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원래는 교신과 여의도를 사전 답사할 일이 있었습니다.
4.28일에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 전교어린이 회장들만 가는 수련회 출발장소가 여의도이기 때문입니다.
혼자만 가는 것이니 당연히 부모가 데려다 주어야 한다고 하셨다기에
둘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하였고, 거기에 정확하게 도착하려면 몇시에 출발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기로 했었습니다.
그러다 원경이도 끼워주고 셋이서 가기로 하였는데, 막상 떠나려 하니 마눌님이 반대를 하고 나섰습니다.
아직 감기도 다 낫질 않아서 코를 킁킁 거리며 다니는 아이를 데려갔다가 더 아플 수도 있지않느냐는...황사도 있다하던데...
그렇게 되어
원경이와 저 둘이서 여의도 나들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코스를 한강의 강북 자전거도로로 가다가 잠수교로 건너서 여의도로 가서 시간을 체크하고 여의도 공원을 한바퀴 구경하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 ... 돌아오는 길은 한강 강남 자전거도로로 와서 영동대교를 건너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원경이에게는 함께 하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묘한 능력이 있습니다.
가끔 갑작스레 눈물을 보임으로 너무 힘든 상황을 설명하려들기도 하여 당황스럽게 할 때도 있지만
되도록이면 참고, 이해하고, 즐거우려 하는 아이입니다.
아침을 늦게 먹어선지 점심을 먹는둥 마는 둥하고 집을 출발한 것이 2시 정각이었습니다.
다행히 맞바람이 있기는 했지만 그리 강하지 않았습니다.
물은 중간 중간의 아리수로 충당하기로 하고 카메라만 달랑 들고 천천히 즐겁게 라이딩을 시작하였습니다.
응봉산 개나리를 배경으로 한장씩 찍고
중간 중간
목이 마르면 멈춰서 물도 이렇게 마시면서
둘이서 쉬엄쉬엄
사진도 다정하게
찍어가면서
여의도 공원도 돌아보고
63빌딩도 구경하고
여의도 주차장(교신이 출발하는 곳)에 도착한 것이 3시30분이었으니까, 넉넉잡아 1시간30분이면 되고
1시까지 도착하려면 11시 30분에 출발하면 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빙 돌아가는 강북쪽길로 쉬엄쉬엄 천천히 달려 온 것이니 강남쪽길로 빨리 달리면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도 있을 것같았습니다.
저는 여하튼 여의도 광장이 사라지고 여의도공원이 된 후로 처음이고 원경이는 난생 처음 보는 공원이었는데...복잡하고 시끄럽고 아직 꽃은 덜 피었고, 그리 매력을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여의도 공원에서 길을 건너 원경이를 라이프 상가 맞은 편 먹자빌딩으로 안내했는데 별로 내키지 않아 하여
더 돌아다니다가 여의도침례교회 곁에 있는 국수집에 가서 메밀 한판을 사주었습니다. 저는 우동을 먹고...
돌아오는 길은 순풍이었습니다.
중간에 반포한강공원의 인공섬인 서래섬에서 우리 둘은 한참을 쉬면서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푹 쉬었습니다.
간만의 라이딩이라선지...안장통이 상당했습니다.^^
미리 바세린을 발라야 한다는 조언을 때늦게에야 기억을 해 내었습니다.
교신이는 잘 다녀오셨냐고 꽤나 쿨한척 표정을 지으려 했지만
엄마때문에 가지 못한 여의도 답사가 못내 아쉬운듯 한마디를 하였습니다.
콧물도 안 나는데...못갔네요...
ㅋㅋㅋ...설마 마눌이 교신이를 마마보이로 만들 생각이기야 하겠습니까마는...
-
-
원경이 얼굴은 '착하다'라는 마크가 새겨져 있는 느낌이 들어요.
답글
앞으로도 아마 아빠께 아주 예쁘고 착한 딸이 될 것이라는 걸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막내에 대한 엄마의 사랑이 각별하신거죠.
거기다 기대에 충분히 보상을 해주니 얼마나 기특해요.
아무나 전교회장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한빛이는 자기도 모른다는 '학생회 기획부 차장'이라는 임명장을 '학급회장' 임명장과 가져왔더군요.
아마 학생회에서 3학년과 2학년을 구분해서 명명한 건 아닐까 싶어요.
'뛰어난 아이'보다 '착하고 건강한 아이'가 좋을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좋을 것 같구요.
원경이가 착하고 성실한 만큼 좋은 모습으로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
대단한 라이딩 입니다.
답글
저도 자전거 타고 그렇게 한강바람 쐬며 달리고픈 소원이 있지만 언제나 이루어질지..
그런 생각할땐 새빛과 새론이가 얼른 좀 컸으면 좋겠는데
자는 얼굴보면 천사같아서 이대로 크지 말고 멈춰주었으면 싶기도 합니다.
새벽에도 우유먹으려는 새론이때문에 깨서는
두 녀석 번갈아 뽀뽀해주며 커가는게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새빛이가 제 속을 상하게도 하지만...
지금만큼만 순수하게 커주었으면 싶은 생각도 듭니다.
크면서 어떻게 변할지 걱정도 좀 되고..
원경이처럼만 커주었으면~~~-
주방보조2011.04.14 18:04
제꿈이...충신이 중학생이 되면 자전거로 전국을 누벼보는 것이었습니다.
충신이 6학년 되면서부터 쌩을 까기 시작했지요.
자전거 좀 탈까? 혼자타세요, 안녕히 가세요, 전 됐거든요...등등
이젠 녀석이 그럴리도 없겟지만
아버지 자전거 좀 타고 놀러가여...그러면 제가 쌩까지 않을 수 없습니다. 됐다. 너 혼자 타라...오십견에 고관절에...ㅜㅜ;;
젖먹이때가 제일 예쁘고
잠잘때가 예쁘고
아직 미 경험이지만...이젠 시잡장가가서 떠나버리면 이쁠 것같아요.^^
원경이야 그냥 고슴도치아빠사랑인데요... 새빛이 훨씬 더 훌륭할텐데...그런 말슴마세요.
-
-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는 부녀 사이는 참..보기 좋습니다.
답글
부러워하는 이 많을듯.^^
아들과는 대화는 가능해도 이야기 꽃을 피우는 것은 딸만 못하지요?-
주방보조2011.04.15 18:44
충신이의 경우 주로 정치, 사회문제를 이야기하게 됩니다. 의견충돌이 아직은 없지만 ... 재미있는 주제는 아니지요^^
그러나 원경이와는 인간, 자연, 역사, 천문,지리까지 광범위하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ㅎㅎㅎ^^ 아주 재미있습니다.
딸들은 엄마와도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 나누는 것을 보면
왜 아들을 귀하게 여겼는지 이해가 갑니다.
별로 귀하지 않을 수 있는 존재가 아들이니...역으로 귀하게 여겨야 한다였을것이라는...ㅋㅋ^^
그래서 하나님이 보통 착한 아버지들에게 딸을 더 주시지요?^^
-
'칠스트레일리아 > 다섯아이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강도의 마음... (0) | 2011.04.21 |
---|---|
뻔뻔 아들, 수줍 아빠... (0) | 2011.04.18 |
다슬기를 보며...회개하다. (0) | 2011.04.08 |
헌혈... (0) | 2011.03.30 |
교신이의 임명장... (0) | 2011.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