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헌혈...

주방보조 2011. 3. 30. 05:30

저는

맏아들 충신이가 신기합니다.

고3이 되어도 그 얼굴에 수색이 없으며

아침에 느긋하게 가방을 메고 등교시간을 일부러 맞추기라도 하듯 서성이는 모습을 보면

외계에서 온 녀석이 아닐까 디엔에이라도 검사하고 싶어집니다.

우파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좌파적으로 행동하는 녀석

 

어제는 봉사활동 인증서를 발급받는다고 컴퓨터를 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9월부터 이번달까지 자그만치 4장이나 되는 헌혈증서를 앞에 놓고 말입니다.

 

저는 어려서는 바늘을 몸에 꼽는 것을 두려워 하여, 

철들고는 아이들 키우는데 정신파느라,

그리고 나이가 40도 되기 전에 덜컥 간염이니 당뇨니 고지혈증이니 하는  아름답지 못한 이유로 단 한번도 해보지 않은

헌혈을 전혈 400ml , 매 두달마다 꼬박꼬박 해온 것입니다.

 

칠스트레일리아 법무장관인 나실이의 보고에 의하면

용돈이 궁하니까, 헌혈을 하고 받는 문화상품권이나 햄버거교환권을 노리고 하는 짓이며, 그것으로 여자애들 한테 한턱 쏘려는 짓일 것이라지만

고3이니 하지말라는 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거듭 두달마다 저 몰래...피를 뽑아대는 것이 그런 이유때문만이겠습니까. 

또 한번 뻔한 대화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너 피 뽑아대는 것이 바로 이 봉사점수때문이냐?

아니요

대학에 피뽑은 봉사점수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럼요

문화상품권이나 햄버거때문은 절대 아닐꺼고?

ㅎㅎ...당연하지요

그럼 뭐 때문이냐?

픽...^^

아버지가 하지 말래서 더 하는거냐?

아우...맘대로 생각하세요. 그런 거 아니예요.

참 신기하다...너

예, 제가 쫌 그렇지요

 

...

 

고3녀석이

왜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축구는 열심히 하고

피아노는 열심히 두둘겨대고

교회는 열심히 나가고

피는 열심히 뽑아대는지...

 

누구 아는 분 안 계십니까?

 

...

 

'사랑의 헌혈에 동참하여 생명나눔을 몸소 실천하신 귀하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증서를 드립니다'

 

전...아직 녀석을 존경할 준비가 덜 되어 있습니다.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 주방보조2011.03.30 14:39

    교회에 열심히 나가는 것은
    여학생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답글
  • malmiama2011.03.31 18:36 신고

    모여 운동하는 것과 교회에서 어울리는 것등..
    충신이는 '합력하여 선 이루기 형' 이지 싶습니다.

    '선을 이루는 칠스트레일리아'...좋겠습니다.
    선을 이루는 것 중 기본은 '좋게 생각하기'라던데요.^^

    답글
    • 주방보조2011.04.01 01:20

      그런것 같기도 합니다.
      어려서부터 누구와도 친해지고 싶어 애를 썼더랬습니다. 상대방 아이들이 충신이를 밀어놓아서 힘들었었지요.
      그런 따의 질곡에서 벗어난 중1 이후부터...아버지의 질곡에서 탈출을 한 것인듯합니다. 친구들을 따르는 것이라면 기꺼이 아버지를 순위에서 밀어놓는것이겠ㅈ요.

      ㅎㅎ...이 놈은 걱정이 앞서게 만드는 효자입니다. 걱정할 일없으면 아버지 빨리 죽을까봐^^ 이거 좋게생각하는 거 맞지요?^^

  • 김순옥2011.04.01 12:21 신고

    어느 하나도 나쁜 일을 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저는 좀 의식있는 아들을 가치있게 평가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충신이가 부모님 특히 아버님의 기대 범주와는 약간 다르다 싶지만
    자기 세계를 다양한 시각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이거든요.
    단지 약간의 학교 성적이 양호하다는 것만으로는 자기 세계를 구축하는 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다고 한빛이를 막무가내로 평가절하하고 싶지는 않답니다.
    제말마따나 언행일치가 되지 않지만, 작심3일일지언정 생각은 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아빠의 존경을 받는 아이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요?
    나중에 충신이가 훌륭한 사람이 되거든 제게도 한 턱 쏘시는 것 잊지 마세요.

    답글
    • 주방보조2011.04.02 01:40

      ㅎㅎ...정말 충신이때문에 한 턱 쏘는 날이 오기를!!!^^

      지난 주일에는 자기 다니는 교회 2주후 이사하는 데 오후 내내 짐을 정리했다며 떠벌려 댑니다.
      나쁜 일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 시간에 빈둥거리는 것보다는 낫지만...저는 참 고3이 개념이 없다 생각이 드니 그 교회 죄없는 어른들에게조차도 화가나는 것입니다.
      헌혈도 비슷한고로 ... 존경이 가질 않는 것이구요^^...좋은 일이지만 개념이 없잖습니까?

      아비의 이기적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은 탓일것이다. 그리 생각은 하려고 애씁니다만...^^

  • 책벌레2011.04.03 20:56 신고

    전 주사기 바늘이 무서워요ㅠㅠㅠ
    헌혈... 어른이 되어도 도저히 못 하겠어요ㅋㅋㅋ

    답글
  • 왕언니2011.04.04 10:56 신고

    우리 아들도 고3때 헌혈 많이 했습니다.
    우리 교회 모집사님 손녀가 백혈병이었는데 아들의 혈액형이 맞아서 더 많이 했죠.
    물론 그 헌혈은 주로 그 아이의 치료에 쓰였고
    고맙게도 그덕인지 그아이는 완치가 되어 건강하게 교회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순옥님 말대로 너무 걱정 안해도 될것 같습니다.

    요즘엔 공부 많이 했다고 좋은대학 갔다고 반드시 좋은데 취직하는것도 아니고 ,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되는것도 아니니
    특별히 나쁜짓에 골몰하느라 바쁘지 않으면 더더욱... 걱정 안하셔도 될것 같은데요?

    답글
    • 주방보조2011.04.04 17:23

      고맙습니다.^^

      제가 젊어서부터 돈이니 명예니 하는 다른 욕심들은 정말 없는데
      딱 하나 있던 것이 자식욕심이었습니다.
      그것도 잉태하여 죄를 낳나봅니다.^^
      왕언니님이 괜찮다고 보시는 녀석을 저는 꼴도 보기 싫어할 때가 많으니 말입니다.ㅎㅎ
      마음을 더 비워야...되겠습니다.

      남을 해롭게하는 일을 하지 않으니...감사...
      남을 즐겁게 하는 일을 하니...감사...

      그래도, 자기 자신을 이롭게하고 행복하게 하는 일에도 눈을 떴으면 좋겠습니다.

  • 리닙니다2011.04.04 23:49 신고


    오우! 충신군이 피아노를 치는군요!!!

    답글
    • 주방보조2011.04.05 02:03

      피아노는 제가 다섯아이 모두에게 몽학선생이 되어 가르쳤습니다. 최근에 교신이도 체르니 40번의 5번을 끝으로 졸업을 하고 요즘은 찬송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충신이는 매우 뛰어난 재능을 처음에 보이다가...저의 교수법이 맘에 안 들엇는지 결국은 흐지부지 하며 체르니40번의 5번까지 치고 찬송가 칠줄 알게 되고 끝을 냈는데...그 이후로 혼자서 학교 음악실피아노를 두둘겨대며 좀 더 실력이 좋아졌다는 후문입니다. 집에서는 몇번 치는 것 들었는데 건반에 원수가 졌는지 옆집에 민폐가 되어 금지시켜버렸습니다.
      피아노뿐 아니라...기타와 드럼도 수준급이라고 합니다. 자칭^^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