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진실이와 걷기...

주방보조 2012. 11. 10. 21:47

아침에 혼자 가겠다는 진실이를 따라 나섰습니다.

삼성동에 볼 일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딸 아이의 볼 일에 불쑥 간섭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오랜만에 녀석과 전철을 타고 가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삼성동에 도착하면 저는 천천히 고개를 넘어 영동대교를 건너 집으로걸어서 돌아올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아비가 운동삼아 잠시만 같이 간다는 것을 부득이 반대할 이유도 없었을터

우리 둘은 건대입구역에서 전철을 타고 삼성역에 내렸습니다.

 

거기서 경기고까지 가서 진실이의 '볼 일'을 ...마치고 나니

 

진실이가 자발적으로 저와 같이 걷겠다고 하였습니다.

대학4학년 취업의 어려움이 우리 맏딸의 가슴에 갑갑증을 더 했나 봅니다. 무한 경쟁의 촉수에 그냥 아무대비도 없이 던져진  아이...

꿈이라도 꾸고 싶고, 큰 소리라도 쳐 보고 싶은 ...

미안한 마음뿐이지만

꿀밤을 한대 쥐어박았습니다. '그러게 더 열심히 살지...'

 

...

 

청담동 토끼굴을 나와 자전거도로에 서서 물었습니다.

영동대교를 건널래, 잠실대교를 건널래

 

거기서 영동대교를 건너 집으로 가는 길은 5000보 정도, 잠실대교를 건너 집으로 가는길은 10000보 정도..

 

진실이의 선택을 따라 우리는 잠실대교쪽으로 나아갔습니다.

바람이 꽤 부는데도 그리춥지는 않았고, 한강변에는 자전거를 즐기는 이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

 

 

 

가면서 까마중 열매도 너댓개 따먹고

잠실대교 아래 공원의 물억새가 보기 괜찮아 사진을 찍고

아침에 전철을 타고 잠실 철교를 건널 때 그 왼쪽 아래에 코스모스밭을 본 기억이 있어서

내친 김에 거기까지 걸어가서 사진 한장씩을 찍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잠실철교로 올라가

그 다리를 건너

구의역을 지나

자양골목시장에서 호떡과 반찬 몇가지를 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만보계는 1만6천보가 넘게 숫자가 찍혀 있었습니다.  

 

...

 

저녁을 먹고 많이 풀이 죽은 진실이에게 헤어질 때 말했습니다.

 

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라고, 사랑한다고... 

 

 

 

 

 

 

 

 

 

 

 

  • 이사야2012.11.10 23:26 신고

    마지막에 쓰신 사랑한다는...
    잔잔한 공감의 물결이 스쳤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2.11.11 17:25

      취업시험에 떨어져도 낙심하지 않기를
      누군가 어디 취직했다는 소리에 가슴조리지 않기를
      그리 자주는 사용하지 않는 사랑한다는 말을 빌어 표현하였습니다.

  • 한재웅2012.11.11 08:16 신고

    아빠와 같이 동행하는 따님의 맘이 예쁩니다^^
    제 아이들은 같이 운동하자면 "혼자 하세요" 이럽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2.11.11 17:26

      우리집 아들들도 다 그럽니다.^^ㅎㅎㅎ

      그렇지만 딸들은 다 그러지 않습니다. 부러우시죠?^^

  • 김순옥2012.11.12 08:45 신고

    좋은 날씨에 따님들과의 나들이가 부럽습니다.
    딸이 있었더라도 아기자기한 타입은 아닐거라 생각하지만
    귀엽기만 했던 한빛이의 게임을 향한 열정 말고는
    도무지 내 아들같지 않은 많은 부분...삭막함이 남탓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말고사라는데 전혀 개의치 않네요.

    진실이는 초조해하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면 싶네요.
    어학이 준비되어 있어서 기회는 더 많지 않을까요?


    답글
    • 주방보조2012.11.12 14:08

      바람이 불어 제법 서늘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알아서 하게 하였더니
      진실이는 천성이 낙관적인 아이라 게으름을 많이 피웠는지 ...졸업할 준비, 사회진출할 준비가 미숙한듯 보입니다.
      몇군데 인터넷으로 원서를 낸 것은 아는데 그 다음엔 말이없이 풀이 죽었으니 가슴이 아릿합니다. 지켜볼 뿐 대신해 줄 수도 없는 것이니까요.

      한빛이가 게임에 빠져있군요.
      .전 요즘 충신이와 교신이 셋이서 틈츰이 스타크래프트를 합니다. 충신이는 이미 컴중독이고 교신이도 승부를 좋아해서 게임에 재미를 붙여가길래...아예, 같이 하면서 즐기기로 햇습니다.

      고3에게 기말고사는 별 의미가 없나 봅니다. 아무도 공부하지 않는다...그러더군요.

  • malmiama2012.11.12 10:48 신고

    저도 진실이 편입니다.
    웹디자인 배워두는 것도 괜찮지 싶은데요...

    어제부터 만보기를 차고 다닙니다.
    전철,버스를 최대한 이용하고...일주일 5만보 걷기가 목표입니다.

    약간의 운동더하기와 오후 6시이후 먹는 것 자제로 약 8개월 만에 10Kg 정도 감량했는데
    아직 여분이 많으므로^^ 걷기 추가!

    답글
    • 주방보조2012.11.12 14:28

      8개월에 10킬로를 줄이셨으면...너무 많이 급작스럽게 빼신 것 아닌가요? 아님 그동안 너무 살이 많이 붙으셨었거나... ㅎㅎ
      전 한참때보다 4킬로 준 80킬로에서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한 5킬로정도 더 빼야할 것같은데,

      웹디자인...한번 말해 보겠습니다. 편이 되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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