!”
“네!!”

“좋습니다, 그러면 첫 무대부터 만나보도록 하죠!”

막힘없는 진행에 우리 6명은 모두 저절로 박수를 쳤다. 아마 손경식이 지금 여기 있었다면 그녀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리라.

채명식과 최영준은, 면접 내용이 그럭저럭 무난했다. 게다가 그 부서에 지원한 사람이 그들 밖에 없어서, 경쟁 없이 뽑힐 수 있었다.

‘이번 1학년이 기대되네.’

새로 차장으로 뽑힌 1학년들도, 각자 나에게 하나씩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팔을 걷으며 ‘제가 팔 힘이 탑클래스입니다’ 라고 자부했던 체육부 차장 김지언, 면접 때 약간 뜬금포로 으르렁을 무반주로 진지하게 췄던 특별활동부 차장 박예준, 여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는 학예부 차장 김주형, 자신은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며 터프함을 드러낸 홍보부 차장 김성민, 학생회가 너무 하고 싶다는 것을 표출했던 김준희까지.

문득 1년 전이 떠올랐다. 작년 이맘때쯤에, 이렇게 학생회를 새로 뽑고 설렜었지.

......

다음 날.
슈퍼스타 J 당일이 되고, 나는 시간에 맞춰 김태현과 김태환을 만나 행사 장소인 체육관으로 향했다.

“기대되네. 몇 명이나 올까?”

“작년에는 동문들 100명 정도 오고, 재학생들 150명 정도 왔으니까 올해는 더 많지 않을까?”

“모르지. 우리랑 이 난리 났으니 안보러 갈 수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가는 도중에, 우린 이태민 선배와 마주치고 말았다. 그는 검정고무신 만화에 나오는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컨셉을 복고로 잡은 모양이다.
그와 나는 3초간 서로를 차갑게 쳐다보다, 각자 갈 길로 갔다.

체육관에 가자마자 보인 광경은, 체육관 문 쪽에서 박동주 선배가 강다영을 불러 따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33대 학생회는 어떻게든 자기가 차지하려는 거겠지.
나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씨익 웃으며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는 약간 황당하다는 듯 나를 멍하니 쳐다봤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그 앞을 지나쳐서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보조배터리 받아가세요!”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을 때, 나이가 꽤 많으신 분들이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보조배터리와 팜플렛을 나눠주고 있었다. 적어도 박동주 보다는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었는데, 우리 대신 스태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잘쓸게요.”

나는 박동주가 보고있는 앞에서 태연하게 보조배터리와 팜플렛을 받아 챙겼다.

‘역시 받을건 받아야지.’

그렇게 내가 친구들과 관람석에 앉자, 갑자기 체육관 입구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그걸 지금 주면 어떡합니까?”

보아하니, 스태프를 하고 계신 분들에게 박동주가 호통을 치는 모양이었다. 내가 보조배터리를 받았으니 속이 꽤나 쓰리겠지.
결국 나 다음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그 덕에 보조배터리를 받지 못했다. 저런 쪼잔한 경우가 다 있을까. 한 달에 2억 번다고 하면서 보조배터리 하나에 그렇게 난리를 치다니.

이번 슈퍼스타 J는 1회와 2회 슈퍼스타 J 보단 흥행에 실패했다.
동문들도 50명 정도 밖에 오지 않았고, 재학생들도 많이 잡아봤자 5~60명이 왔으니 말이다.
그리고 공연하는 팀의 수도 다섯팀으로 확 줄어버렸다.

“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슈퍼스타 J 진행을 맡게 된 이태민이라고 합니다!”

이태민이 무대에 나와서 MC를 하고 있는데, 무대 가장자리에 쓸쓸히 홀로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김재형 선배가 보였다.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솔직히 여기 오는 것도 쪽팔렸으리라.

공연은 상당히 재밌었다. 특히, 이번 33대 홍보부 차장으로 뽑힌 김성민이 춤을 추는 것을 보고, 나와 친구들은 소리를 지르며 호응해줬다. 진짜 저런걸 걸크러쉬라고 하나. 물론 공연은 5개 밖에 되지 않아서 금방 끝나버렸지만, 김성민이 1등을 하는 것까지 보고 난 만족한 표정으로 체육관을 나올 수 있었다.

“어! 선배님 안녕하세요!!”

체육관에서 나오자마자 양우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인사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의 앞에 있는 박동주 선배에게 한 것이었다.

“야야, 그렇게 90도로 허리 숙여서 인사하지마. 누가 보면 내가 시킨 줄 알겠어!”

양우주의 90도 인사에 당황한 박동주의 목소리도 들렸다. 사실 저런 인사 좋아하면서, 다른 사람들 앞이라고 일부러 저러는 것이 분명했다.

‘우주한테 엿을 제대로 먹었군.’

나는 기분이 더 좋아져서 그곳을 나올 수 있었다.
슈퍼스타 J 관람객은 줄어들고, 나에게 1차로 엿을 먹고, 양우주에게 2차로 엿을 먹었으니, 그의 기분은 상당히 나쁘겠지.

......

월요일 점심시간에 이뤄진 봉사부 차장 2차 면접.
막상 2차 면접을 하니 강서윤의 목소리는 별로 작지 않았고, 여러 질문에도 다 무난하게 대답해서 결국 봉사부 차장에 뽑힐 수 있었다.

“오늘 32대 33대 학생회가 모두 모이는 날이니, 학교 끝나고 학생회실로 와주세요.”

내가 단톡방에 공지를 하자, 32대 부원들은 잔뜩 기대가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와, 빨리 내 직속 후배 만나보고 싶다.”
“이제부터 고생할 애들인가.”
“우리도 이제 끝이네. 개좋다.”
“이쁜 애 있으면 자주 찾아가야지.”

......

그렇게 학교가 끝나고 학생회실에 모두 모이자, 새로운 학생회를 회의 대형으로 앉히고 32대 학생회가 그들의 앞에 일렬로 섰다.

“여러분, 그럼 지금부터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한마디 하고, 깔끔하게 박수치고 끝냅시다.”

“네!”

“그럼 저부터 시작할게요. 싸우지 말자!”

내가 정말 딱 한마디만 하니, 그 다음 모든 부원들이 정말로 한마디만 했다.

“힘들거다 애들아.”
“고생하자.”
“체육부 흥하자.”
“봉사부 할 일 좀 만들어라.”
“게시판 옮길 때 부르지 마라.”
“칠판에 새로 적은 10계명 잘 지켜라.”
“포스터 잘 만들어.”

마지막 유언은 순식간에 끝나버리고, 박수를 친 후 깔끔하게 32대 학생회는 집으로 돌아갔다.
별로 구질구질하게 애들 피곤할 정도로 말을 길게 하지 않는게 최고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32대 학생회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허무하다면 꽤 허무한 새로운 학생회와의 만남이 끝나고,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부터 난 어떤 인생을 살지?’

......

안녕하세요, 벌써 소설이 끝나버렸네요.
오늘 저의 임기도 마지막이라서 딱 맞춰서 깔끔하게 끝냈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셨던 여러분들 정말 사랑하구요!
그래도 이번 편은 마지막이니 그냥 지나쳤던 분들도 다 좋아요 한번씩 눌러주세요. 저도 몇 명이 읽는지 궁금하니까요 ㅎㅎ

그리고 다영아. 이제부터 33대 회장 된 거 축하하고, 힘든 일이 정말 많이 생기겠지만, 지혜로운 너라면 다 알아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냥 제일 해주고 싶은 말은, 너의 부원들을 자식같이 사랑하고, 학생들을 위해 제일 밑에서 보이지 않더라고 최선을 다해 섬기는 회장이 되라는 거. 그것 뿐이야.

33대 학생회 여러분, 환영합니다. 절대 싸우지 말구요! 1년 동안 열심히 수고해주시기를!


그리고 그동안 32대 학생회 수고했어요. 사랑합니다 여러분.
안녕 샤샤 32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