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다...마음에 달렸다.

주방보조 2012. 5. 16. 02:49

어젠 충신이가

친구들과 함께 한강에서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라서 700cc정도의 맥주를 마셨는데 그냥 쓰기만 하고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며

은근히 아버지의 통제를 타 넘고 있는 자신을 과시하는 표정을 지으며 저를 떠 보는 듯 지껄였습니다.

마음대로 살고싶은 욕망이 가득한, 그러면서도 귀소본능이 강하여 감히 뛰쳐나갈 용기도 없는 녀석에겐  아버지가 너무나 갑갑한 벽일 것이라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엾은 녀석....속으로 생각하면서.

술은 취기가 오르면 기분이 좋아지고 말이 많아지고 고통은 잊고 용감해지게 만드는 것인데 네가 아직은 그 취하는 맛을 몰라서 그런 것이다,  그래도 다시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시작이 반인데, 너처럼 자기통제력이 부족한 경우 술취하는 것은 곧 사고를 일으키는 일이  될 것이고 나아가서 다른 사람을 해치는 죄를 짓게 될지도 모른는 일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성경이 술은 취하지 말라 했고 잠언엔 보지도 말라고 하지 아니하였느냐?

그러니 아버지로부터 독립을 하면 그때부터는 네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을테니 아버지와 함께 사는 동안에는 술 마시지 말도록 해라. 

부드럽게^^ 녀석의 술에 대한 의문을 설명 해주고(신입사원때 약 2년간 술을 마신 경험으로^^) 다시한번 술 금지임을 명백히 하여주었습니다.

녀석의 행태로 미루어 보아 아마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술금지를 어길 것입니다.

 

나는 대학생이예요.

통제받지 않을 자유와 권리가 있다구요.

12시 이전에 집에 들어오라는 통제에 대하여 모두 비웃더라구요. 대학생이 그런 통금시간이라니 하면서요. 이건 아버지가 너무 독재라는 증거지요. 

네가 새벽 3시, 2시에 들어오는 일이 있어서 ...아버지가 통금을 만든 것이지 처음부터 통금이라는 것이 있었느냐? 누나들은 저녁 8시면 반드시 들어와야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런데 넌 그런 규범을 정해주지 않았다고, 전화 한통없이 새벽 두시 세시...그것도 문자보내면 씹어가면서 말이다.

가정도 하나의 조직이고 질서가 있어야 한다. 자율적이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규칙을 정해서라도 질서를 지키게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하여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전 대학생이예요. 저같이 12시 귀가해야 하는 애가 하나도 없단 말이예요. 그런 규칙은 애들이나 지키는 것이지요. 우리 교수님도 제가 통금이 있다니까 황당해 하셨어요.

그래? 그럼 너희 학교 기숙사엔 왜 통금이 있지? 모두 대학생들인데? 

그러게요@@

할 말 없지? 그만 하자...

 

충신이에게 아버지가 통치하는 칠스트레일리아는?

개콘의 승환이가 외치는..."이놈의 집구석" 바로 그것일 겁니다. ^^

 

중고등학교때는

게임도 못하게 하고 티비도 못보게 하고 핸드폰도 안 사주는 ... 그런 김정일같은 독재자의 집구석이었다가

대학생때는

술먹고 기분좋게 질탕 놀지도 못하게 하고 자정이 넘어서 들어오면 안 되는 ... 그런 시대착오적 비웃음꺼리 집구석인 것이지요. 

 

...

 

그런 중에 ...

우울해 있는 제게 원경이가 3월에 검사한 것이 이제서야 나왔다면서 학생효율성검사 분석표를 보여주었습니다.

범생이니까 그렇겠지만 대략 좋은 결과가 나온듯 보였습니다.

그중 학습동기(90%)나 학업유능감(90) 그리고 집중력(98)은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었고, 수용력(82)도 상당히 높았으며 대인유능감(62)과 어휘력(50)이 좀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환경적 요인에 대한 평가항목으로 가정과 학교 두가지가 있었는데

학교(88)보다 가정(98)이 더 점수가 높고

가정은 거의 최고점수를 찍고 있었습니다.

 

원경아 넌 우리집이 좋으냐? 

그럼요!

뭐가 좋아?

아빠 엄마 다 훌륭하시구요, 공부할 환경으로도 나무랄데가 없구요, 무엇보다 식구가 많으니 정말 좋아요.

그렇지?

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우리집만큼 좋은 집도 별로 없잖아? 그치?

그럼요!  어디에도 없어요.

 

...

 

똑같은 집을

한녀석은 '개빡치는 집구석'으로 보고

한 녀석은 '비할데없는 좋은 집'으로 보는 것입니다.

 

같은 부모에게 태어나도....각자의 눈을 가지고 똑같은 환경조차 서로 전혀 다르게 보는 것이지요.

 

전...어쨌든 이 둘 모두를 만족케 할 수는 없다 싶습니다. 정말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니까요.

 

...

 

억지로 끌고 나가 시장을 함께 보고 돌아오는 길에 툭 던져보았습니다.

 

충신아 넌 우리집이 싫지?

아 정말 싫죠.

원경이는 세상에서 제일 좋다던데?

아 미친...

 

...

^^

엘리사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 여호와여 원컨데 저의 눈을 열어 보게 하옵소서"

 

 

 

 

 

  • malmiama2012.05.16 12:30 신고

    가정에 만족하는 원경이!
    게다가 집중력...아주 좋은데요~~~

    원경이는 장수하면서 많은 이에게 사랑 받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2.05.16 15:37

      ㅎㅎㅎ...사랑받을 짓을 합니다.^^

      스승의 날에도 원경이는 멀리 가신 선생님도 찾아뵙고 또 모아놓은 용돈을 털어 선생님들께 아주 작은 화분들을 선물하더군요.
      선생님들을 참 좋아합니다. 당연히 선생님들께 사랑을 받지요.

  • 알 수 없는 사용자2012.05.16 21:30 신고

    친애하는 대학생, 충신군에게... 상식 차원에서 묻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대학생에 대한 충신의 개념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어째 결코 일반적이거나 바른 개념은 아닌 거 같다는...^^*

    '대학생'의 사전적 의미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을 일컫는데,
    그 상위어인 '학생'이란...
    '배우는 사람. 주로 학교에 다니며 공부하는 사람을 이른다.'
    또 '배우는 신분에 있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라 하는데...

    진짜 멋진 대학생은 배움에 충실한 학생이겠지요?
    대학에 다니는...

    충신, 그래도 대학생이란 자부심 충만한 것을 보니 학교 열심히 다니고 있나봐요!

    대학생이 된 칠스트레일리아 장남을 몹씨 멋지게 생각하는 블로그 이웃집 아줌마(?)가~~

    답글
    • 주방보조2012.05.17 05:07

      제가 용돈을 많이 짜게 줍니다.^^
      하루 9천원...
      5일 4만5천원. (차비5천원에 점심값 4천원)
      이걸 아끼는 겁니다. 4천원의 점심값을 서너번 아껴 차비에서 남는 돈 더해 만원에서 2만원까지 남깁니다.(학교에서 일찍 돌아와 집에서 점심을 먹거나, 1000원에 3개짜리 빵을 사먹거나^^)
      그리고 주말에 그것으로 친구들과 노는 것...이것이 충신이의 삶의 목표이지요^^

      난독증과 adhd...저는 그렇게 이해하고 꾹 눌러 참습니다.
      주변에선 군대갔다오면 달라질 것이라 하지만...ㅎㅎ...전 나랑 농사나 지으러 시골가자고 꼬득이고 있습니다.
      마눌과는 '얘가 농번기때는 사라졌다가 추수때 지나 나타나면 어쩔려고 그래요?' 하며 농담 주고받습니다.

      권리주장만 있고....책임감은 없는 것, 제 아들의 모든 불만의 이유입니다.

      요샌 교신이따라서 가수되겟다고...둘이서 웃기지도 않습니다. ㅎㅎㅎ

      제 블로그는 거들떠 보지도 않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남길 수 있는 것이구요.

      예, 학교는 빠지지 않고 나갑니다. ㅎㅎ

  • 김순옥2012.05.17 14:16 신고

    원경이는 정말 요즘 기준으로 본다면 비정상(죄송합니다)적으로 모범생입니다.
    그런 동생과 대비될 수밖에 없잖아요.
    무엇보다도 부모님과 집이,많은 형제가 있어 행복한 원경이가 기특하기 그지없습니다.
    귀가시간?
    중요한데 이미 성인반열에 오른 한얼이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자유와 방종을 구분하기 힘듭니다.
    섭섭하지만 믿어주고 참아주는 미덕을 최대할 발휘해야하구요.
    두 아이들 모두 술과 담배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건 본의든 아니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충신이가 추구하는 자율성이 크게 어긋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기본 틀은 벗어나지 않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를 닮아가지 않을까요?

    답글
    • 주방보조2012.05.18 09:12

      원경이는 엄마를 닮아서 지나치게 모범생이지요^^
      충신이는 저를 닮아서 저런 것이구요.ㅜㅜ
      저는
      아시다시피 젊은 시절에 다행히 통금이라는 것이 있어서 12시 이전에는 누구든 집으로 들어와야 했었던 것과
      고생하시는 그리하고도 입에 풀칠도 하기 어려운 상황의 부모님을 만난 덕분에
      충신이처럼^^ 행동하지 못한 것일겝니다.

      음...이런 식으로^^
      이해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고는 있답니다. ㅎㅎㅎ

      그래도 충신이가 자기를 꼭 닮은 아들 하나는 낳아서 키웠으면 싶습니다. ㅋ...

  • 한재웅2012.05.17 15:59 신고

    맘이 천국인 사람은 천국만 보이고 맘이 지옥인 사람은 지목만 보이겠죠...

    답글
    • 주방보조2012.05.18 09:17

      맞습니다.

      그런데
      충신이는 집에서는 지옥을 보고 게임방에서는 천국을 봅니다.^^

      늦게 들어오는 것에 대하여 한번 더 경고를 했더니
      어제는 12시에 맞추려고 헐레벌덕 뛰어들어 오더군요. 천국에서 지옥으로...ㅎㅎㅎ

  • 알 수 없는 사용자2012.05.22 18:17 신고

    정민이의 휴대폰 화면에 집=HELL 이라고 입력해 놓은 시기가 았었답니다.
    지금은 얼마나 철이 들었는지 엄마, 아빠를 울리는 아들이 되었지요.
    우스개소리로 정민이는 물에 빠지면 안된다고... 철이 너무 들어서 가라앉는다고...
    그렇게 이야기 하기 까지 맘고생 좀 했습니다.ㅎㅎ
    충신이로 인해 기쁨을 이기지 못하실 날이 곧 이를겁니다요!

    답글
    • 주방보조2012.05.23 00:38

      저도 정민이가 좀 속을 썩혀드렸던 것 읽은 기억이 납니다.
      ㄱ래도 정민이는 개념이 있는 친구잖아요.
      우리 충신이는 개념이 없어요^^ㅎㅎㅎㅎㅎ

      그래도 ... 언젠가는 철이 들겠지요. 한강에 데리고 다니기 겁날 정도로^^

      좋은 예언...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