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가평으로 휴가를 가다...

주방보조 2012. 8. 12. 00:07

여름휴가때면

우리집은 매년 당일치기 바다구경이 주를 이루었었습니다.

10년전 경포대에서 1박2일을 한 이후로는, 단 한번도 여행지에서 1박을 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휴가철 방 값이, 이 속이 살구씨처럼 쪼끄만 구두쇠가장에겐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였고, 우연히 하다보니 당일치기라는 것이 피곤하긴 해도 교통이 좋아져서 그렇게 무리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1박2일을 계획했습니다.

진실 나실이 1년만에 돌아왔다는 것, 내년이면 원경이는 고3이 되어 절대 여름휴가 못갈 것이라는 것 등이 그 이유였습니다만

사실은 '아이들의 강압'이 제일 컸다 할 것입니다.

 

나실이가 가평에 있는 (7명에 하루  20만원짜리) 팬션을 예약했고

충신이는 마침 알바와 겹쳐서 자기 알바시간을 대신해 줄 대타를 부탁하였고

아내는 그날 휴가를 내었습니다.

 

8월 10일-11일 1박2일...^^

 

우리는 조를 둘로 나누어야 했습니다.

원경이가 오후 1시에 방과후수업이 마무리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진실, 나실, 충신, 교신 넷이 1진으로 먼저 출발하고

원경을 데리고 아내와 제가 2진으로 출발하였습니다.

 

1진은 먼저 강촌으로 가서 구곡폭포에서 놀다가 오후 3시 쯤 나중에 출발한 2조와 가평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

 

쌀, 고기, 김치, 기타 반찬꺼리 등등 무거운 것들은 모두 제가 떠맡기로 하고

1진 아이들은 가볍게 자기 옷정도나 든 배낭을 매고 10시에 출발하였습니다.

차비가 강촌까지 약2천원, 강촌에서 가평까지 약1천원, 삼각 김밥 두개씩 값하고 혹시 모를 비상금 더하여 3만원을 주었습니다.

예전에 아이들이 작은 외삼촌과 한번 같이 간 적이 있는 곳인데, 이구동성 전혀 새로운 곳 같았다고 하고, 예상치 못하게 입장료를 받아서 돈이 형편없이  모자랐다고도 하였습니다. 

배가 엄청나게 고팠지만

그러나 계곡에서는 실컷 아주 잘 놀았다고 하였습니다.

 

나머지 우리 2진은 원경이의 종강 햄버거 파티를 기다리느라 좀 늦어서 두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7호선을 탔습니다.

상봉역에서 한시간에 두 세번 가는 춘천행 전철을 갈아탔고 가평에 도착한 것이 3시 30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곧 강촌에서 온 아이들과 만났으며, CC마트까지는 공짜순환버스를 티고 갔고(거기서 수박을 한통 샀습니다) 조금 막 지루해지려할 정도로 기다리니 팬션 주인 아주머니가 승합차로 우리를 실어다 주었습니다.

앞엔 북한강이 흐르고 커다란 티비와 조그만 에어컨, 둘로 나뉜 방과 거실에 각각 작은. 샤워기가 달려 있는 화장실 둘...

 

음...손잡이가 고장난 전기밥솥에 밥을 하고, 참치와 스팸을 넣고 김치찌게를 끓여서 5시정도에 저녁을 먹어야 했습니다. 삼각김밥만 달랑 먹고 구곡폭포근처에서 격하게 놀다온 아이들이 너무나 (돈을 적게주었다고 ?^^) 원망스럽게 배고픔을 하소연하였기 때문입니다.

 

밥이 되는 동안 말라기를 돌려가며 읽고 기도하고 ... 꿀맛같은 오뚜기쌀로 만든 밥과 기름진 김치찌게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습니다.

 

...

 

 

 

 

 

 

 

 

 

 

공기가 좋았고^^ 아이들 떠들며 게임하는 소리가 좋았고

너무나 오랜만에 밤에 구워먹는 불고기, 삼겹살, 통닭이 좋았고

가족 모두 함께 하는 산책길이 좋았고

비록 구름이 많이 가리고 있었지만 서울보다는 훨씬 더 많은 별들을 보아서 좋았고

밤새워 구경한 한일축구가 이겨서 너무 좋았고

많은 종류의 잠자리도 좋았고, 

까마귀와 백로가 가까이서 울어대니 시조 두편이 생각나서 좋았고

마지막으로

나실이가 야심차게^^ 완성한 칠스트레일리아 단체복을 모두 같이 입고 사진도 찍고 활보하고 다녀서 정말 좋았습니다. 

 

 

 

 

 

 

 

 

 

 

 

...

 

떠나기전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하박국을 돌려가며 읽고(충신이 혼자 주무셨지요. 너무 피곤하시다고...ㅜㅜ) 돌아가는 길 평탄토록 기도하고

 

주인 아주머니 승합차를 타고 가평역으로, 거기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모두

무사히 잘 돌아왔습니다.

 

...

 

집에 돌아오니

 

가슴 아프게도 장미란 선수가 귀국할 때도 우울하였다는 기사가 눈에 뜨이고

작년에 5천만원이나 올려받은 새집의 주인이 전세 재계약을 위해 전화했다고 하고

 

우울중이 슬그머니 목에 걸린 만보계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만...

 

우울증이 피곤을 이기지 못하였습니다.

 

단잠을 자고..툭툭 털고...기운을 북돋웠습니다.

 

힘내라 장미란!

힘내자 주방보조!!!.

 

 

 

 

 

 

  • 알 수 없는 사용자2012.08.12 20:25 신고

    와우! 나실양이 도서관에서 열심히 만화그렸다시던 바로 그 따님이신가요?
    7식구 캐릭터 쥑입니다!!!
    저같은 외인도 티셔츠 그림만 보고 누구 것인지 충분히 알겠습니다.
    특징 확실히 잡았네요! 햐~

    어제... 숙박비 20만원 하는 소리에 헉소리를 내고 갔더라니~
    오늘 7인 가족을 뵈오니...
    단체 개념이 확 들어오면서 아까운 맘이 좀 가시네요.^^*

    답글
    • 주방보조2012.08.13 21:19

      도서관에서 그짓 한 건 진실이구요
      둘째 나실이는 제 눈을 피해 꽤 열심히 그렸다는데...전 몰랏죠.
      나실이는 솜씨가 제법 있는 편입니다. 진실이는 좋아는 하는데...좀 딸리고^^
      그래도
      제 캐릭터는 좀체로 구상이 안 되어 그냥 사진을 스캔하여 만들엇다고 하더군요.

  • 알 수 없는 사용자2012.08.12 20:35 신고

    칠스트레일리아의 태자비로 낙점 받으신 장미란 님...
    그분의 눈물은...
    그녀를 더욱 성숙하게 비춰주는 기름부음과도 같더이다.
    금의환양보다 숙연함으로 맞이하게 하는...

    그보다 염려스러운 건,
    주방보조님께 어울리지 않는 우울이 감히 고개를 내밀었다 하시는 건데,
    우울증을 이긴 피곤함이 있어 고맙고 좋으네요.
    가족의 힘이겠지요? ^^*
    파이팅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2.08.13 21:28

      오늘 대충 털어내었습니다.
      전세금 2천만원 올려주기로 했고...^^ㅎㅎㅎ
      날도 시원하고...

  • malmiama2012.08.13 10:42 신고

    야심찬 단체복..압권입니다.^^

    다복...칠스트레일리아~~~~~~~~~~~~~~~~~~~~!!

    답글
    • 주방보조2012.08.13 21:32

      ^^
      전철에서 교신이는 가방으로 가리고 있었지요^^
      나실이 버럭했고^^
      교신이 겁먹었고^^

      자기얼굴 그려진 흰티를 입고 줄줄이 가니...상당히 재미있어 하시는 분들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쪽수가 많으니...당당할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ㅎㅎㅎ

  • 한재웅2012.08.15 10:22 신고

    가평이 물이 좋은 곳인데...가물 때 가셔서 좀 거시기 했겠어요^^

    답글
    • 주방보조2012.08.15 17:19

      예, 물이 형편없었습니다. 강으로 흘러드는 도랑들조차 물이 거의 흐르지않았고
      강물도 멀리까지 강바닥자갈들이 드러나 있는 듯했습니다.

      주인말로는 계곡을 찾은 사람들은 그나마 우리눈에 보이는 물조차 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그냥 방에서 논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 왕언니2012.08.31 08:20 신고

    칠스트레일리아 단체복 대박입니다. 어디를 가도 당당했겠습니다.
    이젠 아이들이 다 커서 정말 단체손님기분이었겠어요. 펜션주인이...^^

    답글
    • 주방보조2012.08.31 13:52

      ㅎㅎ...그 단체복이라는 것이 참 묘한 것이었습니다.
      정말 뭐랄까 하나가 된듯한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안티아버지인 말썽꾼 충신이도 그때는 내편으로 보였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