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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샌회장 김교신 10

주방보조 2017. 6. 11. 13:37

10화.

8월의 시작과 함께 19일 남은 축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회의를 시작했다. 일단 가요제에 출연할 찬조팀들을 최종적으로 뽑아야했고, 이번에 자양고 역사상 최초로 시도하는 귀신의 집을 기획해야했다.

찬조팀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탈락시키기엔 너무 아까운 팀들이 많았지만, 학생회 내에 춤을 잘추는 여자 부원들이 많은 덕분에 잘 분석해서 뽑을 수 있었다.

"여러분 이제 찬조팀들 공연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이미 결정된건 자양고 밴드부를 맨첫번째로 하자는건데, 다음 순서는 어떻게 배치하는게 좋을까요?"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장르를 섞어서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자팀과 여자팀을 번갈아가면서 배치해서 관객들이 지속적으로 볼 수 있게 해야합니다."
"춤이 제일 많으니까, 노래-춤2팀-노래-춤2팀-노래-춤2팀-랩-춤2팀 이렇게 하면 딱 좋을것 같은데요?"

부원들도 어느새 회의에 익숙해졌는지, 약간은 들뜬 분위기로 자유롭게 발언했다. 그도 그럴것이, 오디션 준비 때문에 고생하던 최근과는 달리 지금은 학생회실에서 파워냉방 에어컨 바람을 만끽하며 편하게 앉아서 입만 열면 되니까.
물론 그건 그때 뿐이다. 앞으로 더 고생할 일이 정말 많이 남았다는걸 모르니까 편한거겠지. 잠시는 이렇게 마음이라도 편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단 이 순간을 즐기게 해주기로 했다.

그렇게 공연순서 회의가 거의 끝나고, 순서가 다 정해졌을 무렵이었다. 내가 최종적으로 결정까지 하고, 칠판에 써놓은 공연 순서를 지우려던 찰나에 31대 선배들이 학생회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학생회 전체가 한목소리로 인사하자, 기분이 좋았는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선배들은 손을 흔들었다.

"공연순서 정하고 있었어?"

"네. 지금 칠판에 적은 순서가 최종 결론입니다."

이태민 선배는 그 말에 칠판을 가늘게 뜬 눈으로 보더니, 두세번 더 훑어보고는 흥분한 듯 큰소리로 말했다.

"뭐야, 왜 내가 뽑으라고 한 팀이 없어?"

순간 조용해진 학생회실. 나는 그냥 무표정하게 이태민 선배를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32대 학생회 20명의 결론입니다. 회의 하면서 저희의 기준으로 어쩌다보니 탈락이 되었네요. 이미 합격 불합격 통보 문자까지 다 보냈으니, 더이상 변경은 불가합니다."

그러자 급격하게 얼굴이 일그러지는 이태민 선배. 이미 통보까지 다 했다고 하니 차마 번복하라고는 말 못하겠고, 상당히 난감한 듯 보였다.

"아, 걔네보고 합격시켜준다고 말했는데..."

정말 누가 회장인지 자기 자신도 모르는 것일까? 힘없이 의자에 주저앉는 그의 모습을 보며 뭔가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할 수 없지. 결정이 됐다는데. 나는 괜찮아 애들아. 회의 진행 계속해."

쿨한 척 말투는 평상시와 같았지만, 얼굴 표정에서 마음에 안든다는 것이 드러났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다음 주제로 회의를 시작했다.

"이제부터 귀신의 집 운영회의를 시작하죠. 일단 여기에 쓸 수 있는 예산은 50만원입니다. 하지만 어디에 쓸건지 정하기에 앞서서 운영 방식부터 정해야해요. 거의 밑바닥부터 시작하는거랑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먼저 정해야할 일은 질서정리 방식과 귀신의 집 미션 정하기, 입장료 설정, 인원분배, 귀신들의 컨셉 정하기, 참가자들 동선 정하기입니다. 일단 질서정리부터 회의를 해볼까요?"

"야, 잠깐 잠깐. 너 니 자리 가서 앉아봐 김교신"

회의를 막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이태민 선배가 앞에 나오더니 나를 자리로 쫓아냈다.

"얘들아, 내가 지금 이거 공연순서 자세히 보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망해. 이렇게 뒤죽박죽 돼있으면 분위기 엄청 망해서 사람들 다 나갈거라고. 그리고, 귀신의 집은 또 무슨 얘기야? 가요제만 해도 엄청 바쁜데 귀신의 집은 어떻게 운영하려고? 너네 진짜로 망할거다 내가 장담컨대."

학생회 부원들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었다. 이미 결정한 일을 가지고 왜 저렇게 말하는지. 게다가 선배가 지금 회장을 자리에 앉히고 마치 자신이 회장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지 않는가? 그것도 지금까지 회의한 내용을 다 뒤엎는 만행까지 저지르면서.

"괜찮습니다. 저희가 정한거니까, 망해도 저희 탓이죠. 하하하!"

나는 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무마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며 미소 가득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은것처럼 말했다.

"야, 대선배님들 오셔서 구경하실텐데, 특히 박동주 형님까지 오시는데 너네가 망하면 우리도 쪽팔리지."

또 대선배 분들 타령이었다. 게다가 특히 저 박동주 선배라는 분이 거슬렸다. 16년 전에 학생회장 했다는 분이 대체 왜 지금까지 간섭인거지. 솔직히 양현재에 들어가서 공부할 때마다 '양현재 = 독서실 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양현재 담당 박동주' 이 문구를 보게되니 항암제가 필요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학교를 위해 뭔가 해주시는 분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 방식이 잘못되어 있는 것도 틀림없었다.

"일단 나 잠시 어디 가니까 귀신의 집을 하든 뭐 마음대로 회의해. 나 이따가 돌아올 때까지 공연순서도 제대로 정리하고 귀신의 집 운영 회의도 완벽하게 해놔. 내가 보고 판단할테니까. 김교신 나와서 회의 진행해."

누가 누구한테 명령인지. 이쯤되면 정말 누가 회장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분간을 못할것이라 생각했다.

...

선배들이 나가고나서, 한차례 폭풍을 겪은 듯 모두들 무기력하게 축 늘어지는 상태에 이르렀다. 어차피 회의해봤자 선배들이 또 와서 난동을 부릴텐데, 해서 뭐하나 싶기도 하고.

"야, 김교신, 저 오빠들 간섭좀 어떻게 해주면 안 돼?"

답답했는지, 신정화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아니 무슨 회의를 하면 내용을 다 바꾸잖아. 이러면 우리 여기서 회의하는 의미가 없어."

맞는 말이다. 나도 마음같아선 선배들에게 찾아오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솔직히 못할 것도 없었다. 저번에 김재형 선배에게 축제 인수인계는 거의 다 받았으니. 단지, 한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과연 부원들이 선배들과 나를 두고 선택하라 하면 나를 선택할까?'

난 아직 완벽하게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현재 제일 굳건하게 믿을 수 있는 부원은 김태환과 신정화 둘 뿐이었으니.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아직 도움 받을만한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일단 선배들 참견은 한 번 말해볼게. 너네만 괜찮다면 말이야."

그러자 학생회 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지금 이 상황에서 선배들 참견이 좋다고 하면 그건 정신병자니까. 그런데 문득 강다영이 나를 다급한 듯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학생회실 문 쪽을 보라는 신호를 주면서 말이다. 그리고 3초 후, 강다영이 왜 그런 눈빛을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학생회실 문이 열리고, 아까 어디 간다고 했던 선배들이 학생회실로 들어왔다. 누가 봐도 '나 정말 화났다'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표정을 하고서 말이다.

그들은 가방을 가지러 왔던건지, 가방만 조용히 챙기고 학생회실 밖으로 나갔다. 우리가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했지만, 다 무시하고 그냥 말없이 나갔다.

"개빡쳤나보네"

신정화의 상황설명에 모두가 한숨을 푹 쉬었다. 이것을 어떻게 수습하지 라는 의미이리라.

"정신병자 아니야? 왜 엿듣고있냐"

손경식은 대단히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그도 선배들에게 대단히 쌓인게 많은것 같았다.

"아까 정화 언니가 말할때부터 계셨어요."

강다영의 말에 한층 더 무거워진 학생회실의 분위기. 나는 침착한 마음으로 회의를 다시 시작했다.

"시간이 없으니 회의부터 빨리 끝내도록 하지요. 저도 이 회의가 끝나야 예산안을 결재받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회의를 진행했다. 어차피 이 기회에 사이 틀어지면 뭐,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


오늘은 어제보다 더 짧아서 죄송합니다. 너무 피곤해서 빨리 자고싶어요... 축구를 너무 열심히 했더니 ㅎㅎㅎ
구독하는 분들은 많은것 같은데 좋아요는 점점 줄어만가니 참 슬픕니다...ㄸㄹㄹ
아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BJ인 이티님이 소설을 봐주시더군요. 허허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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