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두 딸이 호주워킹을 갔으므로
8월엔 진실과 나실 휴학계를 제가 처리해야 했습니다.
진실담당 교수님은 진실이가 호주가는 일에 대해 묻고는 덤덤하게 싸인을 해 주셨고
나실담당 교수님은 나실이가 참 성실하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시며 싸인을 해 주셨습니다.
진실이는 그 교수님은 자기가 한번도 강의를 안 들어서 그렇다고 다른 교수님이셨으면 칭찬을 받았을 것이라고 우겼습니다.
아마 그럴 것입니다.^^
그래도 나실이가 교수님의 칭찬을 받을 때 ...진한 감동이 있었으며...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세일즈에서도 자식 칭찬만큼 효과있는 떡밥이 따로 없다지요? ㅎㅎ
...
그제는 원경이 모의고사가 있던 날입니다.
시험이 끝나고 밝게 인사하며 들어왔던 원경이, 모의고사 답안지를 놓고 채점을 하면서...얼굴이 점점 굳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걸 뭘 맞춰보니 하면서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난 주일 최근들어 부쩍 친정식구들 보고싶다며 외로움을 타던 아내가 그동안 거의 하지 않던... 청담동 세째언니네 집을 다녀왔습니다.
그 집 두 아들은 서울에 있는 명문대를 들어갔지요. 우리집 윗 세녀석이 지방대 들어간 것과는 달리...
그리고 거기서 있었던 대화중 형부와 원경이 관련한 것을 들려주었었습니다.
요즘도 원경이는 혼자서 공부하나?네...왜?남편은 그게 제일 좋은 공부방법이라고 해요, 자기도 혼자 했다며...70년대하고 지금하고 좀 틀릴텐데?
그 이야기가 생각나고
녀석의 굳어져 자신없어져 가는 얼굴을 힐끗보며, 미안하고, 그래서 차마 얼마나 많이 틀렸는데? 묻지도 못했습니다.
학교 도서관까지 바래다 주면서도
평소같지 않게 우리는 말이 별로 없었습니다.
녀석은 성적 때문이고, 저는 미안함 때문이고, 그랬을 겁니다.
후문으로 들어가서
등나무 벤치 근처에 가까이 갔을 때입니다.
우리 쪽으로 걸어 오시는 호리호리한 3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남자 선생님에게 원경이가 인사를 하였고
인사를 받은 그 선생님이 저를 아버님이냐 물으신 다음
'원경이는 정말 착한 아입니다, 모두 다 ...'
아...
멈춰 서서 말한 것도 아니고 서로 지나쳐 걸으면서 하신 짧은 말씀인데...
울컥,
미안하고 고마운 그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지난 아내의 생일에
원경이가 기도를 하였는데
하나님 오늘은 다섯아이를 낳고 기르신 아름다운 분의 생일입니다...에서 식구들 모두가 울컥 한 이래...^^
가장 큰 감동이었습니다.
...
학교 도서관 입구에서
작별인사로 등을 두드려 주며... 잘해...라고 말할 때, 제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공부를 좀 못해도 괜찮다.
얼굴이 좀 검고 키가 작아도 괜찮고.
선생님 누구에게나 칭찬받는 아이, 그것이면 족하다.
내 딸이 되어 주어서 고맙다.
난 참 행복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정말 행복했습니다.^^
-
진한 감동이 밀려 옵니다! 요즘은 아이들에게 착하다는 말을 칭찬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상한 세대입니다. 공부만이 으뜸이지요.....
답글-
주방보조2012.11.16 20:47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선생님들께 참 마음을 많이 씁니다. 자기반 아이들 학습태도가 나뻐서 선생님들 힘들게 해서 학급회장으로서 죄송해 하고, 아픈 선생님 소식 들으면 매일 성경말씀도 보내드리고, 인사성도 좋고 봉사도 많이 하고, 1학년 담임께서도 '너같은 학생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하셨지요. 2학년 담임도 '원경이는 누구나 다 좋아해요'그러셨구요. 이번 선생님도 원경이를 가르친 적이 없는 분이라는데...그리 칭찬을 해 주셨습니다.
충신이도 제게만 안 착하지...학교나 교회에선 착한 아이로 알려져 있다더군요.
감사하게도 다섯 아이가 다 착합니다. ㅎㅎ 이거 팔푼이 아비가 다 되었습니다.
-
-
감정이입이라고 하던가요?
답글
항상 느끼는 감동이지만 오늘은 좀 더 심한 감동이 밀려오네요.
착한 아이들...부모의 눈에는 좀 못미치더라도 밖에서 칭찬받는 아이들이라면 인정해야지요.
원경이처럼 모범적인 아이는 아마 찾기 힘들 거예요.
아이들이 부모든 선생님이든 강하게 터치하지 않으면 반항할 이유도 없을테지만
부모가 바라보는 아이들은 늘 성에 차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도무지 고3처럼 보이지 않는 한빛이랑 싸우지 않기로 어느때부턴가 포기가 되더군요.
별별 방법을 다 써보면서 부모의 뜻대로 되지 않는...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원경이가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만큼 꼭 좋은 뜻으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공부 영향인지 얼굴이 좀 핼쓱해 보이네요. -
아빠를 행복하게 한 원경이...효녀입니다.^^
답글
두고 보세요...세상에서의 경쟁력은 스스로..입니다.
예쁜 원경이 모습에서 아빠의 모습이 약간 보이는군요.
손도 참 예쁘고.. -
-
사진이 원경이지요?
답글
가만히 얼굴을 보니 어머니를 가장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아닌가요? ^^
자식이 공부를 잘해서 흐뭇한 것도 좋은 일이지만
심성이 착하고 올곧아서 자랑스런 것에 비할 수가 있겠습니까?
원경이 같은 딸을 두신 원필님은 참 행복한 아빠이십니다. ^^-
주방보조2012.11.19 18:13
딸셋중에선 제일 많이 엄마를 닮았습니다. 엄마에게서 뭐랄까 예민함을 제거한^^대신 아빠의 부드러움을 채워넣었다고나 할까요.ㅎ ㅎㅎ
이 세상 어느 딸이나 아버지에겐 행복을 주는 으뜸 존재아니겠습니까?
예전엔 시집보낼 때 칼이나 가위를 넣어 주어...친정과 관계를 끊으라 했다니...옛 아버지들은 참 어지간 하신 분들었단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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