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일본 프로야구를 시청합니다.
일본을 사랑해서도 아니고 야구에 미쳐서도 아닙니다.
우리나라 선수, 그것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적이 있던 두 선수가 오릭스라는 팀에서 활동하고 있고
케이블 티비에서 그 팀의 경기를 매번 중계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 매번의 경기를 지켜보는 것도 아닙니다.
혹, 누워서 리모컨을 눌러대다 그경기를 만나게 되면 보게 되는 것이지요.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보는 것같습니다.
지난주에는
이런 경기를 보았습니다.
오릭스:소프트뱅크 였는데
9회초까지 1:0으로 뒤지고 있다가 9회말에 2:1로 역전승을 한 경기 입니다.
9회말 1아웃에 5번타자가 2루주자를 불러들이는 안타를 치고 1:1
그리고 6번 타자가 바로 이승엽이였지요.
저는 그 경기의 앞부분은 못 보았는데 해설자의 말에 의하면 세 번 나와서 자세나 분위기는 좋았는데 삼진에, 병살타 등 3타수 무안타였다고 하더군요.
8회부터 보기 시작했습니다. 재미 없다고 다른 것을 보자는 주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승엽이 나올테니 조금만 참으라며 넘버3주제에 가까스로 버티면서
봐라 봐라, 이제 이승엽이 나와서 안타 하나만 때리면 게임은 끝나고...이승엽도 체면을 차릴 수 있을 꺼라고 분위기를 돋구었었습니다.
사실 야구를 구경하는 것은 그리 제 성격에 맞질 않습니다. 저는 격투기나 테니스나 탁구같은 경기가 구경하기 더 즐겁습니다. 스피드가 있고 치고 받고 하는 것이 풍성하니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야구는 거의 투수놀음이잖습니까?
그래도 우리나라 대표팀이 다른 나라 대표팀과 붙는 경기라든지, 프로야구 코리안 시리즈라든지 하는 것은 즐깁니다. 최고가 붙는 것들이니까요.
돌아보면
지금도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다른 구단보다 롯데를 좋아하는 이유가 1984년? 롯데 최동원의 삼성과의 코리안 시리즈의 4승...때문이고
프로야구 경기를 거의 보지 않게 된 것은, 선수노조문제때문에 최동원을 삼성으로 보내서 패전처리 투수나 하게 하고 결국 옷을 벗게 만든 프로야구 구단들의 못된 짓 이후입니다. 가끔 뉴스를 보면 그가 당당하게 잘 지내는 듯 보여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오릭스에 있는 이승엽이나 박찬호는 솔직히 저 개인에게는 최동원만 못합니다. 그는 저와 같은 또래로서 고교야구, 대학야구, 프로야구를 통해 쭉 보고 만나본 선수이니 이해하기를...^^
그러나 박찬호와 이승엽 이들은 우리들 모두에게 항상 벅찬 감동을 주었던 선수들입니다.
현재 활동중인 선수들 중에는 이 두 사람의 업적에 비길만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드디어
이승엽이 나와야 하는 순간,
허걱...화면에는 낯선 다른 선수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이승엽은 아웃되고 대타가 등장한 것입니다.
울컥 했습니다.
이런...일이...
그리고
그 선수가 투수의 초구를 멋지게 받아쳐서 굿바이 안타를 때려내고, 오릭스는 2;1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건 최악이야! 소리를 쳤지요.
제가 오릭스의 경기따위를 보려고 하는 것은 이승엽의 활약이지 두꺼비를 닮은 오릭스 감독의 파안대소를 보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이기더라도 이승엽의 그 대타가 안타를 치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잠간 비친 이승엽의 얼굴에서 화기란 찾아볼 수 없었었습니다. 억지 미소가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것은 당연했겠지요.
그 경기를 본 직후 저는 매우 흥분해서 감독의 처사, 믿어주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을 좀 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은 좀 냉철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감독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감독질 하는 것이 아니며
이승엽을 위해 감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세번의 찬스를 모두 놓친 선수에게 다시 또 절호의 찬스를 맡긴다는 것, 제가 감독이라도 좀 고려해 보았을 것입니다.
기회라는 것이 우리들 앞에 항상 찾아오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문제는 결국 이승엽 자신에게 있는 것입니다.
그는 더욱 정진하여 훈련과 컨디션 조절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그래도 여전히 타율이 2할 아래를 밑돌고 만다면 우리나라로 돌아와 새로운 시작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
교신이가 내일모레 교내 수학경시대회를 한다고 합니다.
담임선생님이 전교어린이 회장이 90점은 넘게 맞아야지 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녀석은 절대 90점을 넘는 그런 일이 없을테니 안심하시라며 농을 하였다더군요.
그래도 식구들 모두 한결같이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중입니다.
야 임마 실력이 얼마나 형편없으면 그런 이야기를 듣니?
한심하군, 선생님께 말하는 품새라니
원경이 누나랑 같이 공부해라, 모르면 물어보고
문제집을 다 풀었으면 답을 맞춰봐야지 넌 풀기만 하면 다 맞았다고 생각하는 거냐?
수학포기했다는 형이랑 노닥거리면 안 된다 등등...
오늘 학교에서 돌아온 교신이 녀석
형처럼 벽장에 들어가 잠시 쉰다길래
저도 한마디 더 했습니다.
기회는 준비한 사람에게만 소용이 있는 거야. 지난 번의 이승엽처럼 되고 싶지 않다면...최선을 다 해.
높이 올라간 사람일수록 기회를 잃어버렸을 때 치명상을 입는 법이거든.
풋,...
녀석의 눈이 살짝 찢어졌습니다.^^
입으로는 '알았습니다.' 순한 대답이 나왔지만...
-
야구에 대한 성향은 저도 그렇습니다.^^
답글
최동원에 대한 기억....슬로우 드롭볼로 스트라이크~~생생합니다.
그 경기를 본 울나라 사람들 모두 안타가워했겠습니다.
경기에 지더라도 이승엽이 잘하길 바랬을텐데...
명예로운 은퇴라는 건 참 어렵지요?
수학경시대회...교신아~침착하게 잘 치루거라~~
행여...수학~경시대회라고 생각하진 말기를!
수학을 경시해서는 학창시절 내내 피곤하단다!...^^ -
저는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나름대로 야구 팬이었답니다.
답글
특히 지역성일 수도 있겠지만 잘나가는 해태 타이거즈 선수들의 팬이기도 했구요.
박찬호를 보면서 승부의 세계라는 게 얼마나 치열하고 비열한지 생각하고는 했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아닐까요?
제 생각에는 교신이가 보란듯이 좋은 점수를 얻을 것 같습니다.
한빛이도 요즘 시험기단인데 고2여도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합니다.
수학은 그나마 괜찮은 것은 아마 많은 문제를 풀었던 전력이 아닐까 싶어요.
만점 맞겠구나 자신햇는데 부분점수에서 2점을 깎였다고 하더군요.
충신이는 이번 여름을 잘 넘겨야 할 것 같네요.
중압감만으로도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하긴 한빛이는 별로 달라지는 게 없어 보여요,-
주방보조2011.07.06 16:08
충신이는 정말 포기했답니다.^^
나이가 들면 전두엽이 좀 더 자라서 좋아지려니 했는데
스스로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 합니다.
잡아본 적도 없지만...
그래서 그냥 저도 편하게 버려둡니다. 도서관에 가서 자든 축구하든 소설책을 보든 ...잔소리도 그만 두었습니다.
ㅎㅎ...이제 녀석에게 남은 일은 앞으로 아버지와는 전혀 다르게 돈을 잘버는 일이겠지요^^ 녀석은 안티아버지이니까요.
교신이는 1문제를 시간이 없어 못풀었다고...그래도 작년보다는 쉬웠다고 합니다.
해태는 전설적인 팀이었지요^^ㅎㅎ
한빛이도 우리에겐 전설적입니다.^^
-
-
저랑 비슷하군요^^저두 야구는 너무 시간을 끌어서 지루해서 못 봅니다. 스포츠는 보는 것 보다 직접 하는 것을 좋아해서리....
답글
'칠스트레일리아 > 다섯아이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다, 핸드폰만 남겨 놓고... (0) | 2011.07.12 |
---|---|
전세대란!!! (0) | 2011.07.10 |
달팽이 구조대^^ (0) | 2011.06.26 |
막내, 독일병정이 되다. (0) | 2011.06.22 |
새벽기도... (0) | 2011.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