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요즘 잘 가지 않는 페이스북을 보다가 나실이의 투덜거림을 보게 되었습니다.
...
...
마침
충신이가 친구들과 2박3일 포천에 있는 계곡으로 놀러가서
집을 그 놈으로부터 보호할 필요도 없어졌고^^
지친듯 누워 자고 있는 두툼한 나실이와 진실이를 보고 있자니, 호주에 가서 고생하며 살만 더 쪄 온 것이 너무 가엾게 느껴지고 하여
이 마음 약한 아버지의 측은지심을 강력하게 자극하였습니다.
목요일은 진실이 이빨 수리하러 가는 날이라
두 딸과 함께 김진홍치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근처 빵집에서 천원에 세개짜리 빵 3천원어치를 사서 어린이대공원에 들러 코끼리도 보고 사자 호랑이 사슴 캥거루 등등을 보며
예전에 구의동 살던 시절 충신이 갓난 아기시절, 얼마나 자주 어린이 대공원에 왔었는지 그 추억도 나누고, 쉬엄쉬엄 걸어
이마트에 가서 내일을 예비하여 불고기감도 사고 여러가지 집안의 남을 자들 먹거리를 잘 챙겨놓았습니다.
그리고
마눌에게 최종 허락을 받았습니다.^^
다음날
금요일 아침
몸이 아파서 가기 싫다는 진실이를 억지로 타이레놀을 먹이고 끌고나가
우리 셋은 동서울터미널에서 속초가는 오전9시 6분 버스를 탔습니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것이 11시30분
마눌님이 안 계시니 ... 눈치 볼 것 없이 우리는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쌓인 바다의 도시 속초를 걸어다녔습니다.
좋았던 것:
1.그동안 몰랐던 속초시내의 구석구석을 알게 되었다는 것
2.불가사리와 물고기들과 잠시나마 어울려 놀았다는 것
3.가을동화에 나오는 200원짜리 멍텅구리배를 두번이나 타봤다는 것
4.나실이의 소원대로 아바이순대와 닭강정을 사주고 오징어순대도 사주었다는 것
나빴던 것:
1.관광안내지도대로 따라 돌아다니기가 어려웠다는 것
2.방파제때문에 시원스럽게 펼쳐진 바다를 보지 못하였다는 것
3.가을동화와 일박이일을 팔아먹으려는 상혼이 지나쳤다는 것
4.우리가 사 먹은 나실이의 소원이, 운이 없었는지 맛이 형편없었다는 것
...
오후3시
우리는 미리 예약해 놓은 버스를 타고
오후4시 55분
두시간도 안 걸려서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였숩니다.
걸어서 집에 도착하니 5시40분.
원경이는 막 학교 도서관에 가려고 불고기를 구워먹고 나서고 있었고
교신이는 학교 끝나고 놀다가 막 들어온듯 보였습니다.
중간 휴계소에서 산 통감자를 원경이 입에 두개 물려주고
교신이에게는 엄마 오시면 같이 먹으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불가사리를 잡으려 고개를 숙이다가 속초 앞바다물에서 침례를 받아 멍청이가 된, 거의 다 돌아가신 디지털만보계를
열심히 뜯어 분해하여 닦고 말리고 하는 일에 열중하느라
속초 다녀왔다는 사실자체를 잊어버리고 말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것 참...뇌세포의 소멸 때문인지
아주 먼 기억속의 일이 되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지금 글을 올리며 나실이가 보내준 사진을 보면서 새삼 바로 어제 거길 갔다 왔구나 신기함에 젖습니다.
이거 치매 초기증상 아닌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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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용자2012.08.25 19:55 신고
주방보조님의 붉은 빛 다섯 발가락(과)
답글
보라빛 불가사리의 다섯 갈래 몸맵씨(와)
곱디 고운 황금빛 모래바닥(이)... 너무나 조화롭고 예쁩니다!
어딘가에 꼭 써먹고 싶은 사진이네요! 잇츠 굿~^^* -
알 수 없는 사용자2012.08.25 20:02 신고
Natalie가 나실 양의 잉글리쉬 네임인가요?
답글
나실이랑 비스무리 하네요.
잘 어울리는 이름 같아요.
작명의도였을까요? ~ ^^* -
알 수 없는 사용자2012.08.26 10:00 신고
지니! 두 명의 지니가 딱하고 떠오르네요?
답글
1번 지니는 제가 어려서 흑백TV로 열심히 시청했던 외국드라마 속 지니고요, 호리병 속에 살던~
지니 맞나? 제목이 '내 사랑 지니' 뭐~ 이런 거였던 거 같은데...
2번 지니는 월트디즈니 만화영화 속에 나오는 램프요정 지니예요.^^*
상극의 이미지, 둘을 합성하면 울 진실 양이 나올까요? -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을 갖고 살아갈지...부럽기만 합니다.
답글
정말 그런 아빠 어디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아이들이 세상의 많은 여자아이들처럼 개미허리와 성형의 힘을 받은 것처럼
예쁘지 않다고해서 절대로 뒤질 게 없는 아름다운 꿈을 안고 살아갈테니까요.
딸아이가 그려준 캐릭터티셔츠를 자랑하시듯 입고 대충교통을 이용하셨다는 게
얼마나 멋지세요?
남들이 할 수 없는 자기만의 자신감이 아름다움의 핵심은 아닐까요?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항상 깨닫게 하는 가족이시랍니다.
저희집에서 가장 결핍된 부분들이니까요.
그렇다고해서 저희 부부가 자녀들을 방치하거나 함부로 하거나 하는 것도 아니면서
뭔가 부족한 부분들은 자존심과 게으름에서 오는 것들일 거예요.
출근하는데 한빛이는 자고 있었답니다. 어제는 야호를 외치면서 들어오더군요.
고3이 일찍 수업 끝났다고 피시방 뛰고 오는 길에...-
주방보조2012.08.28 18:09
ㅎㅎ,,, 제가 제 딸들에게 늘상 말하는 것이
쌀빼라입니다. 얼굴생긴 것이나 기럭지 긴 것은 본인들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이니 어떻게 생겻든 키가 크던 작든 상관이 없지만 , 지나치게 살찐 것은 스스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구요.
근데 사실 살찌는 것도 유전적인 부분이 많지요. 아들들은 노력 안해도 다 개미허리이니까요. 키고 크고...
노력은 한다는데...보면 먹는 것 좋아하는 유전자때문인지, 세월이 갈수록 더욱 두툼해져가는 것같아 초조합니다.^^
남자아이들에게 피씨방은 장애물임에 틀림없습니다. 딸들 중엔 진실이가 잠시 좀 좋아했고 나실 원경은 한번도 안 갔는데, 충신이는 거기서 살았고, 교신이는 호시탐탐 껀수만 노리고 있거든요.
한빛이는 수시를 지원하나요? 9월8일부터 시작이지요?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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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아항~그 때였군요.
답글
나실이랑 통화하면서, 친구들과 당일치기 나들이 간 줄 알았는데...ㅎㅎ
요즘..진실,나실과 문자,이메일,통화...좋습니다.^^ -
정말 훌륭하고 정답고 멋진 아빠십니다. 세상에 버스 타고 딸들하고 당일치기 여행가는 아빠가 어디 흔한가요?
답글
애들은 때가 되면 다 살 빠집니다.
.
몸도 마음도 건강하기만 하면......
우리딸도 대학 가면서 슬슬 빠지더니 취직하고 결혼 할때는 44~55 싸이즈가 되더라구요 -
글이 너무 재밌습니다. ㅎㅎ 두 아이가 다 건강하게 돌아왔군요,
답글
죄송합니다. 동안 격조했습니다.
4.우리가 사 먹은 나실이의 소원이, 운이 없었는지 맛이 형편없었다는 것.....
정말 맛없습니다. 제 글에도 그렇게 썼었는데....줄배도 타시고 재밌었겠습니다. ㅎㅎ
모처럼이라 사진으로들 보니 방갑기 그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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