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똥싼놈 성내기...

주방보조 2013. 4. 7. 07:56

바햐흐로

중2가 된 교신이 이야기입니다.

 

충신이 형님이 하두 깜놀짓을 많이 하고 다녀서

제겐 이 막내놈은 웬만하면 그냥 내버려 두는 아주 좋지않은 습성이 생겼습니다.

어려서는 상당히 인사성 바르고 똘똘하고 정 많고 그랬는데

초등학교 4학년부터 점점 버릇없고 신경질적인 속성이 드러나기 시작한 듯 합니다. 반장부작용이 아닐까 생각도 했지만 타고난 것이리라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놈이 막내가 아니라 맏이였다면

음...동생들이 상당히 핍박받았을 것이라는...상상하기 싫은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ㅎㅎ

 

토요일 아침

격주토요근무인 8시에 가엾은^^진실이는 출근을 하고

원경이는 조금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있었습니다. 학교도서관이 9시에 열리므로 기다리는 중이었고

교신이가 8시40분쯤 일어났고 밥을 먹으려다가 8시 55분 화장실에 큰일^^을 보러 들어갔습니다.

충신이가 곧이어 일어나서 화장실을 쓰지 못하고 거실을 서성이며 놈답게 당연히 투덜거리며 꾹 참고 있고

9시가 조금 넘어, 원경이가 밥을 다 먹고 이를 닦고 학교에 가려고 하는데...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똥을 만드냐?

빨리 나와라.

책읽느라 그러느냐?

나도 급하다.

너때문에 공부시간 까먹고 있잖아?

 

아~ 그런게 아니예요...한마디 있고 나서...또 잠잠...

 

웃음이 반 정도 섞인 비난이 간간이 줄을 이었고...

거의 30분이나 걸린

9시25분에

저보다 키가 1센티 더 길어진 이 긴머리 소년 녀석이 화장실에서 튀어나오며 인상을 쓰고 소리를 꽥 질렀습니다

 

"몇달동안 변비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든지도 모르고, 왜들 그러는겁니까?"

 

헉^^

다들 놀라서 입이 떡 벌어진 채 뭐라 할말을 잃어버렸습니다.

아무리 좋지않은 습성^^이 생겼다지만

그래도

아이들 키우느라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어낸 제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임마, 지금 상황이 똥 오래 싼 놈이 성낼 상황이 아니야, '제가 변비때문에 늦게 나와 죄송하다'고 해야지. 세상이 다 네 중심으로 돌아가느냐?

변비가 심하면 변비약을 처방받아 먹던가, 요구르트를 더 먹던가, 흰밥대신 현미를 찾아 먹던가 해서 해결해야지

아침 시간에 다들 바쁠 때 화장실 30분이나 차지하고 앉아서 나와 한다는 말이

뭐 네가 힘든 것 몰라줘서 성질난다고?

뭐 이런 놈이 다 있노?

 

화 내고 두시간 뒤에 뇌졸증이 온다는 신문기사에 겁먹은

마눌님은

제가 더 화를 낼까봐 '아직 어려서 뭘 몰라 그런다'고 중재에 나섰고

사실 요즘 아이들 혼낼 힘조차 다 떨어져 버린 상태라서....녀석의 눈빛이 영 마음에 안 들었지만 저도 그 정도 하고 말았습니다.

 

...

 

충신이가 볼일을 먼저 보고 원경이 급하게 이를 닦고

우리 부부는 원경이 학교까지 함께 가준 뒤

비오는 토요일 아침산책을 하였습니다. 꽃들도 말갛게 얼굴을 씻어 보기 좋았고, 가볍게 비내리는 아침 산책도 상당히 마음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한강 장미공원 강쪽으로 난 벤취에 앉아 한강을 바라보며 최근에 배운 강건너 봄이옷듯...을 함께 불렀는데...썩 좋았다는 거 아닙니까?^^

 

그러는 중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들도 교신이 같은 짓을 얼마나 많이들 하는지 말입니다.

 

남들 어려운 입장은 헤아리지 못하고, 자기 힘든 것만 대단하여, 불평하고 원망하는 것 말입니다.

 

반성...!!

 

집에 쵸콜릿을 사들고 와서 한조각 나눠주며 교신이에게 차분히, 올바른 태도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었고

녀석도 쵸콜릿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순순히 자신의 잘못에 공감을 해주었습니다.

 

...

 

저녁에 화장실에 또 들어간 녀석에게 말했습니다.

 

교신아 네 똥은 말야 자기를 네 몸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는거야... 힘을 줘서 내쫓으려고 하면 딱 달라붙어서 더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지 ...

에 또... 그러니까말야 "설득"이 필요한 거야. 살살 달래서 나중에 또 만나자고 하면서 아쉬운듯 떠나보내...알겠지?

 

ㅋㅋㅋ...녀석의 똥도 중2병에 걸렸다는...

 

...

 

밤에 이마트에 가서

진짜 녀석에게 도움이 될 쾌변요구르트를 사주었습니다.  

 

 

 

 

  • 주방보조2013.04.07 14:42

    아이, 뭐 그런 걸 올리세요? :<...

    교신이의 반응ㅇㅂ니다.
    앞으로는 무서워서 이런 것은 잘 못 올릴 것같습니다.^^

    답글
  • 한재웅2013.04.07 19:24 신고

    요즘 중2담임은 3d업종이라고 하니 중2 부모는 5d업종 일겁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4.07 22:31

      우스개로
      김정은이 남침을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
      중2들이 너무 무섭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ㅎㅎㅎ

    • malmiama2013.04.10 10:33 신고

      목욕탕에서 덩치 작은 빡빡 중이 목욕하고 있는데
      교신이 만한 녀석 하나가 뒤에서 어깨를 툭치며 "야~내 등좀 밀어봐!"...

      인내하며 돌아 본 중이 하는 말..."....아그야~나 중이야~!"

      소년 왈, "그래? 얌마 난 중3이야!" ...... 다시 떠오른...중2 얘기.

      돌이켜보니 울집 정민이,형민이도
      중2~고2 때까지 종종 사고나 행동이 맘에 안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철 든 다음...그 때 왜 그랬냐?....물으면....글쎄요? 왜 그랬을까요?...합니다.^^

    • 주방보조2013.04.10 12:43

      꿈이 뭐냐?
      난 꿈같은 거 없어요
      그래도 되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것 없어?
      그런게 어디있어요?
      그래도 다른 아이들은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잖아
      저한테 너무 큰 걸 기대하지 마세요...

      ㅎㅎㅎㅎ...

      변명, 합리화, 탓....으로 똘똘 뭉친 놈입니다. 그래서 이놈도 슬슬 포기모드로 다시 접어들고 있는 중이구요.
      좋은 말로 하면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지요.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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