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교신, 당근을 물다...

주방보조 2013. 9. 17. 23:17

2학년 1학기 성적중 영어와 수학에서 충신이의 기록을 깨고 최저점을 받은 교신이를 위하여

지난 여름방학 중에

나실이는 성문기본영어를 대충 한번 가르쳐 주었습니다.

저는 수학을 담당했는데, 2학년 1학기 문제집에서 수와계산만 지켜봐 주었었습니다.

여름방학이 얼마나 짧은지, 그리고 일주일간의 축구특강 및 시합까지 있어서 겨우 18일을 도와 주었습니다.

방과후 수업이 오로지 밖으로 나가는 탈줄구 역할만 할 뿐 전혀 소용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내린 결론이었는데

녀석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비교적 고분고분 따르긴 했습니다만

뭐 그동안 2,3년을 까맣게 놀아버린 녀석에게 무슨 도움이 되었겠습니까? 

개학을 하고나니

다시 모두 도루묵...이 되는 듯 보였습니다. 여전히 게으르고 놀기에만 바쁘고...

 

보름쯤 전에 그동안 애지중지하던 축구화를 잃어버리고

축구화 타령을 하길래

당근을 하나 툭 던졌습니다.

 

네가 이번 중간고사에서 60점이상을 맞으면, 1+1 지원금을 주겠다. 네 돈 5만원을 내면 내 돈 5만원을 보태주겠다.

그러니까 네 돈 5만원으로 5만원짜리 축구화를 살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수학만이라도 60점 이상을 맞으면 10만원짜리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해보겠느냐?

 

놀랍게도^^

교신이는 이 당근을 별 입질도 없이^^덥석 물었습니다.

물론 50점이면 좋겠다는둥 흰소리를 하긴 했지만...말입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수학공부를 한다고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어제, 모르는 문제를 모아 놓았다며 도와달라고 문제집을 펼치는데...수학문제집들은 예전엔 깨끗하였는데 이번 것은 상당히 달랐습니다.

빗금표시 체크표시 별표시...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별 표시를 한 것이 9개...

아내의 증언에 따르면 새벽 3시 반까지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커피 두 잔을 마셨다나...

 

오늘, 수학시험이 끝났고, 중간고사도 끝이 났습니다.

저녁 9시까지 놀다 들어온 이 뻔뻔한 막내 아들놈이

들어오지마자 수학시험이야기를 늘어 놓았습니다.

채점해 보니 59점인줄 알았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잘 모르는 것 하나를 찍었는데 운 좋게 맞았다. 그게 3점짜리였다. 그래서 수학은 62점이다.

녀석의 호들갑은 너무 늦게 들어 온 죄를 슬쩍 넘어가려함이었을 것입니다만

이미 새벽 3시반까지 공부를 하였다는 기특한 일이 있었으므로 혼 낼 생각은 아예 없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식 하나를 던져 주었습니다.

 

보통 자기가 채점한 점수에서 10%를 빼는 것이 실제 점수일 경우가 많다고...ㅎㅎ

 

... 

 

당근을 덥석 문 적토마^^...교신이가

그 당근을 꿀떡 삼킬 수 있을지...중간고사 성적표가 나오는 다음 주가 무척 기대 됩니다.  

 

그리고

당근없이도...

이번에 보여준 열정으로

자기에게 주어진 길을 힘차게 달려나갈 교신이가 되기를...간절히 기대합니다.

 

 

 

 

 

  • Shir2013.09.17 23:45 신고

    아, 정말 좋아요.
    교신이 당근, ㅋㅋㅋ 맛있겠다~
    *^^*
    추석 인사드리려고 왔다가 만난 즐거운 소식~
    감사해요.
    이미 그 모양새가 한껏 징그러워진 교신이지만,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충신이도, 교신이도...
    제겐 저버릴 수 없는 신뢰의 대상이네요.
    아마도 그 부모님이 어떤 분이신지 아는 까닭이지 않을까도 싶은데... 암튼...
    칠스트레일리아에 추석을 축복드리며 지나갑니다.*(_._)*

    답글
    • 주방보조2013.09.18 00:29

      고맙습니다. 님도 복된 추석...되십시오.

      이글은 원래 친구공개로 올리는 것인데 깜빡 그냥 올라갔네요^^
      린님때문에 그냥 놔두어야겠습니다. ㅎㅎ

      지난 3월부터 다섯아이키우기는...모두 공개에서 친구공개로 전환했었답니다. 맏아들놈때문에...
      그래서 친구신청 바란다고 공지도 하고...그때 인사동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 Shir2013.09.18 00:46 신고

    저 때문에 의도하신 바에 지장이 있어서는 아니되옵지요~
    송구하나마 친구신청 드리고 갑니다.
    본래 뜻하신 바대로 '친구공개'로 돌리시라고...*^^*

    답글
  • 한재웅2013.09.18 07:19 신고

    계속 당근책을 쓰심이 어떨런지요^^
    좋은 한가위 되시기 바랍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9.18 19:08

      예, 한 선생님도 즐거운 추석을 맞으십시오.

      당근을 덥석 물어 깜짝 놀랐습니다.
      언제나 쎈 척만 해서...그런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줄 알았거든요.
      앞으로 종종 ... 사용해야 할 듯 싶습니다. ^^

    • malmiama2013.09.20 09:04 신고

      당근~입니다^^

    • 주방보조2013.09.20 16:19

      교신이가 두번째 당근을 물었습니다.
      다음에 학기말 고사에서 수학 80점이상을 받으면
      자전거탈 때 입는 젤바지?를 사주기로 하였습니다.

      어제 의정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요도통증?이 다시 시작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