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맏딸과의 대화...

주방보조 2013. 6. 22. 02:02

블친이신 쿨님이 따님에게 준 9자우물 이란 글을 읽고^^

저도 요즘 맏딸과 나눈 회사관련 대화들이

기록해 둘만한 가치있는 것은 아니지만

재미로

기억나는대로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

 

열이 나서 화장실에서 토했더니, 사장님이 조퇴하라고 해서 조퇴한 건데 글쎄 조퇴한 것때문에 공휴일날 나와서 일하래요.

-버티지 그랬어. 다들 타이레놀 먹으며 회사 다니는 거야. 아빠가 그랬잖아 사회에 나가면 봐주는 것이 없다고. 부모나 학교하고 사회는 그런 점이 다르지. 어른이니까 자기 자신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해. 조퇴했으면 당연히 다른 날 일해야지.

 

월급을 반으로 줄인데요. 10월달까지요. 10월에 못받은 절반은 다 준다고 했지만...

-회사가 어려우면 그럴 수도 있을 거야. 몇달동안  한푼도 못주는 경우도 많다고 신문에 가끔 나오잖아. 절반은 받으니 차비랑 핸폰비랑은 걱정없겠네. 저축한다고 생각해. 만약에 회사가 그때도 어려워서 문을 닫게 된다해도 내 지식으로는 청산 절차에서 임금체불을 가장 먼저 해결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그리고 혹 못받는다고 해도, 그게 인생이란 것을 배우는 것이니 결코 크게 보면 손해가 아니야. 회사가 어려울 때 함께 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야.

 

과외하는 것 말했다가 막 혼났어요. 돈이 없냐면서, 당연히 없지요. 수습 월급 100만원을 반으로 깎아 버리고 무슨 돈이 있어요.

-회사는 말야, 너를 뽑았을 때 네가 회사에 층실한 일군이 되기를 기대하고 뽑은 거야. 그러니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 당연히 의심하는 것이지. 정말 우리 회사를 위해 일할 마음이 있는 것인지. 그러니까, 회사에서는 할말과 하지 말아야 할말을 항상 신중하게 구분해야 해. 투잡을 뛰고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는 거야. 아니,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생각해.

 

내년에 야간 대학원이라도 다니려고 하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그럴 수 있을까요?

-아마 힘들거야. 회사입장에선 회사가 너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회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 너의 실력이 출중해서 회사가 너를 정말 필요로 한다면 짜르지 못할 수도 있겠지. 아니면 네가 시간을 두고 네거 공부하는 것이 회사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설득을 하던가. 그렇지만 그것도 사장이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야 가능하겠지. 네가 선택해야 할꺼야. 회사냐 대학원이냐...

 

업무시간은 6시까지인데 매일 그때부터 우리 신입들 모아 놓고 1시간넘게 그날 번역한 것 지적하고 한소리 또하시고...두시간까지 그러시기도 해요. 시간외 수당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음 그건 근로기준법 위반인데^^  그렇지만 바꿔 생각해 봐. 공짜로 공부한다고 말야. 프로 번역가가 되기 위해선 누군가 지적해 주고 고쳐주는 작업이 꼭 필요한 것인데, 사장님도 그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돈 한 푼 안 받고 너희들을 가르치시는 것이잖아? 공짜로 배우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봐.

 

저보고 번역에 재능이 없다고...흑흑...

-그런 말 듣는 것을 서러워 해서야  어떻게 발전을 할 수 있겠니. 전문가 입장에서서 보면 너 같은 신입은 결점 투성이로 보이는 것이 당연하지. 관록이라는 것이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거든. 물론 좋은 말로 부드럽게 지적할 수도 있겠지. 그러면말야,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아. 직설적으로 말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더 좋은 선생님이야. 회사에서 그렇게 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행운인 것이지.  

 

두 달동안 직원들이 여섯명도 더 나갔어요. 어떤 언니는 나가면서 이 회사 어때요 하며 씁쓸하게 물었어요. 전 아무 대답도 못했구요.

-나 회사 다닐 때는 평생직장이란 말이 있었지.  요즘은 다들 그런 생각은 없나 보더라. 그래도 일단 잘 다녀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지금은 수습기간이고 배우는 과정이니까, 열심히 배우고, 최소한 2년쯤? 너무 기나? 음...그리고 회사가 충분히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너의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한다고 확신한다면 인정해 주는 곳으로 옮길 수도 있겠지.  

 

7월 3일부터 7일까지가 휴가래요. 직원 모두 다, 사장님 일본 출장 가시는 동안

-그래도 휴가를 주네?^^ 사장님이 거의 모든 일을 다 간여해야하는 시스템일테니 당연한 것이겠지. 이해해 줘야지 불만스러워 하면 안 된다. 네 휴가날 아빠랑 나실이하고 충신이도 껴서 넷이서 설악산 정상을 정복해 볼까? 응? 너는 일본 가고 싶다고? 그건 내년에나 계획하고...등산은 싫다고? 나가사키나 후쿠오카는 싸다고? 아무리 싸도 네 반쪽 월급으로는 일본은 어렵다니까. 어쨌든 안 된다고 나는.  

 

...

 

물론 맏딸은 제가 하느 말 거의 다 듣기 싫어 하였습니다.

위로 받자고 한 말인데

딸 편을 들어주는 것이 하나도 없었으니 말입니다.

한번은 얼마나 골을 내는지...꼴도 보기 싫어서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하려 하였습니다. 저녁 늦게 지쳐 돌아온 녀석을 보니 너무 불쌍해져서 다시 말을 텃습니다만...

 

그래도 별 수 없습니다. 제 맏딸이 그런 재주 없는 고리타분하기만 한 아버지를 만난 불운을 탓해야하겠지요.

 

 

 

  • 김순옥2013.06.22 18:59 신고

    어느 누군가에게는 살아가는 것이 쉽게 보이지만
    어느 것 하나도 만만해 보이는 건 없는듯합니다.
    진실이에게 훌륭한 아버님이 계시다는 건 축복이지요.
    아마 진실이가 마음을 털어 놓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겠지요.
    힘들고 어려운 과정일수록 더 큰 빛으로 돌아오는 날이 꼭 오리라 믿어요.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의 여러 부분들을 품에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기다려줘야 하는데 가끔은 조급함이 답답하게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새 자기의 몫을 잘해 가리라 기대하면서요.

    진실이에게 화이팅을 보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6.22 20:44

      그러게 왜 학교 다닐때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하지 않았니...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꿀떡 올라오다 말곤합니다.

      전 힘들때 위로하는 방법을 잘 모릅니다. 마눌님에게도 그것때문에 많이 혼이 나곤하였지요.
      힘들어서 말하는데 당신마저 나무라면 어쩌나고^^ 딸에게도 그런 것보면 그것도 타고난 것인듯 합니다.

      진실이에게 홧팅을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coolwise2013.06.22 23:17 신고

    대체로 아빠 말씀에 공감합니다. 나이 많은 회사 경영자나 간부들은 지금의 젊은 세대들하고
    직업이나 회사, 일에 대한 개념이 많이 다를 거에요. 토요일도 없이 일을 했고
    야근비 특근히 정기 휴가 같은 것 제대로 찾아먹지 못하며 일을 배운 세대라 ㅎㅎ
    그러나 젊은 사람들이 이해 못하는 것도 또 이해를 해야겠지요. 하하하...

    간단히 한 마디 덧붙이자면..
    학교는 내 돈 내고 다녔으니 편했던 거고..
    회사는 남의 돈을 얻으려고 다니는 것이니 당연히 치사하고 아니꼬운 일도 많을 거라는........

    이러면서 또 회사일 배우고..
    일이 익숙해지면 맘에 드는 회사 선택해서 옮겨갈 수도 있게 되겠지요.
    행운을 빌어줘야되겠군요. ㅎ

    답글
    • 주방보조2013.06.23 07:10

      간단히 정리가 되는군요. 학교는 돈내고 다녔고 회사는 돈벌러 다니는 것이니...ㅎㅎㅎ

      어제는 국제도서전에 다녀와서는 자기 회사에 대한 나쁜 평이 자자한 것에 놀랐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미 인터넷 검색해서 다 알고 있었던 것인데^^
      중소기업은 다 그렇다...해 주었죠. 보통은 양심적인 사람들이 버텨내기 힘든 세계니까요. 양심적인 척 하는 사람말고...

      용기, 인내, 열정 다 필요한 때입니다. 그 중에 행운이 제일 필요할지도^^ 고맙습니다.

  • 한재웅2013.06.23 19:04 신고

    우리나라 남성들은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더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랬구나~힘들었구나
    요 두마디만 해주면 만사형통이라는데 잘안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3.06.23 22:45

      예, 그게 문제인 듯 합니다. 가르치려고 들고, 잘못을 지적하려 들고..이게 앞서니 저의 맏딸도 뾰루퉁하기 일쑤입니다.^^ 일주일에 두세번은 퇴근에 맞춰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 15분 데이트를 하는데 말입니다.
      내일 한번 써 먹어봐야겠습니다.^^

    • 이요조2013.07.03 12:28 신고

      한재웅님이 누구신지 잘 모르지만 한여름 션한 대답을....ㅎㅎㅎ
      맞습니다.
      남자들이 조금만 자세를 낮춰도 세상 모든 여자들은 행복해질겁니다.
      아내는 물론 어머니..딸,,그리고 모든 여성들에게까지도.....행복감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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