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답사에는 실패했지만
지도를 보고 길을 충분히 숙지했습니다.
천호대교를 건너 쭉 내려가다가 살짝 휘는 길에서 그냥 직진^^, 그 자전거도로를 따라 계속 나아가면 속초까지 400km면 간다더군요.
교신이와 둘이서 한번 가보고 싶다고 따져보기도 했습니다. 우리 속도로는 (평균시속 15km) 30시간정도이니 1박2일이면 갈 수 있고 돌아올 때는 자전거를 택배로 붙이고...버스타고 오자고^^
그건 우리의 먼 미래의 소망사항이고^^
어쨌든 원경이가 고대하던 '무한도전'팀이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경기하는 토요일이 되었고
우리 셋은 충신이가 도서관으로 간 뒤부터 떠날 준비를 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넘버1의 심기가 영 불편해 보였습니다.
'집안이 지저분하니 청소를 해야한다'로 시작하신 공격이 매우 강력한 메세지를 전달해 주고 있었습니다.
눈빛 작렬하시고, 샤우팅 증폭되시고...^^ 후덜덜...
'나를 외롭게 혼자 놔두고 너희 셋이 모두 가버리면 뒷감당이 힘들 것이다'...저의 결혼 22년 동안 개량된 최고의 인체기능은 마눌의 마음을 읽는 인지력입니다.
즉각 꼬리를 내리고 아이들에게 지시했습니다.
핸드폰 가지고 가고 자전거는 안 되겠다. 대중교통을 알아봐라. 아빠는 못 간다.
아이들에게 비상금까지 해서 3만원을 주고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보냈습니다. 그것이 오후 1시...
물론
아내는 펄쩍 뛰었지요. 언제 내가 당신 못가게 했냐고^^ 집안이 너무 지저분하다는 생각때문에 날카로워진 것 뿐이라고
저는 제 인지력에 대하여 매우 신뢰하는 편이라서,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집안일 모드로 돌입했습니다.
설겆이 하고, 작은 닭 세 마리 씻어 끓는 물에 데친후 다시 꺼내 대추, 인삼, 마늘 넣고 팔팔 끓여내고, 눈에 보이는 지저분한 것들 척척 치우고, 약간 늦은 점심으로 아내가 좋아하는 콩국수를 뚝딱 만들어 식탁에 척 올려 놓았습니다.
콩국수를 함께 먹으며 아내에게 아이들이 걱정되지 않느냐고,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고 권했습니다.
저의 충성스러움에 마음이 풀리신 넘버1께서
흔쾌히...아이들과 같이 가지 않은 제 불찰을 슬쩍 나무라시면서...동의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미사리 조정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1만5천원밖에 안 나오더군요. 비는 오지 않았지만 후텁지근한 날이었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없는 잔디밭길을 걸어 아이들과 만나고
얼마나 오는데 애를 먹었는지, 버스는 얼마나 붐볐으며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
그리고 엄마가 와서 얼마나 좋은지...원경이와 교신이의 조잘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때가 3시쯤...
무한 도전 멤버들이 등장하여 2000미터 경기를 하는 5시 10분... 까지 우리는 더위와 군침과 싸워야 했습니다. 다들 맛있는 먹을거리를 싸와서 잘도 먹는데 급하게 준비못하고 온 우리는 지나가며 구경만 해야 했으니까요. 작은 매점엔 줄이 100미터는 구불거리며 서 있고요.
세상에서 하기 제일 싫어하는 짓이 붐비는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이고 그 다음이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인 저는 참 고역이었습니다. 음료수자판기에도 줄을 서야했으니까요.
맞은 편이 좀 한가해 보여 결국은 그리로 돌아가는데
앞서 가던 원경이에게서 전화가 왔답니다.
엄마 나 김코치 봤어! 꺅!!!...그랬다네요.
5시쯤 무한도전팀이 길다란 보트를 타려고 나오자 사람들이 얼마나 열광을 하는지, 버림받은 연예인들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는 배를 타고 손을 높이 흔들어 대는 노홍철씨만을 분별할 수 있었는데 원경이와 교신이는 하나하나 그 이름과 위치를 분별해 내었습니다.
5시 20분쯤이나 되어서
경기가 시작되었고
게이오대학팀이 맨 앞으로 나오고 비슷하게 다른 한팀이 따라붙었습니다. 두 팀간의 격차는 그리 커보이지 않았는데 결과는 모르겠습니다. 나머지 팀들은 좀 뒤쳐졌고
그보다 한참 뒤에 무한도전팀이 꼴찌로 노 저어왔습니다. 참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나가면서 보았던 조정팀들의 젊은 몸집이 얼마나 건장하였는지를 이미 보았기 때문입니다. 큰 키, 떡 벌어진 어깨, 굵고 강한 팔뚝, 엄청난 갑바^^, ... 그들과의 경기에서 무한도전멤버들이 꼴찌면 어떻습니까?
...
돌아오는 길은 완전히 고생길이었습니다.
한없이 걸었으며...버스를 다섯대나 지나보냈으며...버스를 타고 강동역에 내렸을 때에, 때 맞춰 택시가 거기 없었다면 우리들은 모두 미쳐버리고 말았을 것입니다.^^
원경이는 최고 행복^^
교신이는 그런대로 만족...
저나 마눌은...매우 힘듦.
...
집에 도착한 것이 8시
세마리 닭으로(다리세개는 충신이 몫으로 빼놓고^^)저녁을 먹으면서
마눌님이 우리들에게 한 말씀 하셨습니다.
"그 길을 가다'(http://blog.daum.net/jncwk/1024750)....에 못지 않은 힘든 날이었다고^^....
그래도 표정은....많이 밝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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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보조2011.08.04 07:38
그렇습니다.^^ 힘듭니다. 넘버1 눈치봐야지, 넘버2 잘 구슬러야지.
게다가 넘버5녀석 공부는 안하고 피뽑아 영화나 보고 있는 주제에 은근히 제 자리 탐내지
충성스럽기 그지없던 넘버6,넘버7 모두 호주 가 있지
넘버4는 범생이라 공부하느라 바쁘지...사면초가올습니다.
저...제가 만들어 주는 콩국수는 잔치국수 삶아 내고 거기다가 풀무원 콩국물 퍽^^부어낸 뒤 소금쳐서 간 맞추는 그런 겁니다. 부러워 하실 것 하나 없습니다.ㅎㅎㅎ
보내주신 옥수수...푹 삶아서 어제 저녁부터 실컷 먹으며...힘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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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땀 흘리는 연습 장면 텔레비전에서 보았답니다.
답글
현장 나들이가 부럽네요. 가족과 함께 나들이 하는 일이 먼 옛날 일만 같습니다.
오늘은 정말 날씨가 찐다는 말이 맞네요.
금요일이고, 휴가철이라서 사무실도 한산한 분위기네요.
미국의 조카들과 더불어서 이래저래 좀 바쁜 시간 보내는 중입니다.
남은 가족끼리의 여름 휴가 계획은 없으신가요? -
저도 아들이 무한도전열혈팬이라 대회있는날 미사리조정경기장에 갖었습니다.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ㅎ주방보조님가정과 만났을지도 모르는데...지나치면서도 몰랐을수도...ㅎ 늘 평안하십시요
답글-
주방보조2011.08.12 18:58
ㅎㅎ...그러셨군요.
만났어도 우린 아무것도 없이 갔으므로 신세만 질뻔 하였으니...다행입니다.^^
재미있으셨습니까?
아이들 덕에
별구경을 다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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