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늦게까지 큰 이민가방 두개를 20Kg에 맞추고
노트북, 옷 가방, 배낭하나, 기타묶음 가방 이렇게 정리를 해 놓고 진실과 나실은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에
비가 오지 않아, 자양중 운동장에서 운동을 좀 하고
6시에 시간을 맞춰 새벽기도를 하러 갔더니, 너무 피곤한지 곤히 자는 아이 둘을 깨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원경이와 함께 잠언을 읽고 기도하고
집으로 돌아오려 아파트 현관을 나서는데...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헐...
시간이 갈수록 비는 점점 더 줄기를 굵게 했고
우리가 공항버스를 타러 나가던 11시 즈음에는 완전히 폭우 그 자체였습니다.
비닐로 덮어 씌운 이민 가방들은 저와 나실이가 하나씩 끌고 걸어 가고
나머지 네개의 짐은 진실과 엄마가 두개씩 나누어 가지고 택시를 타고 건대입구까지 옮겼습니다.
어째, 새벽에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했는데 더 오냐 ㅋㅋㅋ
정말 최악이에요. ㅎㅎㅎ
그래도 최악은 아니지, 여기다가 번개치고 천둥까지 친다면 최악이지 ㅋㅋㅋ
하긴 태풍이 불 수도 있잖아요? ㅎㅎㅎ
나실이와 의기투합 짐가방을 끌며 나눈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도 했지요.
진실이는 언니지만 맘이 약하니 네가 항상 격려해주고 용기를 줘야 한다. 윽박지르거나 하면 안된다.
혹 서럽고 어려운 일을 당하더라도 울컥하여 분노하지 말길 바란다. 공부라고 생각해야 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니 되도록이면 연락을 하지 말자.
...
줄기차게 내리는 비를 마침 문방구 차양이 피하게 해 주어서 고마웠습니다.
2013번 버스를 넷이서 타고...1시간 10분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몇번 외국을 다녀본 솜씨들이라선지, 알아서 척척 수속을 다 하고
1시20분쯤 모여 앉아 버거킹을 먹어 점심을 해결하고
1시50분 아이 둘은 엄마와 마지막 포옹을 하고 떠나 갔습니다.
전, 아이들이 들어간 후에야 울컥 눈물이 나오려 하며 입술을 꾸악^^ 깨물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공항에서 울음이 터진다면 그보다 촌스런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것도 시커멓고 짜리몽땅하고 부리부리한 중늙은이가 말입니다. 제 혀와 입술이 제 이빨에 의해 대여섯번은 족히 핍박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제는 이마트 쇼핑을 혼자서만 해야 하는구나, 나를 힘있게 꽉 안아주던 착하고 착한 두 딸을 일년동안이나 못보게 되는구나, 이젠 누가 나랑 돼지불백을 먹고 순대국을 먹어줄까...떠 오르는 생각마다 울먹임이 되어 폭발하려고 하였습니다.
며칠동안 밤마다 아이들 간다고 눈물을 흘리며 울어대던 마눌님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며 웃고 있고
사나이인 아비는 이제서야 눈이 벌개서 순과 설을 번갈아 꽉 깨물고 있으니... 늙으면 이렇듯이 남여의 역할이 바뀌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푸화...^^
하늘은 또 무슨 조화인지요.
1층 버스정류장에 나오니 ... 비록 해는 나지 않았지만 비는 그쳐 있었습니다.
오직 우리를 고생시키려고 그 시간에 맞춰 비를 내린 것같이...
...
버거킹을 먹으면서 제가 가족 송별 예배때 즉흥적으로 녀석들에게 만들어 주었던 10계명을 복습시켰습니다.
1. 주일날 예배에 꼭 참석하라.
2. 매일 아침마다 성경 읽고 기도하는 것을 충실하게 하라.
3. 남에게 신세 지지말고 신세진 것은 반드시 갚아라.
4. 저녁 시간은 오직 공부에 전념해라.
5. 싸우지 말고 싸웠으면 반드시 잠자기 전에는 화해해라.
6. 누구에게든지 겸손하고 공순해라.
7. 돈은 아껴서 쓰고 반드시 둘이 상의하여 동의하에 사용해라.
8. 혼자서 연락없이 나다니지 마라.
9. 술 먹는 자리는 절대 가지마라.
10. 작은 것을 탐내어 구부러진 길로 가지마라.
...
떠나가는 진실이에게서 녀석의 핸드폰을 돌려받았습니다.
드디어 1년동안이지만 문명 생활이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
전화가 왔는데, 받을 줄 몰라서 이것저것 막 눌렀는데 그냥 끊어졌습니다.^^ 진땀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순식간에 잠시 이별의 슬픔을 잊었습니다. ㅎㅎㅎ
-
드디어 진실이와 나실이가 떠났군요.
답글
빗속을 뚫고 간 셈이네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집을 나서면 고생은 되겠지만 그때부터 공부가 될테니까요.
하나하나씩 자기 길을 향해 다가가는 아이들이나
조심스럽게 조금씩 길을 열어 주시는 부모님들께 격려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자기 몫을 잘 채워가리라 믿어요.
자매로, 좋은 친구로 잘 지낼거라는 것도 믿구요.
전해오는 소식을 기다리고 기대하겠습니다.
염려가 되시겠지만 믿음 과 기도로 힘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주방보조2011.07.13 22:19
엄청 고생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걸려온 첫 전화는...아이들이 나오지를 않아 기다리던 사람이 만나지 못하여 어떻게 된 것인지 하는 염려의 전화였습니다. 별 생각을 다햇지요. 홍콩에서 잘못 히여 비행기를 놓쳤나로부터 마늘이 가방에 넣어준 홍삼엑기스가 마약으로 분류되어 조사증인가?^^까지...
다행히 10여분뒤 다시 전화가 와서 ... 겨우 찾았다고...ㅎㅎ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무척 보고싶습니다.
마눌님 옆에서 그러네요. 1년동안 못본다 생각하지 말고 오늘 하루 못본다 여기라고...
예, 기도로 이 염려증을 이기겠습니다.^^
-
-
10계명...둘 다 마음판에 새겨 실천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답글
아내가, 오늘 오전 10시 강동성심병원에서 유방암 검사를 받았습니다.
꽤 오래 전부터 가슴 아래 옆쪽에 덩어리가 만져졌었는데 별거 아니겠지..하며 지내다가,
얼마 전, 비슷한 상태로 쉽게 생각하며 지내던 또래 집사님 한 분이
유방암 진단을 받고 방사선 치료에 들어가면서...확인차 검사 예약을 했더랬습니다.
저도..크게 걱정하진 않았지만,
'.....좋은 결과를 믿습니다. 건강한 육신으로 계속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어지길 소망합니다.'
라고 오늘 새벽에 기도했습니다.
.....마음이 편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둘이 식사를 하고 저 먼저 출근했습니다.
병원에 같이 가려고 했지만...거래처 회의도 있고 아내도 극구 마다했기에.
................................
점심 전에 문자가 왔습니다. '별거 아니래요 지방덩어리 ㅋㅋ'
진실이,나실이에 대한 걱정...내려 놓으세요.
하나님께서 눈의 눈동자 같이 지켜 주시고 안전하게 보호해 줄 것입니다.
섭섭함, 아쉬움에 대해서도...기특함, 대견함...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쇄하시고요. -
에휴~ 만약에...정말 만약인데요...
답글
두 따님이 외국으로 시집을 간다믄...ㅜ.ㅜ
울 주방 보조님...어떻게 하나...걱정이 되네요...ㅎㅎ
하나님을 뒷빽으로
넓은 세상과 맞짱 뜨러 떠난 두 따님들 앞길에 기도 보탭니당~~~^^-
주방보조2011.07.14 13:36
나실이에게 귓속말로 떠나기 전에 한 말입니다.
나가보고, 거기가 여기보다 좋으면 가서 살아라.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으니까, 나는 괜찮다.
아이 다섯에게 귀에 못이 박히게 한 말이 있습니다.
나는 막내 교신이가 쌩까는 날이 오면 시골로 내려갈 것이고...
너희들은 그냥 용돈이나 보내믄 된다. 괜히 힘들고 질척거리게 찾아오고 그러지 마라. 그런 마음 들거든 찾아올 차비도 그돈에 붙여서 보내라.
외국에 가도 용돈만 몇푼씩 붙여주면 된다. 그리고 남편이나 마누라가 눈치를 조금이라도 주면, 한푼도 붙이지 마라.
진실이는 일본에 가서 살고 싶답니다.
충신이는 버얼써 메국으로 그 마음이 가 있구요.
원경이하고 교신이에게는...그럽니다. 네들은 조국을 지켜라^^
ㅎㅎㅎ...그러나 뭐든 맘대로 되는 것이 있겠습니까?
걱정해주시고
기도해 주시니...감사할 따름입니다. 고맙습니다.
-
-
떠난 두 딸 생각에 종종 눈물 나는 일 계실 겁니다.
답글
그래도 아빠로서 참 대단한 결심...
실천하셨습니다.
우리 딸도 내후년에 시집갑니다.
결혼식날 절대 울지 않을 생각입니다.
생각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 -
가슴 한 켠이 텅 비는 느낌이겠어요....우리는 여자아이가 없으니....큰 애 군에 갈 때 느낌이 보조님 지금 심정하고 가장
답글
비슷한 것 같군요^^ -
1년동안이면 전화기를 챙겨가라고 말 할 껄 그랬습니다.
답글
요즘 인터넷 전화기 두 대를 사서(예를 들면 LG 제품)하나는 한국에다 두고 하나는 아이들이 가져가서 켬퓨터에 연결하면 바로 옆에서 대화하듯...기본료외엔 공짜전화입니다.
전 그 덕에 그림움을 잠재웁니다. 화상채팅은 귀찮아서 잘 안할 지경이고....전화로 <마이키>하면 마이키는 칭얼대다가도 가만 듣고 있습니다.
.......전화기를 사서 하나만 부쳐 보내세요. 전화비 빠지고도 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아니 부모와 가족들의 그리움도 ...완화시카고요.
멀리 떨어져 지내는 아이들도 많은 힘이 될 겁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연락 가능한 하지말자는 제가 딸 아이 유학보내던...10년도 더 전의 구석기 시대이야깁니다. ㅎㅎㅎ 진실과 나실의 건승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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