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을 하고 싶다, 지들이 뭔데 내 앞길을 막는가, 따위의 부모와 선생님들에 대한 언사들과
졸업을 전후하여 보여준 녀석의 싸가지 없음 때문에
말을 하지 않기 시작한지 약 4개월...
드디어
오늘
교신이를 불러 놓고 대화를 재개 하였습니다.
중간고사 성적 꼬리표가 나왔고
형편없는 점수가 나왔으며
그동안 주변에 흘려대던 '못 미치는 점수많큼 때려준다'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하여
교신이를 불러서 안방에 앉혔던 것입니다.
녀석은
제 얼굴을 피하여 90도가 약간 넘는 자세로 뒤통수가 보일 정도로 비껴 앉았고
제 요청에 따라
최후의 진술을 늘어놓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 가수가 되려한 것은 공부하기 싫어서였습니다.
공부하기 싫은 것은 몇몇 다른 아이들이 저보다 문제를 척척 푸는 것 때문이었구요.
다른 아이들은 다 배워서 오는 것을 저는 학교에서만 들어선지 잘 이해도 가지 않았고요.
가수되는 것도 자꾸 반대하시니까 쉽지 않겠구나 생각이 들고요.
공부는 해서 뭘하나 혼란만 옵니다.
중3,고3 대4 그리고 회사들어가서 일만하다가 이름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전 싫구요.
점수가 생각보다 적게 나와서 약간은 쪽팔리지만 별것 아니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가수 오디션에 대해서도 알아봤는데
비공개오디션이 있고 공개오디션이 있어요.
오디션에 서류를 제출하고 1차붙고 2차, 3차까지 붙으면
야구부 애들처럼 공부 안하고 노래에 전념할 수 있게 됩니다. 기본 수업만 받고 학교 좀 빠져도 되고요.
엄마는 축구부도 그만둬라, 방송댄스도 그만 둬라 하시는데 전 그럴 수는 없습니다."
"원경이 누나를 봐도
맨날 공부만 하고
그렇게 공부해서 뭐하나 가슴이 갑갑합니다."
...
전
벼르고 별렀던 몽둥이를 힘없이 세워잡고 그 끝을 이마에 대고
녀석의 하는 말씀에 약간의 토를 달았습니다.
"공부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결국은 너의 선택이다.
부모나 학교의 체계가 싫고 네 마음대로 하려 한다면 아버지는 너를 한대라도 때릴 필요가 없다.
그동안 공부를 제대로 한번도 한 적이 없는 네가
열심히 공부한 아이들보다 공부가 뒤떨어진다고 공부하기 싫어한다면
이건 참 말도 안 되는 일지만, 네겐 끊임없는 악순환인 것이다. 계속 그렇게 돌고 돌아 점점 더 나빠지겠지.
그러나
네가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그 악순환은 금방 선순환으로 바뀔 것이다. 성적은 올라갈 것이고 따라서 너는 더 공부하고 싶어지지 않겠니?
원경이도 그렇게 엄청나게 많이 공부하는 아이가 아니다. 중1이지만 네 주변에 공부 잘한다는 아이들 중 누가 원경이보다 적게 공부하겠느냐.
원경이가 11시까지 야자를 하는 것도 올 3월중순부터아니냐. 다만 하는 동안 성실할 뿐이다."
...
녀석은 울먹이며 더 많은 말을 하였지만
결국은
오디션을 보아야 하고 오디션 보는 동안은 공부를 좀 하겠지만 오디션에 합격을 하면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되 뇌일 뿐이었습니다.
저는
약 4개월동안의 침묵도
기다림도 첫 시험에 대한 응징도 다 소용없는 것이 되었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막대기를 원래 있던 구석에 세워 놓으면서
교신이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앞으로도 너와 요즘처럼 지내야하겠구나. 중학생인 너를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밥해주는 것, 빨래 널어주는 것, 필요한 돈 대주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으니 말이다.
부디 오디션에 합격하기를 바란다. 그것을 위해 기도해 주겠다.
그리고 언제든지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면 아버지에게 말해라. 아버지는 네 친구가 되어주고 네 힘이 되어주고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 해 도와줄테니까"
...
쩝...
한 다섯대쯤 엉덩이를 때려주고
나머지는 때리는 대신 머리를 짧게 깎는 것으로 대체하고
기분좋게 웃으며
스타크래프트 한판 하고
다시
가장 많이 우리부부를 행복하게 해온 교신이를 되찾을 것이라고 ... 내게 속삭이던 나에게 말했습니다.
사단아 물러가라, 네가 내가 꾸지 말아야할 꿈을 꾸게 하였도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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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중간고사를 마친 뒤 일요일까지 책을 펴는 것조차 하지 않는 고3아들이었답니다.
답글
며칠간 긴장했던 것을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강한 의지에 토를 다는 것조차 받아들이지 않았으니까요.
고3이 아니라 초딩의 일상보다 더 한가해 보입니다.
초딩때는 통제하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것조차 역부족이니까요.
교신이가 좀 일찍 사춘기를 겪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때 이런저런 일들과 부딪치다보면 결국 제자리를 찾지 않을까요?
경험으로는 중학교때 심화학습을 해두는 게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지만
정말 열심히 한다면 중학교 후반부나 고등학교때부터 열정을 쏟는다면 늦지 않을거라 생각돼요.
교신이가 나름대로 어른들과 다른 사고로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깨닫게 되리라 믿어요.
저는 한빛이에 대한 기대를 크게 갖지 않는 것으로 정리해 가는 중입니다.
2학년때 추락한 성적을 보완하기 위해 3학년1학기 성적이 중요한데 별 대안이 없네요.
차선의 방법을 갖고 있어 오히려 편안할지도 모릅니다. 그것에 대한 결과는 나중일이겠지만요.
아이들 저마다 달란트가 있다고 믿는 사람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매번 황당한 상황과 맞부딪치는 건 역시 쉽지 않습니다.
교신이가 부모님의 사랑을 알고 있다고 믿습니다.-
주방보조2012.05.09 07:43
교신이와 오랜만에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은
그동안 저와 항상 가까이 대화 할 때보다 ... 수준이 무척 낮아졌다는 ^^ 것입니다.
제게 피드백을 하느라 과대평가된 부분이 있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오디션 원서를 내는지 어제는 한참을 컴퓨터에 붙어 있더군요.
잘되어도 걱정 ...안 돼도 걱정인 길을 가니...갑갑한 일이지만, 기다려보는 수밖에요.
한빛이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군요.
6월모의고사 9월 모의고사...두번 평가하고는 곧 시험이니...
그래도 저력이 있으니...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성적의 가속도라는 것이 그리 금방 사그라들지는 않잖습니까?
원경이는 이번 중간고사에서 상당히 괜찮은 점수를 받아 스스로 무척 고무된 듯하여...잊어버리라 주문하고 있는 중입니다. 언제나 교만은 망하는 지름길이 되느니라...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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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기도로 성장하는 자녀는 절대로 망하지 않음을 믿습니다.
답글
모든 과정이 교신이를 위한 선한 결과로 매듭지어 질 것이..
미덥지 못한 자녀대신 하나님을 믿기 때문이지요.
교신이의 자신감 회복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주방보조2012.05.09 07:51
고맙습니다.
미래에 대하여는 그리되리라 믿으면서도
눈 앞에 현실에 대해서는 초초하고 근심이 되니...참 엉터리같은 믿음입니다.
자신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쎈척할 꺼리가 공부가 아니란 것이 문제인 것같습니다.
광대기질이 어느 유전자를 통해 속에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구요.
찬송가나 치라고 가르쳐 놓은 피아노가...큰 아들이나 작은 아들이나 엉뚱한데로 뻗어가고 있습니다.ㅎㅎ
어제는 꿈에 장로님을 뵈었습니다.^^ 제가 장로님 등을 두번 두드려 드렸더니 무척 힘들어 하셔서 119를 부르러 다녀오니 이미 멀쩡해 지셨다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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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하면서 모난 돌이 깍여나가듯이 제 자리를 찾겠지요....말썽 부리지 않는 자식이 더 큰 문제라고 어는 분이 말하더군요^^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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