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학생회장 김교신...3

주방보조 2017. 6. 11. 13:27

3화.

학교가 끝난 후 나는 부회장들을 먼저 선배들에게 보내고, 서둘러 창의체험부로 갔다.
지금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선생님께 알려서, 무서운 선배들로부터 학생회를 지켜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일단 2학년 부회장인 서민지에겐, 선배들이 찾아와서 생기는 악습을 끊으러 교무실로 간다고 말해놓았다.

"오, 교신이 왜 왔어"

축제 담당이신 최영배 선생님이 나를 보자마자 반겨주셨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잠깐의 심호흡을 하며 나는 의자에 앉았다.

"지금 뭔가 학생회는 크게 잘못되어 있는것 같아요. 들어보니까, 찬조공연 오디션때 대선배 분들이 찾아와서 기합을 주고 그랬다더군요. 이게 요즘 시대에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그러자 선생님은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그 말은 누가 해준거니?"

"31대 학생회장 김재형 선배입니다."

"흐음...하긴 그러고보니 확실히 작년에도 학생회 대선배들이 찾아오긴 했는데... 기합을 주고 그런 모습은 본 적이 없는데?"

"선생님이 보고 계시지 않을 때 일어난 일 아닐까요?"

"음, 그래서 말하고 싶은게 뭐야."

"일단 이번 찬조공연 오디션때, 선생님이 끝까지 남아계셔서 저희를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뭐...그 정도야 해줄 수 있지."

역시 이 선생님은 좋은 분이었다. 일단 한시름 덜었으니, 학생회실로 가서 선배들 잔소리 한귀로 흘리고 집가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바로 그때 교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맷돼지마냥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어오는 두 남자가 있었다. 김재형 선배와 이태민 선배였다.

"선생님, 김교신이 지금 무슨 얘기 했어요?"

갑작스러운 등장에 엄청나게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난 표정만은 침착하게 지었다.

"오, 마침 잘왔다 너네. 작년에 대선배들이란 사람들이 와서 난리를 쳤다며?"

그러자 눈시울이 붉어진 상태로 흥분을 하며 노발대발하기 시작하는 선배들.

"대선배 분들 중에 그런 분 한 분도 안계세요. 진짜 다 좋은 분들이에요. 지금 얘가 하는 말은 다 거짓말이에요."

분노가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선배들을,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응대해줬다. 선생님들은 나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음, 교신아. 그럼 그냥 작년 그대로 하는게 좋아. 쟤네 말대로 선배들이 다 나쁜게 아니잖니?"

갑자기 맞은편에 계시던 학생회 담당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리고 연이어 다른 선생님들도 그 말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맞아, 그냥 일단 선배들이랑 만나보고, 그 다음에 끊든 말든 결정하는게 낫지. 꼭 너의 주장만이 옳다고 볼 수는 없잖아?"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는 순식간에 고집세고 겁이 많은, 그리고 헛소문을 과장되게 말해서 괜히 선배들과 척을 지려 하는 회장이 되어버렸다.

"제가 지금 들은 소문은 바로 저기 있는 31대 선배들한테 들은겁니다만?"

상황을 역전하기 위해 내가 한마디를 내뱉었지만, 그러기가 무섭게 선배들이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저희는 저런 말 한 적이 없어요! 괜히 헛소문 듣고 혼자 제멋대로 판단해서 말하는거 라니까요?"

일단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 난감해진 선생님들은, 평소 싹싹하게 자신들을 대하던 선배들의 말을 더 믿으시는 눈치였다.

"너네끼리 얘기를 해보는게 먼저일것 같으니까, 일단 가봐."

"그래 교신아, 너네끼리 오해를 풀어야 할 것 같네."

"......"

그 말을 끝으로 선생님들은 각자 업무에 들어가시고, 더 이상 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눈치였다.
그러자 이태민 선배가 아직도 식지않은 눈빛으로 나에게 말했다.

"너 같이 학생회실 좀 가자."

...

학생회실에 도착하니, 부회장들이 매우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었고, 그 앞엔 내가 모르는 선배들 몇 명이 앉아있었다.
보아하니, 서민지에게 내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추궁한 후 창의체험부로 달려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 와중에 상당한 압박을 줬으리라.

"교신아, 내가 너한테 여러가지 실망한게 있는데, 일단 너 왜 선거운동 기간에 31대 선배들한테 인사 안했어?"

이태민 선배의 말에 기가 막혔다. 아직 학생회장 당선된것도 아닌데 내가 인사를 꼭 해야할 의무가 있는가? 아니, 게다가 나는 아는 선배들한텐 다 인사를 하고 다녔다. 물론 나의 인사를 무시하는 선배에겐 안했지만.

"그리고, 방송부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는데 아까 그 태도는 뭐야? 게다가 지금은 뭐 대선배들 욕하면서 선생님들한테 고자질까지 해? 제정신이냐? 지금 너같은 회장을 내세운 얘네 부회장들은 무슨 잘못인데?"

쉴 새 없이 질문들이 나에게 들어왔지만, 하나하나 설명을 해줬다.

"일단 제가 모르는 선배가 많은데 어떻게 다 얼굴을 외워서 인사를 하죠?"

"선배가 아니라 선배님이라고 불러라."

"아, 네 그래요 선배님. 그리고 방송부와의 사이는 저의 방식으로 하겠다고 한거고, 아까 선배가 대선배님들에 대해서 한 얘기를 듣고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 회장이 세상에 어디있을까요?"

"내가 무슨 얘기를 했는데?"

"아까 김재형 선배님이 대선배님들이 평가서 찢고 기합준다고 그랬잖아요?"

그러자 김재형 선배가 눈을 크게 뜨면서 말했다.

"난 그런 말 한 적이 없는데?"

저렇게 우기니까 말문이 막혔다. 바보가 된 느낌이랄까.

"아 됐고, 그냥 너 보니까 니네 학생회 어떨지 다 알겠다.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회장 밑에서 일하는 부회장들도 참 불쌍하네. 내가 대선배님들한테 절대 오지 말라고 잘 말씀드릴거고, 우리한테 인사도 하지마라."

"네, 그러죠."

지나칠 정도로 태연한 나의 모습에, 선배들이 오히려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제부터 학생회실 너네 꺼니까 잘 쓰고."

"네, 원래 그럴 생각이었어요."

"야 얘들아 가자."

그렇게 선배들이 학생회실을 다 나가자, 부회장들은 긴장이 풀린 듯 한숨을 지었다.

"근데 우리 인수인계는 어떻게 받아? 축제 준비에 대해선 잘 모르잖아."

서민지의 말과 동시에 느껴지는 불신의 눈빛. 그리고 기가 죽어버린 1학년 부회장들을 보니, 일이 한참 잘못되어 버린 것 같았다.

"아, 그냥 답이 없는 것 같다. 내가 그때 너를 말렸어야 했는데."

그 말을 하고 서민지가 나가자, 그 뒤를 부회장들이 따라 나갔다. 모두 나에게 화가 난 표정이었다.
가슴이 극도로 먹먹해지는 기분. 더욱이 삭막한 학생회실에 홀로 앉아있으니 갑자기 미쳐버리고 싶었다.
부회장들의 입장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도 심한 압박을 느꼈을테고, 내가 독단적으로 행동해서 부회장들에게 피해를 끼쳤으니까.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팠다. 다, 내 잘못인 것 같았다.

...

오늘은 좀 기네요. 늦게 올려서 길게썼습니다 허허. 아, 그리고 이번 33대 학생회장단으로 강다영, 한종서, 최정현, 이나현 학생이 단일후보로 나와 당선됐습니다. 약간 소식을 늦게 전했지만 모르셨던 분들은 많이 축하해주세요 ^~^


저기요 사과문 올리시면 되는데 ㅎㅎ 자꾸 글을 쓰게 만드시네요..

'칠스트레일리아 > 다섯아이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생회장 김교신...5  (0) 2017.06.11
학생회장 김교신...4  (0) 2017.06.11
소설에 대한 삽입문  (0) 2017.06.11
학생회장 김교신...2  (0) 2017.06.11
학생회장 김교신...1  (0) 2017.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