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약혼25주년 기념일에...

주방보조 2013. 6. 18. 20:29

우리의 약혼식은

어머니가 그해 7월 메국으로 이민 가시는 일 때문에 급하게 치뤄진 일이었습니다.

( 이미 10년전에 15주년 글을 올렸었습니다^^  http://blog.daum.net/jncwk/1784419)

약혼식은 여자측에서 주관하는 것이라는 통설때문에 처가쪽이 좀 마뜩치 않아 했지만

제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중국집이니 부페집이니 하는 고민들을 다 싹 무시해 버리고

작은 완전 지하, 쥐들이 함께 예배에 참여하기를 즐기는 정말 작은 개척교회에서  목사님의 주례로

돈 한푼 안 들이고 진행하였습니다.

지금도 변함없는 사람인, 작은 처남이 특송을 불러주었었습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

아내는 전날 직장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우느라 눈이 퉁퉁 부었었지요. 물론 저와 약혼하는 것이 억울하여 밤새 한잠 못잤는지도 모르겠지만, 설마 요즘이면 몰라도 그땐 그건 아닐 것입니다.^^ 

수줍은 약혼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4반세기가 흘렀습니다.

 

 

 

 

 

...

 

그 작은 예배당은 노래방이 되어 버렸습니다.

약혼 25주년기념일 기념으로 그 우리의 약혼식장이었던 노래방에 가서 그동안 갈고 닦은 헤이주드라도 부르고 싶었는데

마눌님이 좀 피곤하다며 곤란해 하셔서^^ 그만 두고

조촐한 칼국수로 기념일을 대신하였습니다.

 

...

 

그러나 사실 우리는 며칠전에 약혼 25주념 행사를 하였었습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아이들에게 용돈을 나눠주는 행사였지요. ㅎㅎㅎㅎ

 

진실이월급이 지난달부터 4대보험을 들어 빠지고 게다가 그달부터 회사가 어려워져서 일시적이라고는 하지만 반으로 줄었는데

부모님 용돈과 관리비 부담은 그대로 하게 되니

월급날 봉투를 우리에게 주며 차비하고 핸폰비하고 제하니...겨우 11만원만 남았다고 하였는데

3주지난 지난 주일날엔 말하기를 돈이 없어서 회사언니들하고 식사하러 나가지도 못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허허...

 

그래서

급조하여 25주년 약혼 기념 핑계로 용돈나눠주기 행사를 벌인 것입니다.

진실이를 위한 것이니

공평하게 ^^ 차등을 두어 등비수열로...말이지요.

 

진실이는 사회인이니까 2만원

나실이는 없으니 빼고, 충신이는 대학생이니 1만원

원경이는 고딩이니까 5천원

교신이는 중딩이니까 2천5백원...

 

건방진 교신이놈이 차라리 안 받겠어요 하는 것을 억지로 동전 총동원하여 눈을 부라리며 구겨 넣어주었습니다. ㅎㅎㅎㅎ

 

...

 

그땐 비가 내리지 않고 맑고 더운 날이었는데 

오늘은 비가 내리네요.

 

말간 희망으로 시작한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살 날은 그만큼 줄었는데 믿음없는 이 마음은 가슴 떨리는 근심만 가득합니다.

 

 

 

 

 

  • 한재웅2013.06.19 08:08 신고

    사진에 김선생님이 웃고 계시니 엄청 좋았나 봐요^^
    저도 30년전 처갓집에서 목사님의 주례로 약혼식을 했는데 정작 결혼식은 구케의원이 주례였습니다
    아버지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걸
    지금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6.19 13:05

      구경한 적도 없는 것을 처음 해보는 것이라^^ 상당히 어색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때 기분은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시간에 따라 기억이 왜곡되기는 하겠지만...
      막연한 두려움 가운데에서도 ...행복과 황홀 그 중간쯤 되는...ㅎㅎ

      저보다 약혼 5년 선배님이시네요^^

  • 이사야2013.06.19 16:25 신고


    "믿음없는 이 마음에 가슴 떨리는 근심만 가득합니다..."

    통절한 공감을 느끼게 해준 귀절입니다.

    하지만 온 가족과 함께 가족 티를 입고 앉아 찍은 저 사진은...
    오래전 젊은 날엔 알지 못한 세월이 님께 준 평화가 후광처럼 서려 있는 듯 합니다.
    근심은 가득해도 어둠은 없다... 주님이 주신 은총일 것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6.19 19:58

      근심은 은총을 이기지 못하는...

      그렇게 되기를...저도 간절히 바랍니다.

  • malmiama2013.06.20 11:13 신고

    그 땐, '성룡'같은 인상이셨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6.20 13:55

      성룡보다는 덜 후덕해 보엿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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