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여름휴가를 정할 때
이번엔 계곡으로 가자는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왜냐하면 3,4년동안 바다가 우리를 외면했었기 때문입니다.
애 써서 갔는데...비, 냉수대, 안개비, 등등으로 전혀 재미를 못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까운 속리산이나 하늘재 또는 새재 등을 언급하고 구체화 되기 시작하자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지요? 마눌님이 그래도 바다가 보고싶으다고...
그래서 지난 목요일은 원경이와 역사공부도 되고 계곡도 가자했던 약속을 지키려고 좀 무리해서 하늘재에 다녀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돌아오며 본 버스광고, 속초까지 2시간10분...헐 그렇게 빨라? 그럼 오랜만에 말미암아장로님네처럼 속초나 다녀오자 결정을 내렸지요.
주일 예배후
진실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휴가 잘 다녀오라고? 천만에요.
멀리 간 녀석들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진리를 확인이라도 시켜주듯이 ... 나실이의 사고에 대한 소식이었습니다.
둘이서 침대위에서 장난을 치다가 나실이가 떨어지며 책상 모서리에 허리부근을 찍혀 처음엔 거의 숨도 못 쉬다가 이틀째 꼼짝못하고 화장실도 겨우 다녀올 정도라고...병원에 가보라고 돈이 필요하면 말하고라고 말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만...가슴이 답답.
나실이는 그동안 자기 혼자 일하고 그 돈을 모두 다 생활비에 부어넣었었지요. 한달 가까이 진실이가 알바를 못구해 안달하다가 지난 목요일부터 겨우 청소알바를 구했고, 이제부터 둘이서 함께 벌고 게다가 이번주부터는 시간당 1불 올려준다는 희소식도 있었으니 남는 돈을 어찌할꼬... 생각에 꿈이 부풀었었을텐데 이번엔 자기가 덜컥 누워버리고 병원비 써대고 해야할 판이 되었습니다.
참 인생 새옹지마라는 것을 , 곳곳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어 항상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이 녀석들이 드라마틱하게 배우고 있는 중인셈입니다.
그렇다고 1년에 단 한번 가는 가족휴가를 안 갈 수는 없지요.
찜찜한 마음으로, 오전 7시5분 차를 예약하고(약 5만3천원), 먹거리도 조금만 준비했습니다. 이번엔 진실 나실도 못 가고, 고3이니 충신이도 떼어 놓고 갈 것이라서...넷이서 현지에서 실컷 사먹자하고 말입니다.
...
새벽6시경에 넷이 모여 이사야서를 읽고 기도하고
택시를 타고(2600원) 동서울 터미널에 가서 예약된 버스를 탔습니다. 앞자리 1,2,3,4번에 앉았지요. 터미널 제과점에서 샌드위치니 하는 요기거리를 먹으며 출발을 기다렸습니다.
기사분이 출발에 앞서 한말씀 하시는데, 이 버스는 영동고속도로를 지나 속초로 갑니다. 3시간40분이 걸립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항의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자 밖에 있던 좀 나이들고 퉁퉁하고 짧막한 분이 들어와 하시는 말씀이 ... 불만이 있으면 환불을 하시고 12시까지 전 차량이 매진되었으니까 그 이후 버스를 알아서 타고 가시라...하였습니다.
제가 이런 일엔 좀 욱하는 성질이지만 저보다 욱하는데 있어서는 수십배 폭발력이 큰 마눌님이 계시므로...그리고 맨 앞자리에 앉은 프리미엄으로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그냥 빨리 내려가시라 하였습니다.
행락철이 되면 이런 억지가 좀 통하는가 봅니다. 분명히 인터넷엔 2시간 20분 또는 2시간40분이 걸린다고 그리고 미시령을 넘어갈 것이라고 되어 있던 차가 갑자기 강릉을 거쳐 속초로 3시간40분이 걸린다니 말입니다.
다행히 이 약속이 잘 지켜져서 속초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35분 정도였습니다. 중간 휴게소에서는 우리 모두가 제일 좋아하는 감자를 사 먹었지요. 오뎅도 한그릇 사 먹고...
돌아가는 길이 걱정이 되어 미리 표를 끊어놓았습니다. 바다에선 많이 놀아봐야 세시간이면 족하다 생각했고 저녁은 집에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으므로 4시15분차로 말입니다,. 그것도 예비차량인데 33,34,37,38번 좌석이었습니다. 이 차는 분명히 미시령을 넘어 2시간20분안에 동서울에 도착하는 차라 하였습니다. 길이 막히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택시를 타고 속초해수욕장으로 가다가 기사양반의 권유로 아야진해수욕장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고, 물이 앝았으며 왼쪽 바위부근엔 성게, 멍게 등을 잡아서 파는 아주머니도 있었습니다.
식탁이 딸린 파라솔을 25000원에 빌리고 튜브를 하나 10000원에 빌렸습니다.
문제는 이 해수욕장은 매우 작아서 음식점이 변변히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주 비싼 음식으로^^실컷 사 먹어드리려고 했는데 말이지요. 매운탕과 회는 마눌님이 못 먹는 음식이고^^
별 수 없이 전화로 통닭과(양념통닭17000원) 짜장면 우동(짜장4500원*2, 우동5000)을 시켜 점심으로 할 수밖에 없었고, 아주머니 한 분이 다니면서 파는 감자시루떡 (2000*2)을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짜장도 그랬지만 우동은 정말 맛이 없었습니다. 비릿하니...쩝
바다에선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저는 특별히 뜨거운 모래 위에 누워 있는 것이 좋았지요. 늙은 몸은 차가운 물보다는 뜨거운 찜질을 원하는가 봅니다. 의자도 햇빛을 많이 받아 뜨거워진 것이 좋더라니까요.
11시부터 3시까지 거의 4시간을 놀았습니다. 물론 마눌님은 발목만 적시며 자기는 배가 나와서 절대 수영 못한다고 우아를 떠셨지만...어쨌든 이번엔 몇년만에 동해 바다가 우리를 향해 밝게 웃어주었습니다.
택시를 전화로 불러 타고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것이 3시 30분쯤이었습니다. 택시비는 오며 가며 각 11000원 정도 들었습니다.
...
그리고
버스가 출발하여 울산바위의 멋진 자태를 지나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2시간 20분이라는 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서울로 향하는 길은 귀성차량으로 가득 메꿔져 있었고
이 버스 기사양반이 온갖 재주를 다 피워 이리 빠졌다 저리 돌았다 좁은 길을 곡예하듯 운전하였으나...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한 것은 5시간 30분은 족히 지난 10시 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배에 가스는 가득 차고...^^ 정말 바닷가의 모든 즐거움이 마치 해리포터에 나오는 디멘터들에게 빨리우듯 사라져 버렸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올림픽 대교 위에서
벌써 바다가 그립지만
그래도 서울이 제일 좋다고 이구동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한 우리는
느글한 속을 달래기 위해...'무사 백동수'를 보며 너구리를 삶아 나누어 먹었습니다.
ㅎㅎㅎ 농심 너구리 ...맛이 이렇게 좋은 적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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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는 아니었네요. 올 여름 휴가도...
답글
나실이의 사고가 걱정을 많이 할 정도는 아니길 바랍니다만.
두 아이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톡톡하게 겪고 있네요.
아프면 집이 제일 그리운 법인데 짠한 생각이 듭니다.
저희 가족은 주말에 홍천의 팬션에서 하룻밤 자고 오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바로 앞에 괜찮은 계곡이 있는데도 네 사람 모두 들어가 놀 생각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억지로 한빛이를 끌고 들어가 발을 담갔을 정도였구요.
집 나서면 잠깐 즐거움 그리고 고생...그게 아닐까 싶네요.-
주방보조2011.08.17 08:15
나실이 누워있으니 진실이가 장을 보고 살림을 삽니다. 비상금에서 150불을 꺼내어 썼다는군요. 진실은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나실은 왜 돈을 썼느냐고 짜증을 낸답니다. ^^ 둘의 성격이 서로 그렇게 다릅니다. 뼈에 혹 금이갔어도 대책은 없다더군요. 그냥 누워서 쉬는 수밖에... 저희에겐 이 상황에서 그냥 무소식이 희소식이지요. ㅎㅎ
어제 하루를 온통 쉬었는데도...여전히 피곤함이 눈아래 늘어져 붙어 달려있습니다. 몸은 멀리 가지말라하고, 마음은 멀리 가고 싶고...그렇네요.
한얼이와 한빛이는 ... 아무래도 꽤나 명랑하고 활발한 색시들을 보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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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실이가 걱정되는데요....
답글
많이 막혔군요..운전해서 다녀왔으면 더 힘들었을 겁니다.
당일치기는 이로운 점이 많지요? -
일전에 읽고 댓글 달았는 것 같은데......없군요. 가끔 이런 일이..등록을 누르지 않고 바삐나갔나봐요!!
답글
미인사모님!! 나실이 이야기 잔뜩 쓴것 같은데,.,,,,,,전 월악산 이야기 볼려고 나타났습니다.-
주방보조2011.08.27 09:17
ㅎㅎ
월악산 이야기는 시시해서^^...며칠 뒤에 올리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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