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고양이...

주방보조 2013. 7. 28. 23:24

우리 아파트 지하에는 길고양이들이 삽니다.

경비아저씨들도 착하시고

아파트 주민들이 모두 착해서인지, 후다닥 튀는 놈들 때문에 가끔 깜짝 놀라는 일이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그냥 내버려 둡니다.

 

월요일

새끼 길고양이 한마리가 어미를 잃었는지 홀로 비척거리며 아파트 앞길을 서성였습니다.

1층사는 아주머니 한분이 우유를 가져다 주기도 하여 겨우 살아내는 듯 보였습니다.

불쌍하다...여기면서도 저는 책임질 수 없는 행동이 싫어서 속으로만 잘 살아내기를 빌뿐이었습니다.

 

화요일

나실이와 교신이가 그 고양이에게 참치캔 하나를 가져다 먹였습니다. 너무 이쁘다고...키우고 싶다 하였습니다.

 

수요일

충신이가 바나나우유와 참치를 먹였습니다.

충신이는 거의 두시간 가량을 그녀석과 함께 아파트 뒷문현관에서 그 좋아하는 게임도 접은 채 시간을 보냈습니다.

키울 수는 없다는 제 말에 왜요?라고 묻는 표정이 영 마뜩치 않았습니다.

저녁9시 조금 넘어 교신이와 제가 이층 창문에서 내려다보니 큰 고양이들이 충신이가 가져다 준 참치를 다 먹고 있었고

아기고양이는 인도한복판에서 사람들도, 개도, 겁내지 않고 오직 중고양이들만 피하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목요일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와 아들놈들의 방을 환기시키려 방문을 여는 순간

충신이와 교신이 머리맡에 길게 누운 작고 가느댕댕한 고양이 한마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형이 데리고 와서

자기 배 위에 재웠다는 교신이의 증언이 뒤따랐습니다.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마눌님의 놀람으로 인한 비명과 호통이 속사포처럼 쏟아졌습니다.

고양이가 접촉한 옷가지와 이불들을 내놓으라, 방을 다 치우고 걸레로 닦아라...예방접종도 안한 짐승을 집에 들여놓다니...

집에서 쫓겨난 고양이는 현관 앞에 가엾게 쪼그리고 한참을 있다가 아래층으로 내려갔습니다.

 

금요일

원경이 진실이까지 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나실이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저와 함께 반대하는 입장에 섰습니다.

아내는 쫓아낸 것이 미안한지 화단에서 풀뜯고 놀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찾아보고 잘 놀고 있다고 안심하는 듯 보였습니다.

 

토요일

친구 생일에 간다고 나갔던 충신이가 새벽1시에 집에 들어오는데

그 고양이를 안고 들어오다, 엄마에게 틀켰습니다. 

술냄새까지 풍기면서, 따라오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고 우겨대고 있었습니다.

충신이에게 다시는 술먹고 집에 들어오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쫓아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고양이는 다시 밖으로 쫓겨 나가야 했습니다.

 

일요일

하루 종일

아기 고양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내도, 아이들도 모두 서로 만나기만 하면 묻습니다. 고양이 못 봤느냐고...

저도 비내리는 이 밤에 그놈 얼굴이 생각납니다. 냐옹거리는 환청도 들립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고양이들은 최면을 건다더니

우리식구 모두 최면에 걸렸나봅니다.

...

 

다행히도

원경이의 친구가

카톡에 올린 충신이의 고양이 사진을 보고 자기가 데려다 키운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고양이가 보이질 않습니다. 시커먼놈, 꼬리잘린놈 다 어슬렁거리며 자동차 밑과 화단을 누비며 다니는데...

그 작은 노랑고양이는 보이질 않습니다.  

 

별 걱정이 퐁당하고 제 우울증 속으로 빠져 들어왔습니다.  

 

 

 

 

 

 

  • 김순옥2013.07.29 08:53 신고

    실내에서 동물을 키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건 동물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다 싶어요.
    아이들은 늘 키우고 싶다고 했었던 것 같고
    아이들 아빠는 털에 민감한 사람이라 절대 불가고
    저는 솔직히 동물을 키우면서 드는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도 했구요.

    외로운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은 가족의 역할을 충분히 하더군요.
    하지만 잃었을 때의 상실감도 만만치 않아 보이구요.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귀엽다고 모든 아기가 그렇듯 모든 새끼들은 귀여워요.

    어딘가에서 잘 살아가길 바랍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7.29 14:22

      충신이 친구가 고슴도치를 분양해 주겠다고 했답니다.
      어른들은 절대 안되고, 아이들은 왜 안 되냐고...그랬었습니다.
      이번 고양이 건도
      충신이가 왜 안 되냐고, 고슴도치도 안 되고 고양이도 안 되고 뭐냐고 따지고^^...다른 아이들은 우회적으로 자기들이 커서 독립하면 고양이를 기르겠다고 하더군요.^^

      야 니들 다섯으로도 꽉차고넘쳐이놈들아...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을 참았다니까요^^ㅎㅎ

      길고양이들 세계의 질서라는 것이 있겠지...하고 생각합니다. 그들끼리 어울려야 행복하게 오래 살 것이라 생각도 들고요.

  • 이요조2013.08.01 20:50 신고

    아마도 누군가 입양해 델꼬갔을 것입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애기땐 모두 귀엽잖아요.
    충분히 그럴 소지가 있습니다. 걱정마세요~~~~

    답글
    • 주방보조2013.08.01 21:53

      요즘도 우리 식구들은 모두 서로 묻습니다. 고양이 봤느냐고...

      누군가 데리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차에 치인 꼬마고양이들을 보곤해서...ㅜㅜ

    • 이요조2013.08.01 22:21 신고

      고양이가 마법 건단 소린 첨들었지만.....가히 기분 나쁘진 않습니다.
      찌르르.....전해오는 묘한 ...

    • 주방보조2013.08.01 23:10

      그놈들이 빤히 쳐다보는 것은 ... 인간을 조종할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 한재웅2013.08.04 11:35 신고

    짐승을 좋아하는 사람은 심성이 착합니다^^
    그들도 나름의 생태게가 있는데 인간이 개입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8.05 06:10

      사람에게 사람이 가장 무섭듯이
      고양이에게는 고양이가 가장 무서운듯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