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하늘길을 따라 하늘재를 넘다!

주방보조 2011. 8. 13. 17:44

교신이와 원경이를

잠자는 충신이 몰래 깨웠습니다.

블로거 친구이신 하늘사다리님의 소개와,

이요조님의 탐방기?를 통해 한번 가보겠다고 생각했던 하늘재에 오르기 위해서였습니다.

원경이와 방학중 역사탐방을 한번 하자 약속하였었거든요.

아는 지식이라고는 충주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들어가면 된다는 정도였습니다만

충주가는 버스를 예약하려다가 우연히, 이요조님이 가르쳐준 미륵리를, 동서울 터미널의 월악산국립공원을 종착역으로 하는 버스가 중간에 들른다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시간은 2시간40분 걸리고 6시40분부터 매 두시간마다 배차되어 있었습니다.

 

충신이를 깨우지 않은 것은

우리가 어디에 갔느지 모르게 함으로서 '딴짓"을 할 여지를 줄여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깨고나서 아무도 없어도^^, 누군가 언제 다시 들어올지 모른다는 것은,

모두 어딘가에 가서 몇시쯤에 돌아온다는 것을 아는 것보다 훨씬 행동을 조심하게 될터이니까요^^

...흐흐~

 

그러나 저의 계획은 교신이에 의해 조금 수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화요일에 구리시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광진도서관 앞즈음에서 가벼운 찰과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정강이부분이 아프다고 하는 순간, 탈락^^ 시켜버렸기 때문입니다.

갈 수 없겠네? 그래도 산인데?

글쎄요, 그럴 것 같은데요.

그럼 됐다. 넌 형이 학교 가고나면 새집에 가서 공부나 하고 있어라.

ㅇ~ㅖ...ㅜㅜ

원경아! 가자!!! 

이때가 8시 10분경이었습니다.

 

원경이와 우산 하나씩 들고, 작은 파워에이드병에 물 한가득 채우고,

택시를 타고(택시비2600원)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여

곧 8시 40분 출발하는 월악산행 버스를 탔습니다.(성인12400원, 중고생 30%할인 8700원)

신문 하나를 샀고(800원) 버스 안에서 돋보기 안경을 끼고 좀 살펴보았으나, 눈이 피곤하여 금방 그만 두었습니다.

잠시 졸고 눈을 떠 보니 이천정도를 지나는데, 길이 고속도로가 아니라 국도였으며

이 버스는 고속버스에 비해 비교적 천천히 달리고 있었습니다.

눈을 시원하게 하는 풍경들이 아무래도 좀 많아서...즐거웠습니다.

 

그 도중에 교신이에게 전화가 와서 아버지가 가고 나자 금방 아픈 곳이 나았다는 전갈을 받았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고...

목소리가 약간 울먹였다는 원경이의 말에 억지로라도 데려 올 것을... 하며 잠시 후회도 하였습니다.

 

수안보온천은 여름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 없어 마치 유령이 나올 것같았습니다.

그곳을 지나 약 20분쯤 뒤에 미륵리, 하늘길이 있는 그곳에 우리는 도착했습니다. 11시 10여분...쯤.

 

...

 

 

 

 

 

 

 

 

 

 

 

 

하늘재로 가는 길은 매우 찾기 쉬웠습니다.

화장실도 깨끗했고

안내판도 잘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오른편으로 보이는 돌탑과 미륵상은 나중에 내려오면서 들러보기로 하고

하늘재 길을 따라 오손도손 숲이 하늘을 가린 그래서 햇볕을 가끔 만날 때 오히려 너무나 반가운 그길을 걸었습니다.

분명히 위로 올라가는 길이긴 한데 그 경사가 너무 완만하여 우리 동네 아차산을 오르는 것보다 더 쉬웠습니다.

안내판에 써 있는 바 예전엔 계립령이라고 불렀다던데 아차산에서 죽은 온달 장군이 이 계립령을 차지하려 했었다는 이야기들을 읽으니 당시 고구려와 신라의 치열한 각축을 공간적으로 약간은 이해할 수 있을 것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숲 속의 길을 걷는다는 것과 가끔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것 외엔 그리 특이한 재미는 없었습니다.

아마 이 길을 개발하여 공개한 지방자치단체도 그것을 알았는지,

김연아를 닮은 나무...같은 좀 어울리지 않는 볼거리를 하나 장만해 놓았더군

요.^^ 

 

사람도 매우 희귀하여 하늘길이 끝나는 문경시 경계에 이르기까지 약 10명정도를 만났을 뿐입니다.

방학이라도 평일이라서 그런 것이리라 생각했습니다.

 

무사히^^ 하늘길이 끝나고 눈 앞에 갑작스런 4차선 넓이의 내리막 도로가 펼쳐져 있고...문경시장의 안내팻말을 보고서야

우리가 충청북도를 지나 경상북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도 경계를 넘었다는 사실에 약간의 감동이...^^

그리고 그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보는 풍광이 그리 감동적이지 않아서 약간의 실망이 밀려 왔

습니다.

 

그 아스팔트 길을 따라 조금만 더 내려가보자는 제 의견에 원경이는 반대^^

 

우연히 

오른쪽에 '이곳은 사유지이니 운운'하고 철망이 쳐 있는 비탈을 올려다 보니

그 윗쪽에 돌탑이 하나 세워져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늘길이 끝나는 좌우에 좁은 길이 나 있는데 그 우측으로 들어가 오솔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백두대간 하늘재라고 크게 세로로 쓰여 있는 돌탑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야...

험한 산들로 둘러 쌓인 그곳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지요. 멋진 풍경이었습니다

.

 

   

 

 

내려오는 길은 당연히 올라가는 길보다 쉬웠습니다만...

산 속 곳곳으로 끊임없이 스피커를 통해서이겠지요? 울려퍼지는 스님의 독경 소리가

자비심많은 원경이에게는 괜찮았는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큰 고역이었습니다. 

그래, 예전에 외롭게 이 길을 가던 이들이  저 독경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마음이 푸근하고 반가웠을꼬, 먹을 것과 쉴 곳이 있다는 표이며, 야생짐승들이 모두 나처럼 괴로워서 멀리 떠나갔을테니...안전하기도 하였겠고...그러면서 저 스스로를 설득해야만 했습니다.  

 

올라가면서, 내려올때 둘러보리라던 옛 절터를 지나 왼쪽으로 커다란 석탑과 불상이 서 있고, 우리는 그리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먼저 아랫쪽의 커다란 돌거북에 놀랐고

석탑의 크기가 상당히 크다는데 놀랐으며

불상의 크기도 멀리서 보던 것보다는 엄청나게 커서 놀랐습니다

 

.

 

옛절이 상당한 크기였음을 짐작케 하는 규모였습니다.

아...이 깊은 산속에 저 큰 돌들을 옮기고 쌓고 깎고....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고통을 받았을까...

그런 희한한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고

우리는 천천히 주변의 경치를 즐기며 점심식사를 하러 한 음식점에 들어갔습니다. 이 때가 1시20분...

 

 

 

감자전하나와 산채비빔밥을 둘 시키고(각 7천원씩 총 2만천원)

맛있게 먹고 주인 아주머니께 버스 시간을 여쭈어 보았습니다.

서울가는 시외버스는 2시 20분, 충주가는 시내버스는 3시 10분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식사를 막 마쳤을 때 1시 55분...천천히 걸어 미륵리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가 2시5분이 조금 안 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15분만 기다리면 서을 가는 버스를 타고 돌아가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따져 보았지요.

하늘재에 올랐다가 돌아오는데 걸린 총 시간은 식사시간을 빼면 약 두 시간여...흠...

 

그런데

2시20분이 지났음에도,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고

정류장 바로 앞에서 복숭아를 파는 분들에게 다시 시간을 여쭤보았습니다.

2시 정각에 서울가는 버스는 이미 떠났고, 충주가는 버스가 3시경에 오니 그것을 타야 한다고...택시는 눈씻고 보아도 없고...

잘못된 정보때문에 1시간을 꼬박 기다린 셈이 되었지요.

3시 정각에 충주행 시내버스가 와서 그것을 타고(1250원, 중고생1000원), 충주에서 내려 택시타고 (택시비 기본2200원인데 2800원이 나오더군요^^)버스 터미널에 가서, 서울까지 1시간 30분 걸리는 4시발 동서울 행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고속버스는 중고생 할인이 없더군요. 둘이 합하여 10900*2=21800원  

피곤했는지...

자다 일어나 보니 어느새 올림픽 대교를 건너고 있었습니다.^^

 

...

 

 하늘길 자체는 골짜기길이므로

그리 볼만한 것은 없었습니다만,

입구쪽이나 하늘재 꼭대기의 경치는 참 괜찮았습니다.

첩첩으로 겹친 돌산들의 위용이 자못 웅장했다고 할까요.

 

그리고 교통편은 매우 불편했다고 하는 것이 맞겠지요.

버스가 매우 희소하였으며 택시도 잡을 수가 없었으므로, 자가용이 없이는 온 가족이 함께 움직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정도?

아, 그리고 거기 버스시간표라고 붙여 놓은 것...제가 머리가 그리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닌데 도무지 해독이 안되는...^^

 

그래도 이 나이들어 살면서 역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곳을 보고 왔다는 뿌듯함이 동서울 터미널에서 걸어서 집으로 가는 동안 제 발걸음을 가볍게 하였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6시 10분...딱 10시간의 여행을 꿈같이 다녀왔습니다.

 

에필로그...:

교신아 너 울먹였었다며?

아닌데요...

그래? 다행이다.

예...

앞으로는 좀 아파도 따라나서거라. 기회란 것이 말야 한번 놓치면...운운...

 

 

 

 

  • 주방보조2011.08.13 19:49

    총비용,
    2600+800+21100+21000+2250+2800+21800= 72350
    총시간
    10시간...낭비한 시간 1시간 30분 빼면=8시간30분

    답글
  • malmiama2011.08.15 13:00 신고

    동행을 즐거워하는 자녀를 둔 아빠는 행복한 아빠입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1.08.16 10:27

      예 맞습니다. 충신이가 6학년 교신이 정도가 되었을 때에 ... 어디든 같이 가자하면 '안녕히 가세요'하며 자기길로 가버렸을 때 충격이 매우 컸습니다. 명령이면 가고 권유면 안 간다나요? ^^
      그래도 나머지 4녀석은 따라붙기를 좋아하니...참 좋습니다.ㅎㅎ

  • 한재웅2011.08.15 18:08 신고

    하늘재 하나 만 다녀오기에는 시간이 아깝겠군요. 그 부근 몇 개를 엮어서 다녀오는게 경제적일 것 같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1.08.16 10:31

      수안보온천이라든지, 월악산 국립공원이 버스로 20분거리에 있으니...승용차만 있다면 매우 즐거운 방문이 될 듯도 싶었습니다.
      이럴 때면 다시 차를 한대 장만하고픈 마음이 불쑥 솟습니다,.ㅎㅎ

  • 이요조2011.08.16 14:26 신고

    매력없는 큰길로 올라가셨군요. 탐방로는 어쩌시고....?
    고생 좀 하셨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1.08.17 00:08

      군자대로행이라 하지 않습니까?ㅎㅎㅎ
      원경이와 조근조근 이야기하며 즐거운 산책을 하였습니다.
      올해중 언제한번 교신이 데리고 월악산국립공원이라는 곳도 다녀올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