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결합시킨 우산을 우산꽂이에 꼽고
그 찰라적 기쁨을 밑천 삼아
분노를 가라앉히고^^...
자기 운명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모른 채 (새롭게 탄생한 우산때문에 몽둥이질을 면했다는^^)게임 중인 충신이를 측은하게 한 번 보고
안방 제 책상에 잠간 앉자마자
거의 두시간에 가까운 쇼핑을 마치신 마눌님이 생일인 교신이의 봄 옷과 자신의 새옷 없음을 항상 투덜거리는 충신이의 봄 옷을 똑같이 사가지고 돌아왔습니다.
휴...고마워 할 줄 모르는 녀석들이니 티셔츠나 한벌 사주라 하였건만...두 보따리.
들어오자마자 아내는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습니다.
"근데요, 교신이가 오늘 아침 축구교실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문자가 왔어요.
생일이라고 친구들과 놀다가 1시에 들어와 또 놀려고 2시에 나갔다는 건데 4시까지 들어오라 했는데 6시인데 아직도 안 들어 오고
참 문제네요. 어쩌면 좋지요?"
그때였습니다.
스마트폰을 곁에 두고 게임하던 충신이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습니다.
"아빠!!! 교신이가 저보고 와서 도와달라고 문자를 했는데요. 무슨 일이 있나봐요."
어느새 제가 가지고 다니는 진실이의 휴대폰을 슬쩍 말도 없이 가져 갔던 것이며
아침 9시부터 점심시간 1시간을 빼고 8시간을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무슨 사고를 친 것입니다.
절보고 따라 가보라는 마눌님의 압력이 있었지만
충신이를 믿어봅시다, 하며 기다리는 데...참 마음이 별별 걱정으로 가득찼습니다.
어디 흉터나 생가지 않았으면 좋겠고, 다른 녀석을 해친 것이나 아니면 좋겠다고 자조하며 기다렸습니다.
중학교 1학년들의 일진타이틀전에 대한 항간의 소문들과 신문기사들이 그 잠간 사이에 머리 속을 마구 돌아다녔다는 것 아닙니까.
...
충신이가 의기양양하게 교신이를 데리고 들어와
보고한 것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교신이의 친구 하나가 sy중학교 녀석들과 시비가 붙었었다.
힘이 딸리는 그 친구가 교신이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으며
쎈척의 대명사인 교신이가 자기가 대신 싸워주겠다고 나섰다. (이 부분에서 충신이는 교신이가 너무 건방지다며 비난성 해설을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sy중학교 녀석들이 교신이가 나름 쎈 녀석인 것을 파악하고
자기 선배들을 데리고 와서 교신이 좀 손을 봐주라고 부탁을 했다.
중3짜리가 거기 포함되어 있었고, 교신이패거리는 본능적으로 하나 둘 몸을 사리고 도망치는 중인데
교신이는 끝까지 쎈척하며 '달인'이라는 스낵코너에서 버티다가
결국은 자기에게 살려달라 부탁을 한 것이다.
자신은 거기 가서 "야 너희들 뭐하는 놈들이야" 이 단 한마디로 녀석들 패거리를 쫓아버렸다.
솔직히 대학생이 되어서 중학교 꼬맹이들 싸움에 끼어든 것이 쪽팔린다.
...
교신이의 책임자인 아내는 교신이를 안방으로 불러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밖에서 얼풋 들으니
교신이는 자신의 정당함을 강변한 듯 하였으며, 아내는 그런 교신이의 반성이 없는 태도에 불만이 가득하였습니다.
여보 얘 좀 때려 주세요.
싫어요
왜요? 얘는 정말 맞아야 해요.
오늘 생일이잖소.
그럼 내일이라도 때려주세요.
싫어요.
왜요?
주일이잖소.
...
그런 와중에 도서관에서 원경이가 돌아오고
충신이가 케잌을 사오고
다섯식구는 식탁에 둘러 앉았습니다.
케잌에 14살짜리 초를 꼽고 불을 붙인 후... 생일축하노래를 부르고 ... 촛불을 교신이가 불어 끄고...그것으로 교신이의 14번째 생일축하는 끝이 났습니다.
축하도 없고, 감사도 없고, 기쁨도 없고, 염려와 근심 그리고 불만과 짜증만이 가득한 채...
...
원경이와 학교도서관으로 같이 갈 때 원경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평생 이런 생일축하파티는 없었어요"
...
밤 늦게 아무 것도 모르는 호주의 두 딸이 교신이에게 생일축하 전화를 걸어 왔고...그것이 그나마 녀석에게 밝은 축하였을 것입니다.
아, 물론
녀석이 패싸움 나기전까지 ...친구들과 어떻게 생일축하를 하며 즐겼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만...
그리고
간만에 형노릇을 한 충신이의 뿌듯함이 ... 그 이후에도 게임을 하는 충신이의 당당한 후광이 되었습니다.
-
멍들지 않은 모습으로 생일 축하 테이블에 앉은 거 축하해~~교신아!
답글
든든한 형이 있어 좋았겠습니다. 교신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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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신이가 조금은 걱정이 되네요.
답글
이왕이면 그런 일들과 얽히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요즘 아이들은 도무지 가늠하기가 힘들어서요.
조금 비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위험한 상황을 접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빨리 짐을 벗어 해방되고 싶은 마음 가득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염려되는 부분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체구가 작고, 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한빛이라서 그런 염려는 없었어요.
교신이가 인기가 많아서 아마 여러 아이들과 교제할 기회도 많을 거예요.
나중에는 큰 힘이 되겠지만 아직은 어린 교신이로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자랐으면 싶네요.
충신이의 형노릇도 멋집니다.
교신이의 순발력도 칭찬하고 싶어요. 형에게 도움을 요청한 부분은요.
형제의 용감함이 멋진 방향으로 승화되길 기대하겠습니다.-
주방보조2012.05.04 02:43
충신이말을 다 믿을 수는 없지만
교신이는 싸우지 않으려 하는데 아마 그럴 수는 없을 것라고...하더군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충신이 중1때도 그랬지만 알 수가 없으니...그저 제시간에 귀가하는지만 살피고 있습니다.
본인의 거부의지가 강력하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공부보다는 연예계를 꿈꾸며 허튼 소리를 하고 하튼짓을 하고 다니니
조만간 터지든지 때리든지 하는 일이 필연적으로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입니다. 차라리 맞고 돌아오는 것이 나을텐데 하고 있구요.
두 아들이 저를 미친듯이 협공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셋이라면 정말 큰일날뻔 하였다...그런 생각이 다 듭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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