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교신, 마침내 전교 어린이 회장에 도전하다...

주방보조 2011. 3. 7. 01:08

3월2일...수... 6학년이 된 교신이는 마지막 고민을 하루 더 하고

3월3일...목... 아침 학교에 가면서 이번 전교 어린이 회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우리들에게 알렸습니다.

부모확인이 필요한 지원서에 싸인을 해주고...잘 해보라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녀석은 두장의 선거포스터 작성 용지를 받아왔고

나실이에게 전화를 하여 포스터 만드는 것을 도와달라고 정중히 부탁했으며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나실이의 너털 웃음이 승락을 알렸습니다.  

 

저는 교신이의 사진 중에서 정말 괜찮은 광고용 사진이 있음을 발견하고 적극 추천했으나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학시절 배운 광고론의 얄팍한 지식을 꺼내 놓으면서 설득을 했습니다. AIDMA... 먼저 주의를 끌어야 한다(attention). 그리고 재미있어야 하고(interest) 욕구가 생기게 해야하고(desire) 기억되어야 하며(memory) 마침내 행동으로 옮기게 만들어야한다(action). 이 사진이 바로 딱 그것이라고...여기다 '힘껏 뛰겠습니다.' 구호 한번 붙이면 선거포스터의 종결자^^로 등극할 것이라고.

 

 

그러나 저의 적극적인 설득에도 녀석은 자신의 모습이 매우 이상하게 나오는 것에 대하여 불만스러운지 결국은 다시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서 한장, 그리고 작년 5학년때 담임선생님이 찍어준 범생이 모습으로 한장, 포스터의 주 사진으로 걸고 ...

 

.                                                           

 

아버지를 배려하여 제가 추천한 사진은 아래쪽에 조그맣게 힘껏 뛰겠습니다라는 구호 뒤에 붙여 놓았습니다

그날 저녁 교신이는 누나들 집으로 가서 새벽 3시까지 나실이의 진두지휘 아래 누나들이 선거포스터 만드는 것을 거들었습니다.  

 

 

 

3월4일...금...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며 두장의 포스터를 들고 왔는데 세상에...사진이 퇴자맞은 것은 그렇다고 해도 ..."공약은 꼭 넣어라, 비록 지켜지기 힘들어도 소망을 가지고 노력하겠다는 표현이며 유권자들에게 대한 예의다" 라고 이야기한 바로 그 공약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공약 공약 공약 써 놓고 X표를 그위에 그어놓고...지키지 못할 공약은 하지 않겠습니다!! 라고 해 놓은 것 아니겠습니까? 공약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지난학기 전교부회장을 하며 '아이들의 공약은 다 쓸모없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나...^^ㅎㅎ

아주 제 마음에 안 드는 포스터 두장을 가지고 가는 교신이에게 저는 약간 투덜거렸습니다. 그래도 연설할 때는 절대로 공약따위는 필요없다 그런 부정적인 이야기는 하지말라고 하면서 말이지요.

 

이번에 전교 어린이 회장으로 출마한 아이들은 남자아이가 4, 여자 아이가 1인데...이 중 최다 득표자가 회장이 되고 차점자 남녀 한명씩 부회장이 됩니다. 이번에 여자 아이는 단독출마이니 무조건 부회장은 확보해 놓은 것이고, 혹 여자후보에게 여학생들의 표가 몰리고 남자 후보들 넷은 남학생들의 표를 나눠가지게 되면 이번 선거는 그냥 끝이라고 걱정을 하였습니다. 그럴리가요^^ 녀석은 여유있게 저의 남녀분할구도상의위험성예측^^을 가볍게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연설문은 다 작성을 했느냐고 물으니 다 작성했다고, 보여달라고 하니 선거 끝나고 당선되면 보여주겠다고...고집을 부렸습니다.

약간은 섭섭했지만 솔직히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아버지 선거 연설문 좀 도와 주세요'...하는 꼴보다는,' 제가 알아서 작성했어요'...하는 것이 훨씬 멋있고 듬직해 보였거든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청중인 아이들에게 아이들의 언어로 자신의 포부를 밝히는 것이 더 잘 먹혀들어갈 것 같기도 했구요.

 

그래서...저는 정말 아무 것도 녀석에게 도움이 되질 못했습니다. ㅎㅎㅎ

 

3월5일... 토... 교신이는 기호가 1번이라서 맨 먼저 연설을 했습니다. 마눌은 학교에 가서 연설하는 것 듣겠다고 9시쯤 갔는데 이미 교신이의 차례는 지났고 마지막 두명의 연설만 들었는데 둘 다 문장이 매끄럽고 제스쳐나 구호나 매너가 아주 세련되어 가슴이 콩닥콩닥 걱정이 밀려왔다면서, 포스터도 좀 시원찮고, 연설도 우리가 안 봐줘서 망쳤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고민이 늘어지셨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자기 아들이 제일 잘 생기고 마지막 인사할 때도 깍듯이 잘 했다고 위안을 삼으면서도 말이지요.

 

...

 

그날 오전 늦게 저는 진실이와 나실이를 거느리고 한강길을 따라 왕십리까지 1만2천보를 걸었고, 오랜만에 녀석들과 순대국을 먹었고, 하려고 계획한 일은 미뤄졌지만 즐거운 운동을 잘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이미 교신이가 와 있었고 우리는 궁금하여 교신이에게 어떻게 되었느냐고 결과를 물었습니다.

월요일에 발표가 나는데. 자기반에서는 30명중에 28명이 자기를 찍었고, 6학년들은 자기를 잘 아니까 표를 그런대로 주었을 테지만 5학년들은 자기를 모를테니 알 수가 없다고. 

 

저녁에 충신이는 먼저 밥먹여 도서관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교신이 '회장당선될가능성이있는상태'를 기념하여 등촌칼국수집에서 외식을 단행하였습니다.

떨어지는 것이 확인되는 그순간까지는...당선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므로 즐겁게  생각하고 즐기자고... 

 

몇 시간 지나지 않으면 발표가 나겠군요.

혹 붙으면 건방떨까봐...예방주사를 몇대 놓아주었고

떨어지면 지나치게 낙담할까봐...다른 예방주사를 몇대 놓아주었습니다만

제 예방주사라는 것이...녀석에겐 별 필요가 없을 듯도 합니다. 걱정마세요 라고 하는 녀석의 눈빛엔 진짜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알리는 덤덤하고 듬직함이 엿보였거든요^^ 

 

이따가...

혹 회장으로 당선되면...녀석의 우리에게 비밀이 된 그 연설문을 보게될 것이고...

떨어지면...녀석이 과연 낙담할지 안 할지 보게 되겠지요.ㅎㅎ

 

 

 

  • malmiama2011.03.07 13:47 신고

    궁금하군요. 좋은 결과..기대되는데요.^^
    회장이 되면 부회장 경력이 실제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유민이는 회장 출마 안하겠데요.
    2학기 때 하는 게 편하기 때문이라는데...제가 그랬죠.
    "얌마~그건 이기적이다..그리고, 누가 2학기 때 널 뽑아준다던??"

    이 번 주에 선생님 한 분이 더 오시면 3학년 두 반을 세 반으로 나눈 다음 다음 주쯤 선거를 할거라던데...
    선거고 뭐고 떠나서 참 좋은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지금 한 반에 30 여명인데...세 반으로 나누면 한 반에 20여 명이 될테니...^^

    답글
    • 주방보조2011.03.08 01:35

      녀석의 예상대로 어렵지 않게 당선이 되었습니다.
      기대에는 못미치는 득표였지만 말이지요^^

      1학기때는 인기로 회장이되고
      2학기때는 성적으로 회장이된다는 속설이 있다더군요. 그 작은 세상속에서두요.

      유민이는 선택할 수 있는 위치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인기든 성적이든...아무거나^^

      우리 학교다닐때는 한반에 100명이 좀 넘기도 했었는데...20여명이면 완전히 상전벽해가 된 교실환경입니다.

  • 잔느2011.03.07 15:52 신고

    흠.. 교신이의 연설문 블로그에 공개하셔도 되면 저도 좀 보고싶네요.
    꼭 당선되길.. ^^

    답글
    • 주방보조2011.03.08 01:36

      고맙습니다. 다언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엄마란...당선 안 될까봐 걱정하다가 당선되면...학교불려다닐 일을 걱정한답니다.^^
      저는 할 수 없으면 못한다 하면 그만이니 신경 쓰지말라고 하는데도...말이지요. 쩝...

  • malmiama2011.03.07 21:55 신고

    축하~~~~~회장 김교신!
    조금 전에 진실이와 통화하면서 알았습니다. ㅎㅎ

    연설문을 볼 수 있겠군요.

    답글
    • 주방보조2011.03.08 01:38

      ㅎㅎ...진실이는 잘 된 것인가요?
      나실이가 옆에서 대박~이라며 인상을 쓰던데요. 언니가 철이 없다면서...

    • malmiama2011.03.08 09:48 신고

      엊그제 스마트폰에 숨겨진 사기성과 휴대폰의 전자렌지 같은 효용(=데우는 것)을
      나실이에게 설명해 줬는데...냉철하게 전달한 것 같습니다.

      진실이가 그냥 공짜폰을 얘기하지 뭡니까. 에구 착해라~~^^

      마침 옴니아 팝 한 대가 있는데...이거 스마트 폰이지요.
      정민이 해주려고 했더니...괜찮다 했고,
      교회 집사님 해주려 했는데...사용하기에 무리라고 판단되어 다른 걸로 하는 게 낫다 싶었고
      ...누굴 해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 되었습니다.
      ..................................

      작년 갤럭시 나오기 전까진 매우 비싸게 팔리던 것이 뚝 뚝 떨어지더니
      진실이를 위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아마도 시중엔 바닥 났을 듯...아니면 사기성 공짜폰/가입비+부가옵션+요금제강매,할부)

    • 주방보조2011.03.08 15:15

      괜히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 염려가 됩니다마는

      일단 감사히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