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다 타고난다...

주방보조 2013. 6. 11. 12:59

원경이의 6월모의고사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내신에 집중하다보니

2학년에 미리 선택해 놓은 사회 과목들을 전혀 공부하지 않았던 탓으로 두 단계나 떨어져버린 것이 과히 충격이었나봅니다.

국어1 수학2 영어2 국사3 세지3...

 

국어는 쉽게 나오기도 했지만 운이 좋았고

수학은 등급컷에 거의 가까운 것이니 3등급이나 마찬가지이고

영어는 다시 1등급으로 오르지 않아서 걱정이고

사탐이 이렇게 나올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정신차려야겠다

이것이

원경이의 소감입니다.

 

독하지는 못하지만

지극히 성실함으로 그 부족한 부분을 메꿔가는 원경이는

요즘 자기소개서 쓰는 것, 논술연습 등 새롭게 부과되는 과제에 대하여 시간을 쪼개 써야 하는 것에 적응하고 있는 중입니다.

 

너무 걱정말아라, 11월 수능에선 아빠 주민번호 끝 숫자처럼 될꺼야

뭔데요?

11111

뭐가요?

국어1 수학1 영어 1 국사1 세지1

ㅋㅋㅋ

웃지마 정말이다

바랄 걸 바라세요

바라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된다는 거야

그게 그거잖아요

아니라니깐...ㅎㅎ

 

...

 

왠지 요즘 원경이를 보고 있으면 미안함이 더 밀려 옵니다. 그래서 제 주민번호라도 운으로 더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학원과외없이 오로지 혼자 공부하는 것이 제일 좋은 공부라는 개똥교육철학을 그대로 밀어붙이고

변변히 영양가 있는 것도 못 해먹이고

그 좋아하는 피자니 스파게티니하는 것들도 비싸다는 이유로 이마트 푸드코트에서 싸게 파는 것이나 가끔 사주며 생색이나 내고

까만피부, 짧은다리나 물려주고

겨우 한다는 짓이 버찌나 몇개 따서 먹으라 주고, 킬킬거리고...

아비라고는 참 못났거든요.

 

그러는데도

진실하고 성실하고, 명랑하게 착하게 ... 고3시기조차도 잘 지내주고 있으니

'잔소리'라도 주지 못해서 더 미안한 것인지...

뭐 미안하다고 해서 다섯아이에게 돈드는 것은 공평이란 이 대원칙을 조금이라 훼손하지는 않겠지만...ㅎㅎ

 

차라리 진실이나 충신이나 교신이처럼 말을 안 듣고 자기 고집대로 뻗대는 녀석들에겐 허두 잔소리를 해 대어 미안하질 않은데 말입니다.

이제 보름만 있으면 돌아오는 나실이 고3때처럼 잠이라도 많던가...

 

...

 

내신을 위해 학기말 시험에나 더 신경 쓰겠다며

원경이는 이른 저녁을 먹고 학교 도서관으로 돌아가고

 

땀범벅이 된 교신이가, 좀 놀다 왔습니다...하며 들어오더니, 드디어 상을 받았다며 상장 하나를 꺼내 엄마 앞에 내 놓았습니다.

전교1등

넓이뛰기

김교신

위 학생은...운운

 

그러더니 밥먹자마자 컴퓨터에 앉아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요즘 연애소설을 쓰고 있답니다.

 

공부는 안해? 물었더니, 글을 다 쓴 뒤에 한다고 꾸부정히 컴퓨터 앞에 앉아 대답하기 싫은 기색이 역력한 채 말했습니다.

그리고

두시간 후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불을 끄고 잠들어 버렸습니다.

공부한다더니? 물으니, 침묵만 대답으로 돌아왔습니다.  휴~

 

현재 키는 173...

 

하나도 안 미안한 놈...입니다.

키도 저보다 이미 더 크고

허리는 개미허리이고

편식쟁이고

연애박사고

친구들 몰고 다니고

노래 운동 다 잘하고

절 하나도 안 닮아서 ... 하나도 안 미안한 놈입니다.

잔소리를 하루에 두번은 넘게 하니 너무나 안 미안하구요...

 

...

 

다 타고 난다...이것이 진실인듯 합니다.

  

 

 

 

  • 이사야2013.06.11 14:54 신고

    원경이는 원경이 답게 착하고 성실한 따님이고
    교신이는 교신이 나름대로 자기 나이에 걸맞게 인생 잘 살고 있는 좋은 아들인 것 같습니다.
    원필님이 아무리 불평하셔도
    제 눈엔 항상 그렇게 비쳤습니다. ㅎㅎ

    사실 저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우리 쌍둥이 아들들 때문에 속 많이 썩었더랬습니다. ^^

    답글
    • 주방보조2013.06.12 13:08

      말을 잘듣고 그대로 순종한는 아이에겐 ..저리 순진해서야 험한 세상에서 고생하며 살지 않을까 불안하고
      말을 안 듣고 제멋대로 하는 아이에겐...저리 천방지축 까불다간 세상에서 반드시 고생할텐데 염려되고

      아비들 마음이 다 이렇지는 않겠지요?^^

  • 김순옥2013.06.11 20:40 신고

    사탐은 여름 방학을 통해서 향상 시킬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그정도 성적이면 논술 전형으로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네요.
    제 생각은 수시로 지원하는 게 재학생들의 특권이다 싶어요.
    한빛이의 경우는 추락한 내신으로만 지원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지금처럼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어요.
    원경이에게 맛있는 핏자나 스파게티라도 사주고 싶네요 ㅎㅎ
    화이팅을 보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6.12 13:23

      자기소개서, 논술, 수시, 정시, ... 게다가 학교마다 다 다르고 너무 다양해져서 저는 알기를 포기햇습니다.
      원경이는 은근히 설명회에 가보시라 권하였지만, 거절했습니다. 정시에서 11111...하고 대학가라고^^
      학교에서 잘 지도해주겠지 믿고 있습니다.

      피자나 스파게티는 치즈값때문인지 맘대로 사주기에는 너무 비싸더라구요^^ ㅎㅎ

    • 김순옥2013.06.12 13:49 신고

      한빛이는 성적우수자 전형만 선택했기 때문에 기타 서류를 준비할 필요는 없었고,
      논술은 한 학교 선택했는데 결과는 수학을 망치는 바람에 써보지도 않고 포기했구요.
      처음에 5곳만 지원했구요.
      나중에는 쓸만한 학교가 없다는 것을 미리 알지 못했던 건 정보에 무심했던 탓이더군요.
      원경이는 입사관전형도 지원할만하지 않을까요? 다자녀전형도 있고...
      입사관전형을 하면 일찍부터 시간을 많이 뺏기는 것 같더군요.
      정시는 정말 수능이 대박을 쳐줘야 좋은 학교에 갈 수 있어요.

    • 주방보조2013.06.12 14:42

      자기소개서는 학교에서 선발해서 특강을 해주더군요. 수요일과 토요일에 두시간씩...

      고맙습니다.

  • 한재웅2013.06.12 11:08 신고

    시째딸이 젤 이쁘지라!

    답글
  • 이요조2013.06.17 22:17 신고

    이런 아빠 둘도 없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아이들을 두 번 만드시는군요. ㅎ

    답글
    • 주방보조2013.06.18 13:23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잘 안가지만...칭찬이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