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이 여행은 사실 원경이때문에 시작된 것입니다.
이번 주말에 미사리 조정경기장에 가고 싶다고 말했거든요.
원경이가 토요일마다 유일하게 시청하고 있는 무한도전 촬영이 거기서 있다며 꼭 가고 싶다고, 입장료는 없고 주차료만 든다니 우리같이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들은 공짜라고...
착한 원경이에게, 그리고 이제는 하나밖에 안 남은 딸에게 그까짓 소원 못들어 주겠느냐고 하며 같이 가주겠다 하였습니다.
그런데 원경이는 학교 도서관으로 공부하러 가고 오전에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딸랑 남은 교신이의 표정이 너무 심심해 하는 것같아
장난삼아 슬쩍 농담반진담반 이런 제의를 하였습니다. 점심먹고 소화시킬겸 미사리 사전답사를 다녀오자고요.
마치 가뭄에 물만난 상추같이^^ 녀석의 얼굴에 생기가 돌면서 좋다고 하였습니다.
가락공판장에서 1200원하는 파워에이드 한병 달랑 준비하고
혹시나 떨어뜨릴까봐 핸드폰도 집에 두고 둘이서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빵빵이 넣고 1시40분에 출발했습니다.
잠실철교를 건너 우리는 한강남쪽의 자전거도로를 신나게 거슬러 올라 달렸습니다.
일주일전에 살곶이다리까지 다녀온 뒤 두번째 라이딩이었습니다.
바람도 역풍이긴 했지만 미풍이라서 별로 거슬리지 않았고 구름도 적당히 끼어 주어서 아주 자전거 타기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아직도 공사중인 암사대교를 지나 고덕구간의 고바위를 힘겹게(교신이는 가볍게^^) 넘어 미사대교를 지나 그냥 앞으로 전진했습니다.
한강 그 즈음엔 미사리 경기장이 어디인지 지시하는 표식판 하나쯤 있을줄 알았거든요.
강둑에 올라 살펴보아도 미사리조정경기장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과묵하기 이를데 없는 제 입도 거기 기여를 하였지요. 그럴 때 침묵은 ...금???ㅎㅎㅎ
민망하여 교신이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미사리조정경기장은 지나쳐 온 것같다. 어쩌지?
그러게요
우리 지난번 못 가본 저기 팔당댐까지가보고 올까?
예, 좋아요.
좋았어, 가자
팔당대교 아래를 지나니 곧바로 언덕길이 나왔고, 좁은 자전거길을 달려 4키로쯤 더 가서 수문이 하나 달랑 열려있는 팔당댐을 보았습니다.
잠실대교 아래 있던 가마우지들이 거기도 바위마다 올라 앉아 날개를 말리고 있더군요.
평일에는 건너갈 수 없게 댐위의 차길은 막혀 있었고
시간을 보려고 만보계를 주머니에서 찾으니 없어졌습니다.
우리는 거기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이젠 익숙해진 길을 거슬러 달리며 만보계를 찾았습니다.
고덕 고바위 아래쪽에서...저의 독수리같은 눈이^^ 잃어버린 만보계를 찾아내었습니다.
음...그 기쁨이란^^...ㅎㅎ
중간에 편의점에 들러 왕뚜껑과 포카리스웨트를 하나씩 먹고
집에 돌아오니 6시 정각.
4시간20분이 걸렸습니다. 대략 왕복 5,60킬로미터정도 되지 싶은데
즐거운 마음으로 화답해 주는 막내 아들 덕분에 그리 힘들지 않게 다녀온 듯 하였습니다.
자고로...여행이란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그 성패를 가르는 것인가 봅니다.
작년에 징징거리는 충신이를 데리고 셋이서 팔당대교를 건너오던 길은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그 기억도 생생한데
징징거리는 놈 하나 빠지니 조금 더 멀리 다녀왔는데도 절반도 힘이 들지 않았은 듯 합니다.
..
아...
그 징징거리던 놈은
고3인데 2주마다 헌혈을 해대어서 제가 헌혈의 집에 찾아가 11월 말까지 헌혈을 못하도록 막아야 했고
오늘...
시험이 며칠 남았다고 자기네 교회 2박3일 여름수련회에 간다고 짐을 싸고 있는 것을 도끼눈으로 바라보아야만했습니다.
너희 교회 전도사도 너같이 XXX같은 놈이다...욕을 퍼부으며 말입니다.
...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핸드폰이라도 가져갔으면 팔당댐에서 인증샷을 찍었을텐데...그러지 못했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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