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똑같은 두개의 우산을 조합하여 멀쩡한 하나의 우산으로 만들기 위해
버리지 않은 채 우산꽂이에 둘을 상당히 오랫동안 꼽아놓고 있었습니다.
가득 찬 우산꽂이를 볼 때마다 그 두개의 망가진 우산들은 제게 스트레스였는데, 뾰족히 방법도 떠오르지 않고(간단해 보이지만 상당히 복잡한^^과정을 내포하고 있어서) 그렇다고 버릴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교신이의 생일입니다.
새벽에 쇠고기를 썰고 미역을 볶고 맛있는^^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밥도 새로 하고, 뭔가 부족한 듯 하여 도토리묵과 청포묵 그리고 골뱅이를 넣고 특식도 하나 준비했습니다.
9시가 거의 다 되어 일어난 교신이는 미역국을 조금 먹고 학교에 축구교실로 간다고 나가고
원경이는 9시반쯤 전화해서 입맛이 없어서 그냥 도서관에 간다고 가버리고
새벽2시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고 10시가 더 지나 일어난 충신이는 피아노를 둥당거리더니 또 컴퓨터 게임을 하시고
이건 뭐...가족이라 할 것도 없는 그런 황량함만이 ... ㅜㅜ
오후1시에 집으로 돌아온 교신이는 또 나가겠다고 하여 4시까지 들어오도록 시간 제한을 주고 엄마의 허락을 받고 나갔고
충신이는 여전히 허리를 구부정이 하고 게임삼매경에 빠져 있었습니다.
울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야 너 언제까지 그렇게 게임만 하고 있을 거냐?
그래 너 카톡에 '자취한다'고 했다며? 좀 빨리 하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녀석은 대답했습니다.
1학기는 마치구요.
뭐라고? 1학기 마치고? 그때는 난 보증금이고 뭐고 한푼도 못 준다. 당장 학교 그만 두고 독립한다면 준다는 이야기지... 부글부글...
4시가 지나도 교신이는 돌아오지 않고
그래도
아내는 생일이니 아이들 옷이라도 사주겠다고 백화점으로 갔습니다.
저는 같이 나갔다가 ... 이 세상 거의 모든 남자들처럼 아내의 쇼핑을 참고 기다릴 수 없어 하는 약점^^...때문에 혼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5시인데
교신이는 아직 안 들어왔고
충신이는 그때도 여전히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여 게임중...
그 구부정한 허리를 몽둥이로 패서 펴주고 싶다는 열망으로 눈이 뒤집히기 직전...
본능적으로 눈을 현관앞 우산꽂이로 돌렸습니다.
공구함에서 뺀치 하나 뽑아들고 두 개의 우산을 잡아 뜯고 빼고 돌리고 치고...뚝딱 뚝딱...
와...
그동안 어떻게 하지 고민만 하던것이 제 손에 든 뺀치 하나의 움직임을 따라 척척 해결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분노가 녹슨 머리를 잘 회전시켰나 봅니다.
마침내 망가진 두개의 우산들이 온전히 튼실한 하나의 우산이 되어 촥 펴지는 순간...
뭐랄까... 기쁨^^같은 것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진흙물 위에 한송이 연꽃이 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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