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영어로 대화하기...그 시작과 끝^^

주방보조 2012. 9. 13. 00:51

저의 시대에 영어공부라는 것이 거의 독해위주였기 때문에

중1부터 십수년을 영어라는 것하고 뒹굴었지만

겨우 영어동화나 읽고 영어성경이나 조금 떠듬거리며 해석해 나가는 정도입니다.

 

혹 길거리에서 양코뱅이 만나서 눈빛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혹시나 말을 걸어올까봐 발걸음의 방향을 뒤틀어버리는 것이 상책이었습니다.

몇번 경험이 있는데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한 양코뱅이가 콘티넨탈호텔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을 때

고우 스트레이트...(이거 맞나?^^) 라는 영어 대신 '저리로 쭉 가면되는데'...라는 한국어가 잘도 튀어나왔던 진땀나던 순간은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제 주위에 저를 존경하는 ^^교회학교 학생들이 두엇있었나??? 이거 기억이 가물거리는군요. 어쨌든 누군가 있었으며 상당히 쪽팔리는 순간이었지요.

다행히 출세를 못해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않아도 그냥 저냥 사는데 지장이 없습니다만...^^

영어로 말하기란 제 인생에서 상당한 잠재욕구 중 하나일 것입니다.

 

...

 

며칠전 티비를 보다가 영어로 말하기 훈련을 하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몇 주만에 사람들이 영어로 말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그것을 보면서 갑자기 나도 영어로 말하기를 시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엇그제 월요일 저녁부터

아이원트투스피크잉글리쉬...라고 마눌에게 말하기를 시작하여

아이들에게는 아는 영어단어들을 되는대로 주어섬겨 가며 콩글리쉬를 난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저의 이런 짓이 며칠을 가겠습니까?

다 늙어빠진 이제는 아무 쓸모도 없는 일인데 말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의 반응입니다. 두 패로 나뉘더군요.

 

1.진실이는 매우 즐거워 하였습니다. 같이 콩글리쉬를 난사하고 낄낄거리며 대화를 했지요.

2.나실이는 영문과이니까, 제가 말하는 것 중 틀린 것을 한국어로 지적하며 같이 하자니 쪽팔리고 안 하자니 아버지가 섭섭해 할 것같고 아마 그래선지 어정쩡한 표정이었습니다.

3.충신이는 얼마나 좋아하는지, 저보다 더 떠들어 대기 시작하였습니다. 단어나열화법^^으로 말입니다. 주어동사도 분명치 않고 대부분 생략된 ..

4.원경이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아빠가 자기에게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언어인 한글로 이야기하게 해 주세요라고, 가족예배 시간에 기도제목을 내놓더라니까요.

5.교신이는 더 노골적으로 반대했습니다. 아빠가 자기에게 영어로 대화하자 말하시는 것은 덧셈을 겨우 배운 아이에게 삼각함수를 가르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무리한 짓이라면서 말이지요.

 

그러니

제가 영어로 떠들어 대는 것에 대하여

진실과 충신은 찬성

나실과 원경과 교신은 반대 이런 셈이지요.

 

마눌님이요?

영어공부에 남다른 관심이 있으니 당연히 찬성인데

입밖으로 영어를 말하여 대화하자니 틀릴까봐 겁나서...얼굴은 미소를 띠었으나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

벙어리가 되셨지요.^^

 

...

 

오늘이 사흘째

작심삼일

세녀석의 반대를 핑계삼아...영어로 말하기 그만두기로 하였습니다. ㅎㅎㅎ

 

 

원경이가 기도응답을 받은 것이지요.

 

 

 

 

  • malmiama2012.09.13 10:57 신고

    울집에선 정민이가 영어실력이 가장 뛰어 납니다.
    독해든 회화든.
    그 다음은 아내인데, 정민이 다음 실력에 발음이 아주 좋습니다.

    유민이는 사사학교 교재에 더해 엄마 도움을 받아 제법인데
    과제이긴해도 영어로 일기를 쓰기도 합니다.

    저는..형민이보다 못할테고...유민보다 쬐금 낫지 싶고요.^^

    가정에서 영어로 말하기...좋지 싶은데요.
    외국인에게 영어로 길안내 해주는 거...애국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2.09.13 23:38

      우리집은 아무래도 나실이가 형편없는 실력이지만 ... 독보적이고
      충신이는 오로지 무모함으로 두번째일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나머지는 모두 도토리 키재기?^^

      반대하는 놈들때문에 자존심 상해서^^ 못하겠습니다. ㅎㅎ

  • 한재웅2012.09.13 18:10 신고

    ㅎㅎㅎ 저는 영어 젬병입니다.^^ 외국인과 말 할 때 물론 한국어로 말하죠... 답답하면 지 들이 회화책 꺼내들고 손가락으로 짚어요^^

    답글
  • 영문학도2012.09.14 16:13 신고

    그릇된 방법으론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잔인한 말일 수 있지만 문법 사항을 전혀 수반하지 않은 콩글리쉬가 습관이 되면 후에 영어를 제대로 배우고자 할 때 습관을 없애기가 정말 힘듭니다. 책 (가급적이면 원서) 에 있는 문장으로 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는 생각나는대로 말해서 후에 말문이 터질 수 있는 언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2.09.14 17:39

      흐흐흐흐...감사합니다. ^^
      그래도
      용기라는 녀석은 영어회화에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마음가짐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 알 수 없는 사용자2012.09.15 09:22 신고

    베트남에선: 지가 한국말 못하고 나는 베트남말 못하니, 영어 밖에 소통의 도구는 없고...
    '지나 나나' 하며 마구 막 써대던 중학교 스타일 영어~
    웃끼지도 않았지만 서로 즐거웠죠.
    바디랭귀지까지 섞으니 대충 뭐~ 커뮤니케이션이 되더라구요.

    호주에서는: 하얀 사람들이랑 얘기가 딸리니, 멋적으면 일본어 끌어다 대놓곤 했죠.
    한국말을 못하듯 일본어도 못할 호주인들에게 영어 못하는 제가 기죽지 않으려는 심사~
    (저 역시 일어를 못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저랑 대화하던 호주인보다는 아는 게 좀 있어서^^*)

    근데 진짜 쪽팔려서 말문이 막히는 경우는!
    외국인이 아니라, 옆에 영어 잘하는 한국인이 있을 때...였습니다.


    저는 좌충우돌... 가족 반응, 참 좋게 보입니다.
    '용기' 아주 좋은 학습도구가 되겠습니다.
    저는 충신이 뒤로 줄서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2.09.15 19:22

      경험보다 더 좋은 선생은 없지요?^^

      전 외국에 앞으로도 나갈 일이 없을 것이므로...경험을 할 일이 없을테니 참 평생의 다행이다^^싶습니다.

      메국에 3살 때 간, 지금은 대학생이 된 조카가 있는데 그녀석이 내년이나 내 후년 한국에 다녀가게 되면
      제가 녀석에게 콩글리쉬를 하루 강의할 생각입니다.^^ 한국어로는 소통이 기본적인 것 말고는 많이 되지않고, 영어로도 마찬가지이니까...둘 사이를 이어줄 수단으로 콩글리쉬를 ^^

  • 이사야2012.09.15 12:32 신고

    우리 쌍둥이들은 영어학과에 다니는데도 영어 때문에 쩔쩔 맵니다. 부전자전인지... ㅎㅎ
    리포트 쓸때 누나까지 대동해서 애를 쓰는 모습이 참 안쓰럽습니다.
    제가 영어 못해서 불편했던 건 평생에 딱 몇번쯤?
    그래도 미국 호텔에서 화장실 찾을 때 금새 통하던 중딩 정도의 영어 실력이 썩 자랑스럽던 기억은 있습니다. ^^

    답글
    • 주방보조2012.09.15 19:32

      전 거의 없었지요. 대학 1학년때 랩학점이 C가 나와서 열받은 것 말고는 ...ㅎㅎ
      남자가 여자보다 언어적인 기능이 좀 떨어진다지요?
      영어 전공하면 우리나라에선 좀 쓸모가 있는 편이지만...공부하는 동안에는 여학생들에게 좀 밀려 힘들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어쨌든 영어에 과잉투자하고 있는 나라다...생각합니다.

  • 김순옥2012.09.17 14:50 신고

    미국에 세 번 방문할 때마다 절실하게 느꼈던 사실입니다.
    다음에는 영어 좀 공부해야지...
    다시 돌아오면 별로 필요를 못느끼니까요.
    저희집에는 나름 영어 좀 한다는 남편이 있고,
    미국유학까지 했다는 한얼이가 있지만
    정작 한빛이는 영어가 약하더군요 ㅎㅎ
    두 아이들은 성격영향인지 외국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은 별로 없어 보이더군요.
    영어 좀 한다는 남편의 외국사람과 통화하는 걸 보면 옛날 사람은 어쩔 수 없구나 싶어요.
    하긴 김대중대통령의 콩그리쉬는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니었잖아요.

    프랑스인들의 중산층 기준의 첫번째가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강대국이라서가 아니라 세계공용어나 다름없는 영어 정도는 하는 게 아무래도 나을 것 같아요.

    답글
    • 주방보조2012.09.18 06:46

      한얼이에게 묻어가시면 되시니까...ㅎㅎ 영어의 필요성을 오히려 덜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
      한빛이는 요즘 아이들이 영어권 나라에 1년쯤 다녀오는 비율이 높아져서, 상대적손해를 보고 있는 것일겝니다.

      진실이는 일어를 자유롭게 듣고 말하고 쓰는데, 나실이는 아직 자유스럽지 못해 보입니다. 언어에 대한 감각이 개인차가 있어서 그런 것이거나, 일어보다 영어가 훨씬 어려워서 또는 두가지가 복합적으로 엮여서 그런 것같습니다.

      영어로 말하기를 하다가 재미있는 것 한가지...'그녀의'가 허...라는 것은 영어배우기 시작부터 알던것인데 말할때는 자꾸 쉬즈...라고 하게 되더군요. 그러니 글읽기와 말하기가 전혀 다른 분야라는 것이라 생각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