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하루 추방에서 돌아온 충신...

주방보조 2013. 5. 28. 14:02

금요일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등에 매달리고

토요일 오후에 봉사하러 간다고 그러니 뭐라 말아달라고 하고 오전 내내 게임에 매달리다

점심 먹고 봉사가는 것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받고는 잠만자다가

저녁시간이 다 되어 일어나더니 밥 먹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야한다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새벽 3시에 벨을 눌러 문을 열어달라고 하기에 ... 올라오는 혈기를 꾹 참고 물었습니다.

 

술 마셨으면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지?

안마셨어요

정말 안 마셨어요

알겠다

 

혹여나 녀석에게서 술 냄새가 나면 폭발해 버릴 것같아 짐짓 모른 체 문을 열어주고 제 방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아침 8시30분까지 자기 교회 주일학교 보조교사 하러 가야 하는데

잠시 일어나는 듯 하더니 다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는 딸들 깨우고 주일 아침 대청소도 해야 하고 하여 새집으로 일찍 갔고

아내는 나중에 와서 충신이를 깨우다 깨우다 결국은 못 깨우고 말았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술 냄새가 나서...가까이 가기도 싫었다고 하였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일이라고,  

그래도 자기 교회 예배에는 갔을 것이라고 너무 걱정말라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

 

오후 예배까지 마치고

3시가 넘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교신이가 말했습니다.

형이 열쇠가 없으니까 문이 열려있으면 교회에 간 것이고,  잠겨 있으면 형은 교회 안 간 것이라고 ...

 

집에 도착하여 제가 두근거리는 손길로 문이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하자, 가슴이 턱 내려앉았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리 야간 알바를 하고 밤을 꼬박 새웠어도, 로미오사건으로 절망하여 술이 떡이 되어 들어왔어도

한번도 빠지지 않고 교회는 나갔었는데 말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녀석은 거실 구석에 앉아 컴퓨터게임 삼매경 중이였습니다.

 

예전의 두발당수는 이미 할 수 없는 몸이 되었지만

오십견이 다 나은 오른 팔에 강력한 아드레날린 효과가 덧 입혀졌습니다.

때려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지만 일단은 아무거나 잡히는대로 녀석을 두둘겨 패 주었습니다.

그리고

책가방을 챙기게 하고, 녀석에게 추방명령을 내렸습니다.

 

5분 안에 집 밖으로 나갈 것

그리고 내일 학교 수업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것

앞으로 밖에서 술마시면 다시는 집에 들어와 잘 생각을 하지 말 것

 

...

 

월요일 저녁 8시 ...충신이가 돌아왔습니다.

 

다녀왔습니다.

밥은 먹었느냐?

아니요, 아침도 점심도 다 굶었습니다.

냉장고에 불고기 재어놓은 것 있으니 구워 먹어라

잠은?

24시간 카페에서 잤는데 직원이 자면 안 된다고 해서 잠을 거의 못잤어요.

알겠다

근데요

비가 와서 우산사느라 돈을 다 썼어요.

얼만데?

4천원이요.

그 우산은 내가 사주지

 

...

 

10시에 녀석이 제게 판 4천원짜리 우산을 들고 원경이 도서관 마치는 시간 데리러 가려고, 펴 보았더니

 

거실구석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녀석이 그 새  고개를 내밀고 한마디 하였습니다.

 

아버지, 그 우산 4천원짜리 치곤 좋지요?

 

아무 소리 안 하고 집을 나서면서 혼잣말로 대답을 하였습니다.

 

우산 좋고 나쁜 것은 분별할 줄 알면서...한심한 놈...  

 

 

 

 

 

 

  • 주방보조2013.05.29 11:27

    오늘 꿈에, 이 충신이란 놈이 내 곁에 누워서 뒹굴거렸습니다. 네 방으로 가라고 소리를 여러번 질렀지만 꿈쩍도 않고 버텼습니다. 그 옆에 원경이마저 입을 쑥 내밀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꿈이 깨고...아침에 녀석의 얼굴을 보니 꿈속의 그녀석보다는 훨씬 나아보였습니다.^^

    답글
  • 이요조2013.05.29 14:12 신고

    ㅋㅋㅋㅋㅋㅋ 재미있어보입니다.
    전 웃음도 나고....

    아마 하나님도 진배없으실 거예요!!
    왜냐고요? 그 건 묻지 마세요!!

    세세한 답변 곤란해요!! ㅋㅋㅋㅋㅋㅋㅋ(웃으면서 퇴장>>>>>>>)

    답글
    • 주방보조2013.05.30 06:25

      세울이 지나고 나면 재미있는 기억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참 힘이 듭니다.
      군대 갈 날이 6개월 정도 남았는데... 그날이 무사히 오기만 간절히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런데 퇴장까지 웃으시며 하시다니...^^...ㅎㅎㅎ

  • 이요조2013.05.30 10:05 신고

    다 그러면서 큽니다. 저도 그정도는 예사...속이 끓었던 적도 있답니다.
    남자들은 대개 그러지 않나요?
    그래도 꼬박꼬박 대화의 물꼬를 트는 충신이가 대견하고 귀엽고,,착하고....발전성이 훤히 보이고.....ㅎㅎㅎ

    답글
  • 이요조2013.05.30 10:06 신고

    세월 지나고 나면 제 말이 맞다 그러실 겝니다. 과정일 뿐....속 상해 하실 일도 아닙니다.
    그런 것도 해봐야 ....남의 사정도 이해하지요!!

    그렇게도 못 빠진 늠이 뭘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겠습니까?

    답글
    • 주방보조2013.05.30 13:58

      너무나 남을 잘 이해하고 배려합니다.
      오직 자기 자신과 가족들과 특히 아버지만...이해 못하고 배려를 못합니다.^^;;

  • 김순옥2013.05.30 15:36 신고

    다른 애들도 너처럼 그렇게 노냐? 라고 했더니
    다들 그렇게 노는데 엄마가 잔소리를 안 한다고 하더군요.
    자기도 나름대로 술도 마시면서 인맥 쌓느라 고생이 많다구요 ㅎㅎ
    한얼이는 술 마시는 일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참 우습지요?
    남들은 아직도 어린아이 같다는데...

    부모가 하는 말은 잔소리고
    친구나 선배들이 하는 말은 진리라 생각할까요?

    세월이 가면 옛말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ㅋㅋ

    답글
    • 주방보조2013.05.30 23:42

      한빛이도 훌륭한 주일학교 학생이었는데...인맥이 뭔지^^ ㅎㅎ
      충신이도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다른 집은 아버지가 성질내고 쫓아내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그 세월을 훌쩍 뛰어넘었으면 좋겠습니다.
      군대갔다와서 졸업하고취직하고 결혼하여 자식이라도 낳고...깨달은 마음으로
      죄송했습니다...하는 말 듣고 웃는 날로 ... ^^

      예전에 중3때 공부하기 싫어서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대학 졸업을 생각했던 것 이래도 ... 두번째입니다.

  • 이사야2013.05.31 23:05 신고

    그래도 충신이는 친구도 많고 사회성도 좋은 활달한 아들 아닙니까?
    걱정 붙들어매십시오.
    세월이 약입니다. ^^

    답글
    • 주방보조2013.05.31 23:18

      공부를 안 해도 너무 안 하고...쩝

      허긴
      제가 못하는 것은 다 잘합니다. 사회성 좋은 것...게임잘하는 것...잘 노는 것...뻔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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