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어깨가 아파요...

주방보조 2013. 4. 9. 06:14

칠스트레일리아를 친구공개로 돌리도록 만든 장본인

맏아들 김로미오가

어깨가 아프다고 호소해 왔습니다.

 

왜 아픈데?

모르겠어요

어떻게 아파?

이렇게 올리면 점점 아파져요.

확 올려봐, 이렇게

예, 이렇게요?

그래, 잘 올라가네

점점 아파진다니까요.

그래서?

병원에 가야할 것 같아요.

젊을 때 어깨는 대부분 그냥 쉬면 나아, 좀 있어봐.

오래 되었는데요?

어깨가 아플 이유가 뭘꺼같아?

필기하는 것 하고...

공부 죽어라 안 하는 네가 얼마나 필기를 많이 한다고 어깨가 아프냐?

가방을 메고 다니는 것...

그럼 가방을 메고 다니지 안고 다니냐?

그런 것밖에는 없는데요.

축구하다가 부딪혔냐?

아니요

그럼 딱 하나 남았잖아.

뭔데요?

몰라서 묻냐 이놈아, 하루 12시간 이상 컴퓨터하잖아, 그것도 좌키우마로 죽어라 게임만 하잖아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 12시간 이상 엘오엘(리그오브레전드)에 빠져 살고 있는 것이 벌써 1년이 넘어갑니다.

자기 어깨가 왜 아픈지도 모른채

같이 엘오엘하는 팀 동료들의 칭송에 이 세상 모든 만사를 잊고

공부는 오직 수업시간에만 하고(이것도 한다니까 그냥 믿고 있을 뿐이지만) ...거의 고의적으로 알바도 구하지 않고 ... 게임에만 몰빵중입니다. (교신이가 시작하고 진실이가 이어받아 하다 취직하며 그만 둔 설겆이 알바로 차비만 벌어 학교를 다니는 중입니다. 점심은 굶는다나...)

얼마전 로미오흉내내다가 쥴리엣부모에게 걸려 온집이 뒤집어지는 사건이후로는

자기에겐 오로지 엘오엘만 남았다는 듯이 더욱 매달리고 있는 꼴이 가관입니다.

컴퓨터를 치워버리면 되잖느냐구요?

이 김로미오란 놈은 제 인생에 정말 몇 안 되는 '포기'라는 것을 가르쳐 준 놈입니다. '말로 하고, 말로 해서 안 되면 때리고, 때려서 안 되면 포기하세요'...이 녀석의 어록이지요.

 

새벽 2시반까지 게임을 하고 나와 찜질기를 찾는데

이놈 어깨가 아주 고장이 나버렸으면 좋겠다 ...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래서 군대 안 가게 되면 이건 더 큰 일이구나 화들짝 생각취소 버튼을 눌렀다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고

병원 데려가서 치료해주고 싶은 마음은 눈꼽만치도 들지 않습니다.

 

 정말 말 안 듣는 자식에게 부모는... 진퇴양란, 사면초가에 빠진 항우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쫓아낼 수도 없고, 그냥 봐줄 수도 없고

오직 '11월 입대'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김로미오녀석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징병제도가 얼마나 고마운지...모르겠습니다.^^

제일 힘든 부대로 떨어져서 죽어라 고생하고 정신차려 돌아오기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ㅎㅎ--;;;

 

 

 

 

  • 한재웅2013.04.09 07:26 신고

    컴과 스맛폰때문에 자세가 틀어져 많은사람들이 고생한다고 합니다 자라목~손목터널증후군~등등 목뒤 근육을 풀어주면 조금 나아질 겁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4.09 08:47

      절대로 안 풀어줄 겁니다.^^고생 좀 하게요...

      제가 새벽에 일어나면 거실 구석에서 녀석의 환영을 봅니다.
      컴퓨터 앞에 시커먼 것이 앉아있는듯하고 저를 향하여 고개를 돌리는 듯 한 느낌 말입니다. 이 정도면 제가 정신과에 먼저 가서 치료받아야할 형편입니다.--;;

  • 김순옥2013.04.09 16:40 신고

    저랑 한빛이랑 실랑이 벌이는 부분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여요.
    10시 귀가, 12시 컴퓨터 끄기...한얼이도 제가 잘못하는거라고 하더군요.
    자유와 방종을 구분해야한니까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마시고 노는 게 방종이냐고 하네요.
    그냥 놓고 보면 언젠가는 자기 자리를 찾아올지도 모르는데
    부모의 조바심이 아닐지 늘 햇갈립니다.
    부모는 돈이나 대주는 의무만 필요한 것일까도 그렇구요.
    사실 용돈을 제한하는 물리적인 힘밖에는 별로 없어요 ㅎㅎ
    과외 알바는 안하고 교재편집하는 알바를 하는데 미루게 되니 큰 도움도 안 되어 보여요.

    한빛이의 경우 굶는 게 다반사라서 체력이 늘 신경쓰입니다.
    제가 집에 없다보니까 때를 많이 거르게 되어서요.

    과도기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군대가 계기가 되어 껑충 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충신이도 한빛이도...(한빛이는 언제 군대에 가게 될지 모르지만요)

    답글
    • 주방보조2013.04.09 21:03

      우리 충신이는 어려서부터 요주의 인물이엇기 때문에 그러려니 포기한 바이지만
      한빛이는
      쉽게 포기가 안 되실거예요^^

      다 커서 말 잘 안 듣는 자식은 정말 ... 대책이 없지요?^^ㅎㅎㅎ
      군대없었으면 어쩔뻔했나...
      제가 자식문제로 국가를 의지하고 군대만 바라보게 되다니
      저 자신이 놀랍습니다.^^

  • malmiama2013.04.10 10:47 신고

    그렇게 오랜 시간..오랜 기간 게임에 몰두하다니~~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군요.

    답글
    • 주방보조2013.04.10 12:39

      ㅎㅎ...죽일 수는 없으니, 포기 하는 것이지요.
      말로도, 매로도, 힘으로도, 안 되는 것...녀석을 포기하지 않으면 제가 망가질 것같아서 겁이 나곤 한답니다.
      한번은
      그 잘못을 저질러 놓고 얼마 안되어 새벽4시까지 게임을 하고 있는 놈을 보자...같이 죽어버릴까 하는 충동이 잠시지만^^ 일어났다니까요. 휴...

  • 이사야2013.04.10 19:14 신고

    우리 아들들도 몇시간씩 계임을 하는데
    우린 제 방 컴에 공유기로 연결해서 안터넷을 하기 때문에
    길어진다 싶으면 아예 공유기에서 녀석들 방 컴으로 연결된 잭을 뽑아버리곤 합니다.
    그래도 전혀 포기할 줄 모르는 게임 중독...
    군대 갔다와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쩝...
    요즘은 취직해서 일다니느라 좀 낫습니다만... 세월에 맡기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더군요. 에혀...

    답글
    • 주방보조2013.04.11 18:02

      헉...군대 갔다와도 마찬가지입니까?
      그럼 큰일인데요...
      우리 맏아들놈은 거의 폐인지경인데...

    • 이사야2013.04.11 18:29 신고

      군대가서 백일 휴가 나왔을 땐 완전 딴 사람이었지요. 군기가 들어서 정말 철이 든 것 같았습니다.
      헌데 휴가 나올수록 달라지고
      제대 후엔 결국 도루묵이었습니요. ㅋㅋ

      다만... 어떤 알바를 해도, 많이 힘들어도, 견디는 힘 하나는 많이 강해진 것 같았습니다.
      위장병 고친 것도 망외의 소득이고요. ^^
      요즘도 아들들하곤 오래 평화를 유지하는 게 좀 어렵습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있습니다. ㅎ

    • 주방보조2013.04.11 18:40

      이사야님이 제게...미리 예방주사를 놔 주시는 것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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