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는
어려서는 우리집 다섯별들중 가장 빛나는 별이었습니다.
유치원도 유치해서 홀로 가지 않고...
태권도는 형의 2품을 넘어 3품까지 따냈으며...
피아노는 체르니40번 입구까지 쳐서 다른 별들에 좀 못 미쳤지만
받아쓰기든 수학이든 100점을 원경이보다도 더 많이 받아왔으며...
3학년 2학기부터 시작된 학급회장, 전교부회장, 그리고 마침내 전교회장까지
그 빛나는 초등학교 시절의 "발광'^^은 전무후무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말처럼
6학년 2학기부터 찾아온 캄캄한 사춘기의 동굴은 중학교 입학과 함께 녀석의 날개를 꺽고 모든 것을 뭉개버렸습니다.
가수가 되겠다.
백댄서가 되겠다.
축구를 하겠다.
그러더니
따뜻한 미소도 사라지고
섬기는 리더쉽도 어디론가 없어져버리고
자신감도 찾을 수 없고
그리고
영어와 수학...그 중에서도 수학은 가히 필설로 다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점수가 자기 나이의 두배정도?ㅜㅜ
이제 중2...
여름방학이 중요하다 싶어서
방과후 수업 듣던 것, 오직 나가 돌아다니는 구실만 될 뿐이므로 모두 그만 두게하고
마지막 수단으로 아버지의 결의에 찬 간절한 호소와 함께 아침과 저녁으로 영어와 수학을 집에서 공부하게 하였습니다.
아침엔 나실이가 영어를 감독하고 시간당 2500원의 알바비를 받고 있으며
저녁엔 제가 직접 나서서 무료로^^ 2학년 1학기 수학문제 풀게 하고 감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쨌거나 그렇게 공부해보겠다고 한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워서...수학공부감독을 저는 살살 하는 편입니다.
풀었니?
예
답은 맞춰봤고?
아니요
답을 맞춰봐야지
알았어요
직접 보지도 않고 ...이 정도로 넘어갑니다.
그러다가
며칠전 큰 마음 먹고^^, 녀석이 풀었다는 문제집의 '식의 계산'단원을 살펴보는 중
답만 여기저기 드문드문 달랑 적혀 있는 가운데
하나도 손을 대지 않은 문제집단을 보았습니다.
이건 뭐야? 물으니 고개를 비스듬히 들어 저를 빤히 보면서 설명을 하는 데...^^
우리집 똘똘한 막내가 수학공부를 못하는 결정적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이 문제하구요 저 문제는 아는 것 같아서 안 풀었구요
요 문제하고 조 문제하고는 전혀 알 수가 없어서 안 풀었어요.
ㅋㅎㅎㅎㅎㅎㅎㅜㅜ
아는 것처럼 보이면 알아서 안 풀고
모르는 것처럼 보이면 몰라서 안 풀고...
자 이제 공부 못하는 원인을 알았으니 처방을 내놔야 하는데...참 어렵습니다.
자기는 문제를 풀기 위해 연습장에 풀이과정을 쓰는 노가다는 하기 싫다고 그걸 왜 하느냐고 우기고 있거든요.
교신아
아는 것같이 보이는 문제는 확인을 위해서 풀어보고
모르는 것같은 문제는 정말 모르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풀어봐야지
수학은
노가다를 통해 세워지는 건물이란 말이야...
날마다 설득 중이긴 한데 말입니다...휴...
-
고생 많으십니다. 마치 지난 날의 저를 보는 것 같습니다.
답글
결국 저는 아들들을 억지로 공부시킬 수 없단 결론을 내리고 일찍 두 손 들었습니다만...
아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아들...
포기조차 되지 않는다면 그건 너무 힘든 일 같습니다.
아마 내버려둬도 저 나름대로 복된 삶의 인도가 기다리고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리 믿기로 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 -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 변천사^^를 보는듯 합니다
답글
저도 우리아이 세살 때는 천재인줄 알았고
초등학생때는 영재~ 중학교 때는 범재
고등학교에서는 둔재~인가? 했답니다.
근데 이제는 직장도 다니며 곧 아내도 맞을 성인이 되어 버렸네요
교신이도 성장통을 앓고 있지만 멋지게 성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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