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학생회장 김교신...2

주방보조 2017. 6. 11. 13:24

2화.

"오, 니가 이번에 당선된 32대 학생회장이구나"

동그란 안경을 쓰고, 꽤 다부진 체격에 카리스마가 있어보이는 인상을 가진 그의 이름은 박동주.
자신은 16대 학생회장이었다고 소개를 하며 흥미롭다는 듯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곧 이어 별별 이야기를 다 하기 시작했다.

점점 길어지는 그 이야기를 한 귀로 흘리면서 듣고 있다가, 갑자기 그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는 학생회장이 왜 되려고 한거니?"

문득 정신이 든 나는, 약간의 뜸을 들이다가 가볍게 던지듯이 대답했다.

"학교를 바꾸고 싶어서요. 불편한 점도 많고, 재미도 없고, 공약을 다 실현시키기 위해 된거죠"

"오 역시 너는 나랑 비슷한 면이 있구나. 나도 학교를 개혁하기 위해 대단한 일들을 많이 했지. 이번 회장은 나랑 닮은것 같아서 좋아."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어서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렇게 나빠보이진 않는 사람이었지만, 뭔가 기가 빨려나가는 기분이랄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회장이 되자마자 일단 선배들부터 다 끊어버렸어. 왜 후배들이 선배를 접대해야돼? 선배가 후배들을 챙겨줘야지."

맞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에 대해선 나도 수긍할 수 있었다. 다만, 지극히 학생회 우월주의에 빠져있는것이 문제였다.

"학생회는 말이야, 모든 동아리의 위에 있고, 모든 학생의 위에 있고, 모든 선생의 위에 있어. 그걸 잘 알아둬야해. 특히 동아리들을 학생회가 휘어잡아야지, 그게 정상인거야."

그 말을 듣고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질문을 던졌다.

"학생회는 학생들의 위에 있는게 아니라 아래에 있는것 아닌가요? 저는 군림이 아닌 봉사를 하는 것이 학생회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자 그는 안경을 다시 고쳐쓰더니,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언성을 높였다.

"그건 물러터진 소리야. 그런걸 뭐라고 하는지 아니? 이상주의라 하는거야 이상주의. 이거 교육을 좀 받아야겠네."

그 이후로 쏟아지는 말들에 나는 귀만 열고 뇌를 닫아버렸다. 지금 내가 조언을 듣는건지, 북한 주체사상 교육을 받는건지...

...

다음 날 학교에 가자마자, 31대 학생회장인 김재형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교신아, 방송부 부장이랑 축제 얘기 해봤어?

"네 뭐, 서로 좋게좋게 빌려줄 수 있는거 최대한 빌려주기로 했어요."

-뭐??미쳤어? 설마 롱핀조명 두 개 다 빌려주기로 했어?

"네 당연하죠 두개 필요하다 하는데."

"하...너 일단 나랑 얘기 좀 하자. 점심시간에 등나무 밑으로 나와. 지금 내 옆에 태민이도 화났으니까."

아무래도 홍보부 부장인 이태민 선배를 말하는 것 같았다.
일단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내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한 걸까? 방송부 부장과 서로 축제때 필요한거 다 빌려주기로 했는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 것인가?

점심시간이 되고 등나무 밑으로 가니, 그 선배들이 먼저 앉아있었다.
내가 마주 앉자,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이태민 선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야, 롱핀조명이 하나에 얼만지 알기나 해? 그거 고장나면 수리비 몇백만원인데 물어줄 자신 있어?"
"......"
"고작 방송부한테 마이크 몇 개 빌리면서 엄청나게 비싼 롱핀조명을 빌려줘? 넌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

롱핀조명이라는게 얼마나 비싼지 몰랐기에 일단 할 말은 없었다. 단지 한가지 알 수 있는건, 이것이 너무나 쪼잔한 논리라는 것이었다.

"방송부는 학생회의 밑이라는걸 몰라? 진짜 회장이 이렇게 무능하면 어떡하자는거야?"
"......"

대체 어느 누가 방송부를 학생회 밑이라고 생각하는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나는 방송부와 싸울 생각도 전혀 없는데다가, 현재 부장과도 친한 사이였기에, 방송부와 사이좋게 지낸다고 하는걸 왜 저렇게 반응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

"너 이제부터 방송부랑 어떻게 싸울건지 말해봐."

김재형 선배가 나에게 질문을 던지자,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바로 대답했다.

"안싸우면 되는거죠."

그러자 피식하며 나를 한껏 비웃는 두 선배들의 표정엔, 어이없음이 가득 묻어나오고 있었다.

"너 대선배님들이 보시면 진짜 큰일나겠다. 대선배님들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알기나 해? 너네 찬조공연 오디션 때 와서 평가서 찢고, 단체로 기합주는 분들도 있어. 근데 이런 꼴 보면 어떻겠냐? 너 하나 때문에 다른 학생회 부원들도 피해보는거야 알아?"
"......"
"야, 얘는 진짜 답이없다 어떡하냐.."
"김교신 너, 방과후에 부회장들 데리고 학생회실로 와라. 4시까지."

그렇게 대화를 마치자, 뭔가 모든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

11시 50분에 집에 들어와서, 급하게 한 편 썼습니다.
너무 늦어서 죄송하군요...
참고로 저 위에 나오는 롱핀조명은 30만원~ㅋㅋㅋㅋㅋㅋㅋ 몇백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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