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맏딸 취업기...

주방보조 2013. 3. 20. 01:12

맏딸은 저의 몇번에 걸친 권고에도 불구하고 작년말까지는 전혀 직장을 구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학기말 시험이 끝나고서야 잡코리아 라는 곳에 이력서를 넣고
그때부터 입질을 기다리는 낚시군처럼 유유자적 빈둥빈둥 어영부영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1월초 강남구에 있는 한의원에서 일본어 통역을 뽑는다는 데 초청을 받았습니다.
연봉1500 정도이고 일본인 환자들을 안내하는 역할이라 하였습니다. 경쟁율은 3:1...낙방.
낙방의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일본어 실력보다는 외모를 더 보아서 그런 것 아니겠는가 하는 평가가 뒤이었습니다.
그래서 사후약방문이지만 옷 한벌을 사 주었습니다. 면접에 입을 풋내기 포스가 풀풀 풍기는 것으로^^ 성형을 할 수는 없잖습니까?^^
 
1월중순 움직이는 관광 안내소에 지원을 하였습니다. 연봉이 2,000 여기도 경쟁율이 3:1...낙방
하필이면 일본어도 잘하고 외모도 예쁘고  인사성도 좋고 목소리도 크고 밝은 보컬을 하고 있다는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서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자조하였습니다. 면접관이 그렇게 말했다는군요. '누구든 처음 시작이 어려운 법이지요'
낙방 후 낙방되기를 잘 했다고 이구동성 합창을 하였습니다. 날이 너무 추웠거든요. 그 추위에 명동을 헤메고 다니며 일본인관광객을 안내하는 일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습니다.
얼마 후 또 다시 초청이 왔지만 그냥 거절해 버렸습니다. 그것은 길이 아니라고 깨달은 듯 합니다.  
 
2월부터는 알바도 포함시키는 것으로 몸값을 낮추었습니다.   
용인 삼성인력개발의 월120만원짜리 번역 알바 자리에 초대되었습니다. 3개월 단기 알바, 셔틀버스가 있어서 타고 다니면 된다고 지원을 하였습니다.
경쟁율이 4:1...낙방
일본에서 대학을 나온 미모의 수원에 사는 지원자가 있었답니다. 2등이였을테니 소용없지요^^
이 알바에 떨어진 후에야 요즘 청년취업시장의 한기를 조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졸업식이 있었지요...

 
3월초에 일주일짜리 일본청소년축구선수들 안내하는 알바에 당첨되었습니다. 30만원. 일은 3.24-29까지 하는 것이구요.
'중학생 과외 알바'와 '집안 설겆이 알바'로 근근이 감당하던 스마트폰비와 용돈에 숨통을 틔울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알바를 기다리는 동안
지난주 초 번역쪽으로 가고 싶다고, 아직은 아는 것이 너무 적어 막연하지만 갈길을 정한듯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사람을 만나서 통역해주는 일도 잘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발전 가능성이 적은 일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죠.
일본어를 좀 더 깊이있게 공부하고 자기 실력을 발전시키는데는 통역보다는 번역이 더 나을 것 같다고...
 
그러더니
지난주 어떤 출판사에서 금요일 시험보러 오라 연락을 받았고, 이번주 월요일에 면접보라는 연락을 받았고, 면접 후 내일 곧 화요일부터 출근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면접할 때 사장님은 맏딸의 출신대학이 어디에 있는 대학인지도 모르셨으며, 오로지 가능성만을 보고 뽑으셨다 하셨답니다.
축구선수안내하는 알바는 친구에게 소개하고,
첫 출근...을 정말 갑자기 어제 하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저와 마눌과 맏딸 셋이 나란히 건대입구역으로 가서 각자의 길로 헤어졌습니다.
수습기간엔 월급이 100만원정도밖에 안 되지만, 그리고 출판업이 매우 힘들고 고되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들어 알지만, 친척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기도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취직이 되었다고 알렸습니다. 
 
첫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힘들지 않았느냐 물었더니, 그리 힘들지 않았다고...재미있었다고...자기 책상이 있고 컴퓨터가 있어서 좋았고, 학교 독서실같은 작은 사무실이지만 마음에 꼭 든다고, 조잘거렸습니다.^^
 
제 맏딸은
눈썰미가 특이할 정도로 뛰어나며 기억력도 상당히 좋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빠지면 주판알을 튕기지 않고 몰두하는 아이입니다.
학교 공부는 하기 싫은 것이 끼어 있어서 그리 뛰어나지 못했지만
일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정말 잘 해낼 아이입니다. 볼품없이 작지만 따뜻하고 겸손하고 감사할줄 아는 큰 마음을 가진 아이입니다.
그 회사에 복이 될 것입니다.
 
...
 
ㅎㅎ...어쨌든 연봉이 그 사람의 가치를 말해주는 것이라구요?
 
그럴리가요^^    

 

 

 

 

 

 

  • 주방보조2013.03.20 01:23

    용인 면접보러 가던길, 5분 늦어 셔틀버스를 놓쳤습니다. 2호선을 타고 가는 것이 나았을 것을 7호선, 3호선 갈아타는 것이 낫다고 착각을 해서...
    새벽의 한기에...쓸쓸히 돌아가려다가, 택시를 잡았습니다. 용인까지 4만5천원...집으로 홀로 돌아오면서 마음이 가벼웠었습니다. 물론 돈은 무지 아까웠지만...

    답글
  • 고향2013.03.20 05:29 신고

    정말 축하드려요. 자녀가 앞으로 딛는 한 걸음은 부모의 가슴이 뛰노는
    기쁨과 안도인데 아이들이 그 마음을
    먼 훗날 자기들이 부모가 되어야 알겠지요.^^^

    답글
    • 주방보조2013.03.20 14:43

      고맙습니다.
      제가 소심한 아비라서...일단 힘든 직장일 것이라는 생각에 또 다른 근심이 피어오르고 있는 중입니다.ㅎㅎ
      저의 아이들은 저를 닮지 않아서, 아마 평생 모를 것같습니다.

  • 김순옥2013.03.20 08:58 신고

    축하드려요. 그리고 진실이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 만큼 이상적인 직장은 없을 거예요.
    장단점을 따지자면 어느 직장이든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해요.
    번역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훌륭한 실력이 있다는 증거잖아요.
    실력을 더 쌓아가면 더 좋은 기회가 많이 올거라고 믿어요.

    책상, 컴퓨터...자기 자리가 있어서 좋다는 진실이 마음 이해해요.
    저도 일을 하기 전에는 친구 사무실에 갔을 때 무척 부러웠었거든요.
    지금은 때때로 이 자리가 많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지만요.

    근무지는 집에서 가까운건가요?

    답글
    • 주방보조2013.03.20 14:50

      신사동이라니 집에서 가까운 편이지요. 버스도 있고 전철도 가고...자전거 타고 다녀 했다가 비명소리를 들었지요.
      약간은 비정상적으로 긍정적인 아이라서 ^^ 걱정도 됩니다.
      저도 처음 회사에 들어가 내 책상을 쓰윽 쓰다듬었던 감각이 손끝에 남아 있습니다.^^

  • 한재웅2013.03.20 09:52 신고

    축하합니다....청년이 취업한다는 자체가 어려운시기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3.20 14:53

      서류, 시험, 면접...모두 다 쉬운 것은 아니더군요. 그래도 열악한 박봉의 기업이라서 차례가 돌아간 것이 아니겠나 싶습니다만,
      아...집에서 뒹굴고 있는 끔찍한 상황 탈출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 malmiama2013.03.21 11:14 신고

    그 회사의 복입니다.^^
    출퇴근 때 얼마나 걸리지요?

    답글
    • 주방보조2013.03.21 12:33

      신사동입니다. 걷는 시간까지 40분정도?

      먼저 스스로에게 복이 되도록 열심히 배워야겠지요. 그러고 나면 회사에도 복이 되겠지요^^
      월급은 제대로 주는지, 휴가는 있는지, 아직 아는게 없더라구요^^
      9시출근, 6시 퇴근, 주는 일 하고, 점심은 빵으로 때우고, 격주토요휴무이고, 그 외엔 말이죠.

  • 이사야2013.03.22 10:29 신고

    뒤늦게 이 글을 봤습니다.
    월급이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적성이 더 중요하겠습니다. 그런 기준에서 본다면 따님 취직 참 잘한 일 같습니다. ^^
    한턱 내시라고 떼라도 쓸 일 같습니다. ㅋ

    답글
    • 주방보조2013.03.22 14:13

      고맙습니다. 몇달이나 다닐지 걱정이 됩니다. 이제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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