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햐흐로
중2가 된 교신이 이야기입니다.
충신이 형님이 하두 깜놀짓을 많이 하고 다녀서
제겐 이 막내놈은 웬만하면 그냥 내버려 두는 아주 좋지않은 습성이 생겼습니다.
어려서는 상당히 인사성 바르고 똘똘하고 정 많고 그랬는데
초등학교 4학년부터 점점 버릇없고 신경질적인 속성이 드러나기 시작한 듯 합니다. 반장부작용이 아닐까 생각도 했지만 타고난 것이리라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놈이 막내가 아니라 맏이였다면
음...동생들이 상당히 핍박받았을 것이라는...상상하기 싫은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ㅎㅎ
토요일 아침
격주토요근무인 8시에 가엾은^^진실이는 출근을 하고
원경이는 조금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있었습니다. 학교도서관이 9시에 열리므로 기다리는 중이었고
교신이가 8시40분쯤 일어났고 밥을 먹으려다가 8시 55분 화장실에 큰일^^을 보러 들어갔습니다.
충신이가 곧이어 일어나서 화장실을 쓰지 못하고 거실을 서성이며 놈답게 당연히 투덜거리며 꾹 참고 있고
9시가 조금 넘어, 원경이가 밥을 다 먹고 이를 닦고 학교에 가려고 하는데...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똥을 만드냐?
빨리 나와라.
책읽느라 그러느냐?
나도 급하다.
너때문에 공부시간 까먹고 있잖아?
아~ 그런게 아니예요...한마디 있고 나서...또 잠잠...
웃음이 반 정도 섞인 비난이 간간이 줄을 이었고...
거의 30분이나 걸린
9시25분에
저보다 키가 1센티 더 길어진 이 긴머리 소년 녀석이 화장실에서 튀어나오며 인상을 쓰고 소리를 꽥 질렀습니다
"몇달동안 변비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든지도 모르고, 왜들 그러는겁니까?"
헉^^
다들 놀라서 입이 떡 벌어진 채 뭐라 할말을 잃어버렸습니다.
아무리 좋지않은 습성^^이 생겼다지만
그래도
아이들 키우느라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어낸 제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임마, 지금 상황이 똥 오래 싼 놈이 성낼 상황이 아니야, '제가 변비때문에 늦게 나와 죄송하다'고 해야지. 세상이 다 네 중심으로 돌아가느냐?
변비가 심하면 변비약을 처방받아 먹던가, 요구르트를 더 먹던가, 흰밥대신 현미를 찾아 먹던가 해서 해결해야지
아침 시간에 다들 바쁠 때 화장실 30분이나 차지하고 앉아서 나와 한다는 말이
뭐 네가 힘든 것 몰라줘서 성질난다고?
뭐 이런 놈이 다 있노?
화 내고 두시간 뒤에 뇌졸증이 온다는 신문기사에 겁먹은
마눌님은
제가 더 화를 낼까봐 '아직 어려서 뭘 몰라 그런다'고 중재에 나섰고
사실 요즘 아이들 혼낼 힘조차 다 떨어져 버린 상태라서....녀석의 눈빛이 영 마음에 안 들었지만 저도 그 정도 하고 말았습니다.
...
충신이가 볼일을 먼저 보고 원경이 급하게 이를 닦고
우리 부부는 원경이 학교까지 함께 가준 뒤
비오는 토요일 아침산책을 하였습니다. 꽃들도 말갛게 얼굴을 씻어 보기 좋았고, 가볍게 비내리는 아침 산책도 상당히 마음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한강 장미공원 강쪽으로 난 벤취에 앉아 한강을 바라보며 최근에 배운 강건너 봄이옷듯...을 함께 불렀는데...썩 좋았다는 거 아닙니까?^^
그러는 중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들도 교신이 같은 짓을 얼마나 많이들 하는지 말입니다.
남들 어려운 입장은 헤아리지 못하고, 자기 힘든 것만 대단하여, 불평하고 원망하는 것 말입니다.
반성...!!
집에 쵸콜릿을 사들고 와서 한조각 나눠주며 교신이에게 차분히, 올바른 태도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었고
녀석도 쵸콜릿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순순히 자신의 잘못에 공감을 해주었습니다.
...
저녁에 화장실에 또 들어간 녀석에게 말했습니다.
교신아 네 똥은 말야 자기를 네 몸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는거야... 힘을 줘서 내쫓으려고 하면 딱 달라붙어서 더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지 ...
에 또... 그러니까말야 "설득"이 필요한 거야. 살살 달래서 나중에 또 만나자고 하면서 아쉬운듯 떠나보내...알겠지?
ㅋㅋㅋ...녀석의 똥도 중2병에 걸렸다는...
...
밤에 이마트에 가서
진짜 녀석에게 도움이 될 쾌변요구르트를 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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