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칠스트레일리아가 시작된 집에서...

주방보조 2012. 9. 29. 22:35

진실과 나실은

충신이의 성화로 충신이의 대학교에 방문하여 놀고 먹고 사진찍고 버스타고 돌아오는 길이 막혀 7시 반이나 되어 집에 돌아왔습니다.

원경이는 공부하느라 양현제에 갔습니다. 9시까지만이라도 공부하겠다고...

중간고사 시험이 끝난 교신이는 시험결과가 별로인것에 구애받지 않고 친구들과 놀다가  5시30분에 돌아와 잠이 들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침조조로 '늑대아이'를 함께 보고 이마트 지하 식당가에서 칼국수를 사 먹고 돌아왔습니다. 제가 영화를 두번이나 영화관에서 보는 일이 없는데 그렇게 되었습니다. 두번을 보았는데도 좋았습니다.

 

일곱식구가 이런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모두 모였습니다. 원경이가 도서관에서 돌아온 9시30분...

우리는

우리의 칠스트레일리아가 시작된 집에 가서 잠간 놀다 오기로 하였습니다.

 

간편한 옷차림으로  7호선 건대입구역에서  전철을 타고 노원역 지나 마들역에 내렸습니다. 10시 17분...

 

마들역...주공11단지 17평짜리 아파트

1997년 11월 2천만원을 대출 받고 6천 8백만원에 산 우리들의 첫번째 집입니다. 

거기서

우리 칠스트레일리아가 완성되었습니다.

일곱번째 식구 즉 , 다섯번째 아이 교신이가 태어났거든요.

 

그곳은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정말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충신이까지도, 그때는 기도도 참 잘하고 원경이를 얼마나 잘 보호하고 듬직한 오라비 노릇을 하였었는지

진실과 나실도 정말 온전한 자유로움 가운데 마음껏 뛰어 놀았던 곳입니다. 놀이터가 많았고 학교 앞엔 갈말공원이라는 꽤 넓은 공원도 있었으므로... 

 

이 집이 잠시 비어 있는 틈을 이용하여

우리 추석 연휴기념으로 상계동 가서 잠시 놀고 오자는 제 제안에

그 시절을 거의 기억할 수 없는 원경과 교신을 포함

한 사람의 반대도 없이 모두 찬성...^^

 

그 늦은 시간에 몇몇은 피곤을 무릅쓰고 전철을 타고 그곳으로 간 것입니다.

만두도 사고 닭강정도 사고 뭐든 맛있는 것은 다 사주마 약속하였는데

그 동네 가게들이 원래 일찍 문을 닫는지 아니면 추석 연휴가 되어 그랬는지 모르지만 대부분 문을 닫았고 몇몇 가게도 거의 문을 닫으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만두는 다 떨어져 찐빵을 대신 사고,  닭강정도 원래 계획했던 집이 문을 닫아 다른 집에서 샀고,  덤으로 송편과 식혜, 그리고 사이다를 사서

그 집...우리들 일곱식구의 첫 소유가 되었던 옛 보금자리에 들어갔습니다. 

 

저도 물론 그랬습니다만 ...모두들 너무 좋아하였습니다. 그때 티비는 어디에 있었고 장롱은 어디에 있었고 앵글을 맞춰 만든 침대는 어디에 있었고 자기들은 가방을 어디다 던져두고 나가 놀았는지, 교신이가 태어났을 때 아빠가 얼마나 조심을 시켰는지, 교신이 깰까봐 감히 안방에는 잘 들어오지도 못하였었고, 원경이가 얼마나 동생주신 것 감사하다는 기도만 매일 했는지 아버지가 가정예배 중 화를 냈던 일, ...등등

 

게다가...만두 대신으로 산 찐빵이 상상 이상으로 맛이 좋았고, 닭강정도 기대이상으로 부드럽고 맛있었으며, 떡까지 지금 사는 동네 자양동의 골목시장 떡보다 얼마나 더 맛있는지...모두 배가 턱까지 올라오도록 먹고 마시고 낄낄대었습니다.

 

 

 

 

 

 

 

 

 

 

 

 

 

 

 

 

 

...

 

1시간...딱 1시간을 그렇게 놀았습니다.

 

앞으로 너희들은 이 상계동 집을 고향으로 여기라...고 하였습니다.   

문득 그리워지고, 생각하면 행복이 밀려 오는 곳...고향, 그것을 정해 주었습니다.

 

아내는 거기서 다섯째를 낳고...아이 많이 낳은 죄로 직급박탈, 근무지 이동, 상사로부터의 보이지 않는 정신적 린치들 ... 허리통증에 일주일을 꼬박 신음과 눈물로 지새우며, 누워서 교신이의 젖병으로 겨우 연명하던 아픔이 있었지만 

다섯이나 되는 자식을 거느리게 된 기쁨이 그것을 상쇄하고 남았을 것이라...

아내에게도 고향이 되기를 바란다 하였습니다.

 

겨우 1시간이었지만,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 아니 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어찌 그렇지 않았겠습니까? 이 세상에 단 한군데인 고향집에서의 온가족 하나됨이었으니 말입니다.

 

밤 12시 다 된 시간 ... 집으로 돌아오는데 비 온 후라선지 바람도 달도 구름도 좋았습니다.

 

 

 

 

 

  • 한재웅2012.09.30 09:58 신고

    추억의 공유 ...이 것이 끈끈한 정 아니겠습니까?

    답글
    • 주방보조2012.10.01 09:09

      그런 것 같습니다.
      촌수로 가까운 친척들도 추억의 공유가 없는 이들은 ...썰렁하더라구요^^
      저는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많은 것 하나는 참 감사하고 있습니다.

  • 김순옥2012.10.02 08:50 신고

    집이 비어 있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ㅎㅎ
    숫자에, 기럭지에...주눅이 들고는 합니다.
    하긴 저희 9남매에는 비할 데가 못되지만 둘, 그것도 두 놈들 모두 체중 57을 생각하면
    한없이 빈약함에 기가 죽습니다.
    어딜 가도 꽉 차는 사진발이 부럽습니다.

    명절은 잘 보내셨지요?

    답글
    • 주방보조2012.10.02 10:26

      아들들은 실속없이 키만 크고요, 딸들은 옆으로만 퍼집니다.ㅜㅜ...
      저 아파트는 자녀들이 다 외국으로 간 이모님에게 사시도록 해 드렸는데...갑자기 며느님이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급히 아들에게로 떠나셔야 했지요. 그 덕분에 2달쯤 비어 있었습니다. 오늘 새로 사실 분이 들어오시는 날입니다.

      명절은...저날 한시간 잘 논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 malmiama2012.10.02 11:39 신고

    아주 특별한 고향 방문이었군요.^^

    답글
    • 주방보조2012.10.02 21:09

      예,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아주 어렸던 ...그러니까 진실이가 초등3학년 교신이가 한살...때의 추억에
      다 커서 징그러워진 아이들이라니...
      한편 뿌듯하고 한편 좀 한심하기도 하고...그랬습니다만
      재미는 만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