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진실, 첫 직장을 떠나다...

주방보조 2013. 8. 6. 12:18

7월31일

진실이가 ㄷㅅ문화사에 입사한지 130일만에 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나실이와 그날 아침 롯데시네마에서 '설국열차'를 감상하고 있었는데

진실이는 회사에서 그 시간 짐을 싸고 있었습니다.

 

그동안에 가져다 놓은 짐이 좀 되어 그런다고...

버스정류장으로 쇼핑카트를 가져다 달라 하는 녀석의 목소리엔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습니다.

함께 집으로 걸으면서

우리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괜찮다, 잘했다, 수고했고...그 말외엔...

 

...

 

경제적으로 어려운 그 작은 회사 사장님에겐

저의 맏딸처럼 부족한 직원을 잘못 뽑아 많이 마음 고생했을 것이라 생각되어 미안하지만

저의 딸은

인생의 첫 직장에서 넉달동안 좀 아쉽지만 좋은 인생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생각하려 합니다.

 

...

 

다음날

통장으로 들어온 마지막 월급에서

매달 제게 주던 20만원이 든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ㅎㅎ..."이번엔 됐다"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을 '미래를 위해' 꾹 눌러 참았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했습니다.

 

이제 직장이 없어졌으니 돈이 궁하겠구나

월급 반만 받아서 나머지는 10월에 주신다고 했으니까 괜찮아요

지금 얼마나 있어?

이번달엔 10만원쯤?

알바라도 해야되겠네?

헤헤헤

설겆이 알바라도 다시 할래?

좋아요.

하루 일당이 3천원인 것은 알지?

 

...

 

세상이

설국열차의... 칸칸이 이어지는 갑과 을의 피 튀기는 쟁투의 장이라면

가정은

거기서 얻은 그 상처를 치유하는 온실이어야겠지요.

 

...

 

아...

우리의 온실은 작고

설국 열차는 거대하다는...현실 앞에

온실지기 아버지는 자꾸 작아지고 있습니다.

 

 

 

 

 

  • 한재웅2013.08.06 13:03 신고

    따님의 경험은 앞으로 사회생활하는데 자양분으로 작용할 겁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8.06 15:45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작심 삼일...인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휴 함숨만 쉬고 있습니다.^^

  • 김순옥2013.08.06 14:38 신고

    아침에 회사에서 제공하는 영화 설국열차를 보았습니다.
    매 달 합동조회를 하는데 새로 온 부장님의 배려라고 명동시지브에서요.
    끝나는 장면이 좀 허무했답니다.

    진실이 이야기가 웬지 슬프네요.
    도약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하면서도
    진실이가 짐을 싸서 나올 때의 모습이 생각나네요.

    짧은 시간이지만 분명히 돈 외에도 얻는 게 많았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더 좋은 곳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것두요.
    화이팅을 보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8.06 15:57

      내일 알바자리가 하나 있다고 면접보러 간답니다.
      수입은 첫 직장보다 조금 나은 것같은데... 알바라도 좋답니다. 아버지 눈치보지 않아도 되서 그러는듯...^^

      전 설국열차를 보면서...올드보이가 자꾸 생각났습니다. 다르지만 뭔가 비슷한 듯한 ...

  • coolwise2013.08.06 15:18 신고

    나를 위해 예비된 일자리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입니다.
    이곳이 나의 평생 직장이겠구나.. 하는 자리가 언젠가 나타날 겝니다.
    짧으면 1-2년 길면 4-5년간을 단련받기도 해요.
    힘 내소서............. ㅎ.


    답글
    • 주방보조2013.08.06 16:02

      대학생활 성실히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스팩은 없다고 우겼던 것이 기억나서
      미안하다, 아버지가 잘못해서 ... 네가 고생이다, 그랬더니
      할머니랑 똑같다고 딸들이 웃더군요.
      이것도 유전인지...그냥 미안하기만 합니다.

      젊은 아이들에게 요즘은 우리때 보다 확실히 더 어려운 상황인듯 합니다.

      격려 고맙습니다.^^

  • 이사야2013.08.06 23:58 신고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받을 온실이어야 하는 가정...
    가족은 이 험하고 비정한 세상을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들을 가엾이 여겨서
    보내주신 주님의 유일한 은혜요, 선물이겠지요.

    갑과 을이 공평한 복된 세상 따위... 저는 믿지 않게 된지 오래입니다.
    주님이 다시 오시는 그날을 바라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리라 생각할 만큼 말입니다.

    설국열차... 제가 몹시 실망한 영화인데...
    오히려 더 테러 라이브가 나았던 것 같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8.07 06:39

      갑의 횡포에 대한 분노는 있지만
      그것을 견뎌내는 힘을 기르는 것만이 을의 살 길이라는 점...그렇게 가르쳐야 하는 현실이 슬픕니다.

      저는 설국열차, 싸이파이적 황당함을 즐기는 편이라 그런지 그냥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결말부분이 너무 통속적이라 허무했지만, 싸이파이들이 다 그러니까 그러려니 했습니다.

  • malmiama2013.08.13 10:49 신고

    이제야 봤네요.TT

    진실이가 직장을 관뒀군요.
    따뜻한 가정에서 다시 힘 얻어 밖에서 더 좋은 기회를 얻길 기도하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8.13 17:05

      어제부터 3개월짜리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란 곳인데...식비포함 하루 5만5천원 준다더군요.
      어제는 하루종일 문서 카피만 했답니다. 음... 욕심이 크게 없어서, 이것으로 일단 안심하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저만 안이 달아 제대로 된 직장도 계속 알아보라 괴롭히고 있지요^^

      첫직장은 진실이에게 악몽같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이 많은 사장의 독선이 ... 거의 폭군수준이었답니다. 번역문제에 대한 가벼운 항의...후 다음날 해고...쩝,

  • 이요조2014.03.20 08:44 신고

    진실이에겐 쓴약이지만 몸에는 약이겠지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