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오전에
예배당 현관에서
원경이가 제게 툭 던진 말이 다음과 같습니다.
아빠 공무원 시험을 치세요...
이런 말이 나오게 된 데에는
올해부터 갑자기 저의 수입이 줄어든데다 앞으로 점점 더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 때문에 예민해진 우리 부부의 분위기가 한 몫 하였을 것입니다.
그동안 모아 놓은 재산도 별로 없고
아무리 사교육을 안 한다 해도
아직도 공부할 날이 창창하게 남은 막내라든가
대학생도 둘이나 있고, 원경이도 곧 대학생이 될 것이니
비록 진실이가 취직이 되었다고는 하나 가정에 크게 보탬은 안 될 것이구요.
그러니
원경이 생각에
아버지가 투잡으로 공무원이 되면 형편이 좋아질 것이고 부모님의 예민한 상황도 없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나봅니다.
이것이 원경이 특유의 중용의도로부터 나온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공무원시험은 나이제한이 없데요.
ㅎㅎ...그래도 좀 뜬금없구나
정년도 보장된다고 하던데요?
아빠나이가 몇인데?
57세요
60세 정년이면 몇년 남았지?
4년이요.
허긴 그렇다 4년이라도 공무원하면 되겠다. 그래도 하기 싫다.
왜요?
9급 공무원 시험도 장난이 아니라던데, 괜히 힘만 빼고 떨어질 것이 뻔하니 하고 싶어도 못한다.
아빠가 왜 9급공무원시험을 봐요?
그럼?
5급공무원은 되셔야지요?
ㅋㅋㅋㅋㅋ ... 물끄러미... 쩜쩜쩜...ㅎㅎ@#$%^
원경이 생각에는 아빠가 그래도 소위 2류대는 나왔고 이야기 해보면 아는 것도 많은 것같고 공부하면 잘 할 것같고
그래서 시험을 보면 잘 볼 것같은가 봅니다.^^
딸에게 상당히 실력있는 아버지로 각인되었다는 것에 뿌듯해 하기전에, 너무 세상물정을 모르게 키웠구나 걱정이 앞섰습니다.
...
어제는 한겨레 신문에서
자식 일곱있는 요양원의 할머니 이야기를 가슴 저미게 읽었습니다.
기술된 것이 '전부 다'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지마는
우리들의 미래가 그렇게 될 것이라면 오래 사는 것이 과연 하늘의 복이 아니라 벌이겠다 생각했습니다.
자녀가 적어서도 아니고
자녀들이 다 망해서도 아니고
재산을 물려주지 못할 정도로 가난해서도 아니고
겨우 남편 돌아가신지 1년만에 요양원이라는 고도에 버린 바 되는 인생이라니요.
동시에 들려오는
정년이 2016년부터 60세로 상향된다는 이야기가
한편 고맙기는 하지만
이미 일본은 2000년대 초에 법적 정년을 65세로 상향시켰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이젠 100살 넘게 사는 것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 사회가 짊어질 큰 십자가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부부도 그런 문제로 가끔 신경전을 벌입니다.
저는 낙천적이고 이상적인 미래관을 가지고 있는 반면
아내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추구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수입이 적어지면 적어지는 것에 맞추어 살면된다...가 제 입장이고
수입이 적어지면 안 되므로 뭐든 해서 부족분을 채워야 한다...가 아내의 입장입니다.
평소엔 그런 서로의 입장이 대립각을 세우지 않습니다. 수입이 좀 줄어들어도 지출을 줄이면 될 수 있을 때까지는 말입니다.
그러나
건강이 좋지않다든지, 더이상 지출을 줄일 수 없어서 통장의 마이너스가 폭증을 한다든지 하면 ... 스치는 말마다 상채기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전혀 눈치 못채게 그랬던 것이 이제는 잘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머리가 커지면서 알아서 눈치를 채니 말입니다.^^
원경이의 아빠공무원론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제안인 것이지요.
...
원경아
칠스트레일리아 대통령은
다른 공직을 겸해서는 안 되는 거야
55세 이상이면 할 수 있다는 공공근로도
칠스트레일리아에 백성도 많고 나라재산이 너무 많아서^^ 신청도 받지 않는단다.
그리고
내가 만일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이 되면
나보다 나이어린 고참들이 얼마나 불편하겠니
게다가
지금 열심히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서
기회를 빼앗는 것도 되잖아?
음...
당뇨때문인지 눈도 잘 안보이고
발, 고관절, 어깨도 많이 고장이 나 있고 하니
좀 봐주라
...
원경이의 아빠공무원론에
아내도 약간은 놀라서 주춤한 듯 합니다.^^
자신의 현실주의를 강요하지도, 저의 이상주의를 공격하지도 않고 있거든요^^
어쨌든 고마운 원경이 입니다. ㅎㅎㅎ
-
답글
요즘은 안 쓰는 토종^^ 교회말인 예배당이란 말을 오랫만에 봅니다!
지금은 성전이란 말로 바뀌었고 .
연보란말도 헌금이나 예물이란 말로 변신을 했는데 예전말이 합당하기도 하려니와 어렸을 때 교회생각이나서 더 정겹습니다. -
원경이의 의견이 놀랍네요.
답글
하지만 아버지를 바라보는 원경이다운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래산다는 것이 얼마나 슬프게 하는지 지금부터 실은 두렵다고 합니다.
비관적인 생각이고 그럴때마다 주위로부터 지탄을 받지만
어쩌면 가장 가슴에 와닿는 생각일 수도 있을 거예요.
저의 경우는 겉으로 남편과 가정경제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대신
한빛이게는 여러 가지로 전달합니다.
그래도 별로 전달되는 것 같지는 않더군요.
옛친구들이나 선생님들 만나면 그런 이야기 하더군요.
절더러 뭔가는 하고 있을 줄 알았다는...안타깝다는...-
주방보조2013.04.27 17:38
엄마의 의견도 맞는 것같고, 아버지의 의견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 그래도 공무원이라도 되면^^ 쌍방이 만족할 것 아닌가 생각했나 봅니다.
저는 소도시정도로 내려가면 주거비에서 많이 부담을 덜 것같다 생각중입니다만 아직은 때가 아니고, 마눌님도 준비가 안 되었고...앞으로 5년 정도는 잘 버텨야 합니다. 원경이같은 완충제가 있어서 잘 버틸 것같기도 합니다.
한빛이는 완충제로서는 좀 부족한가 봅니다. 아들들이 그래서 이런 부분에선 딸만 못하지요? ㅎㅎ
한얼이 한빛이 지금껏 잘 키우셨고...
아직도 뭔가 하실 건강과 아주 많은 시간이 있는데요...옛친구분들이나 선생님들이 보신 눈이 정확할 것입니다.
-
-
엊그제 4년 후배와 저녁 식사를 했는데 그는
답글
디자인 기획사무실을 어렵게 어렵게 운영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적자상태지요. 늘.
은헁에 다니는 아내, 대학생,고등학생인 두 딸과 사는데
은행 직원 자녀에겐 학자금 지원이 잘 되어 있다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 집에서는 나만 어렵게 살고 있어요."
제가 그랬습니다. "나도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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