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어버이날 ...기록 ^^

주방보조 2012. 5. 10. 19:03

저녁 7시쯤 호주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버이날이라고

비싼 전화를 마다 않고^^ 아빠~엄마~ 코맹맹이 소리를 하는 두 딸의 전화를 받으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그날

충신이는 새벽 1시에 들어와 제게 좀 두둘겨 맞았으니 학교 갔다 와서도 adhd 환자답게 얼굴에 골가지를 하고 앉아 게임만 하시고

교신이는 전날 90도 각도로 빗겨 앉아 가수오디션 타령을 하고 다시 대화가 끊어졌으니 그저 거시기한 그런 상태이고 

원경이는 중간고사 시험 이후에 한국사 검정시험을 준비한다고 다시 도서관에 쳐 박혔고

 

우리집 어버이들은 그저 우리의 어버이들께 문안하고 ... 아무런 문안^^도 못받고 공중에 떠서 '인생 뭐 별 것이 있나 이것이 인생이야' 하고 있는데

호주에서 전화가 와서 엄마 아빠를 찾아주니...반가울 밖에요.

 

 

 

이번에 보낸 돈으로 맛있는 것이라도 사드시고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시라는 말에

너희들이 피같이 번 돈을 어떻게 쓰겠느냐...하면서 코등이 시큰해졌다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9시 원경이가 야자시간을 두시간 앞당겨 돌아와서

오빠에게 뭔가 시키고

가방에서 뭔가 꺼내고 부산을 떨었습니다.

 

충신이는 원경이 지시를 받고 밖에 나가 초코파이 한 상자를 사 왔고

그걸 모두 꺼내 피라미드처럼 쌓더니 사진을 찍더군요.

원경이는 방과 후에 잠간 다녀왔다면서 핸드폰 걸이 세트를 우리들에게 내밀었습니다.

그래도 딸이 하나 남아 있었던 것이지요.

원경이는 카드에 깨알같은 글씨로 감사의 편지를 써서 주기도 했습니다.

"부모님께

초등학생 때처럼 종이 카네이션을 만들거나

중학생 때처럼 가짜 카네이션을 사드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선물은 샀어요!

카네이션은 이 편지 그림으로 대신 할께요.ㅎㅎㅎ(표지엔 카네이션 세송이가 있고 내지 왼쪽엔 길다랗게 한송이 활짝핀 꽃과 곁에 봉우리진 것 하나가 있는 그림이 있음)

엄마 아빠!

일단 저희 5명 낳아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ㅎㅎ

지금은 언니들이 호주에 가 있고 없지만... 그래서 이번 어버이날은 썰렁하지만...TT 아무튼!

건장한 충신이 오빠와

착하고(?) 말 잘듣는 (?) 저랑

어느덧 멋진 중학생이 된 교신이가 남아 있으니 너무 쓸쓸해 하지 마세요...히히

이번에 보는 한국사 능력검정시험때문에 요 며칠 부모님께 너무 소홀했던 것 같아서 많이 죄송해요.

시험 끝날 때까진 이해해 주실거죠?ㅎ

힘든 직장생활에도 우리 생각하시며 꾸준히 직장 나가시는 착하고 순진하신 엄마!

집안일과 교회일을 항상 열심히 하시며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시는 지혜로운 아빠!

두분께 항상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이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간직하도록 노력하는 딸이 될께요...

우리들을 키우시면서 심적으로 힘든 일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오랜만에 데이트라도 한번 해보시는 것이 어떨른지요?!! ㅎㅎ

제가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면 최선을 다 해 모실 터이니 부디

만수무강하세요~!!  ^ㅇ^        2012.5.8  네째 원경 올림"

 

 

 

(어제 그러니까 5,9 저녁에 우연히 이 카드 봉투를 다시 보았는데

이렇게 수신자와 발신자가 씌여져 있었습니다.

TO 신라왕족의 후예 김원필씨^_^

     백제 왕족의 후예 서정선씨^ㅇ^

FROM두 분 사이에서 네번째로 태어난 김원경 양^^)

 

그리고

원경이의 강압에 교신이도 간단하게나마 즉흥적으로 카드에 글을 썼습니다.

"부모님!

저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부모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공부든 음악이든 한 번 성공의 길로 도전해 볼께요.

건강하시고

항상 감사합니다.   -교신-  

 

그래도, 어버이날이란 것이 있어 좋았습니다.

 

...

 

 

그리고 어버이날이 이틀 지난 오늘 강북명성교회에서 '부모님께'라는 제목의 편지가 날아왔습니다.

충신이가 다니는 교회이니 충신이의 편지이지요.

반가운 마음에 뜯어보았습니다.  그래도 사내녀석이라 말은 없었지만 이런 편지도 준비하고 기특하다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카드의 앞쪽은

예쁜 새들과 꽃들이 그려져 있고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히11:1)" 라는 말씀이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카드의 뒤에는 아주 짧은 충신이의 글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TO 부모님

저 때문에 많이 속 썩으셨죠?

앞으로도 더 썩으실 겁니다.

제 의견을 잘 안 접(?)으니까요

교회에서 편지 쓰라고 해서 글을 쓰지만

이왕 쓰는 거 제 의견 좀 존중해주라고, 화 좀 내지 말라고 말하고 싶네요.

                                           -충신-

                                                                                                                                          

 

...

 

ㅎㅎ...어버이날 같은 거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 주방보조2012.05.11 03:17

    광산김씨는 경주김씨에서 파생되었지요. 신무왕의 세째아들이 신라말 광주에 자리를 잡아 시작되었으니...신라왕의 후손이고
    부여서씨는 의자왕의 세째 아들이 당나라에서 귀국하여 시작하였으니...백제왕의 후손입니다.^^
    광산김씨는 약 80여만명쯤 되고 부여서씨는 약 1만4천여명이 있다고 합니다.

    저나 제 아들들의 행태로 볼 때 사계 김장생의 후손이라고 보기엔 너무 거리가 있으므로 우리가 바로 그 가짜광김이 아닐까 싶긴 합니다만...
    원경이의 표현은 형식적인 면에서는 맞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충신이가 저를 미워하나봅니다. ㅎㅎㅎ

    답글
    • malmiama2012.05.11 09:32 신고

      진짜 미워하면 그런 글 안쓴다는 거 아시잖아요~~ㅎㅎ

    • 주방보조2012.05.11 17:55

      흐흐흐...
      자기는 자기 아이들 원하는 것은 뭐든 지 해 줄것이기 때문에...아버지 받은 것같은 편지 안 받을 것이라고^^
      그러더군요. ㅎㅎ

  • malmiama2012.05.11 09:31 신고

    원경이는 착하고 순진한 엄마를 전적으로 닮았나 봅니다.
    결혼 잘 하셨어요.^^

    답글
    • 주방보조2012.05.11 17:58

      원경이는 음...저나 제 아내보다 훨씬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두뇌도 좋은 것같습니다.
      다만
      큰 딸들만 못한 것이 정...이지요. 속정은 어떤지 모르나 겉으로 나타나는 정은 무척 논리적이라고 해야하나...ㅎㅎ

  • 한재웅2012.05.11 10:44 신고

    두 딸래미를 빨리 귀국 시켜야지 외로움을 덜 수 있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2.05.11 18:05

      세금환급받는 것 때문에 7월중순으로 .. 딱 두달이나 남았습니다. 하루하루가 어쩌면 이리 긴 지 모르겟습니다.^^ 충신이라는 꿩을 잡는 매가 나실이인데...말입니다. ㅎㅎ

  • 김순옥2012.05.14 09:03 신고

    숫자 만큼 이야기 거리가 많아서 좋네요.
    단출해서 그렇지 못한 것보다는 훨씬 생산적이잖아요.
    우여곡절을 다 넘고 나면 기쁜 일들이 많으리라 확신합니다.

    아무런 반응도 없이 침대에 눕는 한빛이더러
    "너는 어버이 날인데 카네이션 한 송이도 없냐?"
    라고 했더니 휴대폰도 뺏으면서 뭘 바라느냐고 하더군요.

    무미건조함은 가족 분위기니까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나름 책임감을 갖고 있는 장남이 있어서 다행이지요 ㅎㅎ

    왜 딸이 있어야 하는지 답이 나오는 것 같네요.
    진실이랑 나실이도 매일매일 부모님 곁으로 돌아올 날을 생각하겠지요.
    자매는 용감했다...를 증명하는 두 아이들이 참 기특합니다.
    한얼이 친구가 지금 호주에 있는데 일전에 급료를 받아 나오다가
    총을 든 사람들에 의해 돈을 몽땅 뺏겼다고 하더군요. 한얼이더러 돈을 보내달라고해서 보내줫다는군요.


    충신이도 교신이도 한빛이도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원경이가 참 대단해요.

    답글
    • 주방보조2012.05.14 17:06

      ㅎㅎ...한빛이하고 저희 두 아들을 한데 묶으시는 것은 좀^^

      아들만 있는 집은 보통 아들 하나가 딸 몫을 조금은 한다고 하던데, 한얼이가 그런 편인가 봅니다.
      한빛이는 입시 스트레스가 상당하겠군요. 상위권 학생일수록 심할테니까요.

      우리 집 아들들은 '노력은 없이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만 가득한 놈들인듯 합니다.
      그런데
      제가 자녀들에 대하여는 평가가 인색하고, 게다가 겉멋만 내려는 아들 녀석들에겐 혹독할 수밖에 없으니 아버지를 피하고 딴 곳에서 인정을 받으려는 것같아...반성중입니다. 그렇다고 쉽게 제 기질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고 인식 또한 금방 너그러워질 수도 없을테니...이 간격차는 충신이 말대로 당분간은 더 심해지겠지요.


      그래도
      두 딸이 돌아오면 도움을 좀 받아서라도 '상황을 재정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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