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가 작년 9월말에 일본으로 교환학생으로 가서
만 5개월만에 돌아왔습니다.
처음 한 두 달간은 꽤나 보고싶었구요
석달째 되면서부터는 곁에 없는 것을 심상하게 받아들였지요.
제 마음이 냉정해서 그런 것인지, 대개들 다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대개 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그 어떤 이별도 다 감당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심상함이 녀석이 도착하는 날까지 계속 이어졌습니다.
건대 앞 정류장에서 공항버스에서 내린 아주 눈에 익숙한 녀석의 모습을 보자 마치 어제 만났던 것같이 친숙함이 밀려 왔습니다.
그냥 오랫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보일듯 말듯 슬쩍 웃어주며 반겼습니다. 그리고...
어째 더 살찐것같고 얼굴도 상한듯 보인다고 듣기 싫어할 말을 던지고는 속으로 좀 후회를 했습죠.^^
진실이는 맏딸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보다는
우리집을 활기차고 생기있게 해주는 역할에 더 적합한 아이임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왠지 썰렁했던 집안 분위기가 ...화기애애, 웃음소리가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가족이 모두 모인다는 것은 참 복된 일입니다.
알뜰한 선물들을 풀어 놓고^^
잔치국수를 김치에 비벼 먹으며 진실이의 환영회는 끝이 났습니다.
비행기값, 5개월간의 기숙사비, 단 한번의 2박3일 여행비용, 점심값, 그리고 등록금까지 대략 천만원정도가 들었습니다.
등록금이야 여기서도 내는 것이고 기숙사비나 점심값은 여기서 생활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비용이 들었지만 미미한 차이이고
그러고보니 참 알뜰하고, 그래서 미안한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어제 주일에는 나카사키에서는 사올 것이 그것밖에 없었다며...예배후에 카스테라를 교인들에게 맛보시라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 명랑한 딸이 이제서야 철이 드는지
내년에 졸업하고 나면 뭘 해야 하는지 걱정이 된다고, 잘하는 것도 없고 용기나 자신감도 없고 실력도 없고...하면서 고민을 털어놓더군요.
야 임마, 그런 걱정은 중학생 때부터 했어야 하는거야,
10년 뒤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 생각하라고 얼마나 이야기를 했었니...
이런 잔소리를 하면서도, 곧 닥칠 사회진출과 독립이라는 과제 앞에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에 점수를 후하게 쳐 주었습니다.
이번에 5개월간의 이별은 연습에 불과 하겠지요.
진짜 이별을 하기 전까지...제대로 된 사람이 되어
우리를 떠난 뒤에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아름답고 유익한 일군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키 제일 작은 못난^^ 녀석이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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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가 돌아왔네요.
답글
건강하게 잘 지내다 왔다는 것,
우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집을 떠나서 많은 것을 얻었을 거라는 것...
감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아이들과 가까이 지내지 않은 게 잘 되었을 수도 있어요.
언어를 익히는데는 필요악에 해당될 수 있으니까요.
이제 막바지 대학생활을 더 가치있게 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자식은 부모 기대와 마음으로 바라보면 한없이 부족하다 싶어도,
어느 새 자기 자리에서 자기 몫을 해가는 게 대견하고,
어쩌면 당연히 그렇게 되는 것을 부모 마음으로 조급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활기찬 독수리5형제의 신학기가 기대됩니다.-
나이 먹은 조카가 지금 위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있답니다 4월에 돌아오구요.
어디에 가든 본인이 어떻게 노력하고 처신하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다만 언어에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이라면 한국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게 도움이 안 되더군요.
친구아들이 1년 가까이 있었는데도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압니다.
자기 스스로 뭔가 해결해 감으로 인해서 얻어지는 게 클 거예요.
저희는 요즘 한얼이 건강 문제가 다시 대두되어 힘든 시간입니다.
신앙에 대한 확신이 모호하기 때문에 기도로 해결하는 힘은 이미 상실했습니다.
예전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원망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마음 한 구석에
그런 마음도 들거니와 울부짖는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어떤 물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도 아니고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폭풍이 무사히 잘 지나가기만을 기원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견딜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지 않으려고 한답니다. 아무래도 아이의 프라이버시도 있고...
기도의 힘을 확신하시는 분이시니 한얼이를 위해서 기도 부탁드릴게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게 최고의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부모는 늘 기대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게
결국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늘 갈등하는 일이지만요.
진실이가 강력히 원하면 부모로써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결국 아이들은 자기의 몫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해요.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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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보조2011.03.01 02:34
진실이에게는 초등학교시절 아픈 기억들이 있어서...그런 이야기 들으면 마음이 아픕니다. 중학교때 그리고 고등학교때도 그리 쉽지는 않았구요,
녀석은 그 아이들이 두번째 날부터 따를 시키자 자기도 상대를 안 하고 말았다고 하는데...참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너무 외모에 치우쳐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섭섭하기도 하고, 또 녀서에게도 문제가 뭔지 물어보고 그 문제를 해결할 노력도 하지 않다니 답답도 하고요.
친구가 된 일본 아이 하나는 그 어머니께서 페이스북에 안부를 묻고 그러더군요. 참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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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용자2011.02.28 20:38 신고
첫 휴가 나온 형민이가 하루 외박하고 안들어 왔을 때는
답글
섭섭하지도 허전하지도 않았는데 막상 귀대하고 나니까
그렇게 속이 썰렁하더라구요.
유민이는 오빠 없다고 울고ㅠㅠ
그래서 오빠는 지금 외박중이라고 이야기 했어요.
진실이가 없는 5개월을 그렇게 보내셨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철들은 진실이가 참 듬직합니다.^^-
주방보조2011.03.01 02:50
그렇잖아도...다섯 다 모여도 하나쯤 부족한듯한데...처음엔 황량그 자체였지요.^^
그런데 세월이 약이란 말이 실감났습니다. ㅎㅎ 녀석이 읽으면 섭섭하겠지만...존재감도 목소리도 차츰 잊혀져 가더라니까요. 페이스북에서 매일 대화를 나눈 탓도 없지는 않겠지만 ...
형민이가 이젠 제법 군인티가 나겠네요.
휴가 나오는 횟수가 늘수록...마음들이 변한다 하더군요^^.
첫 휴가니 유민이도 울만했겠구요. 어쩜 유민이는 일편단심일 수도 있겠네요. 순수한 어린이니까요. ㅎㅎ
사실은 진실이 진짜 철들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다 말할 수도 없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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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된 아이 진실이가 돌아와서 기쁘네요?
답글
역시 가족은 한 자리에 함께 있어야 좋은거 맞아요.
내 딸이 돌아온것처럼 반갑네요 ㅋㅋㅋㅋ-
주방보조2011.03.06 00:35
이제 독립하고 시집가면...다시 이별이겠지요.
매일보던 딸과 가끔보는 딸이 크게 차이가 날 테니까요.
처음에야 섭섭하고 눈물겹겠지만^^...시간이 가면 점점 옅어져 가는 것일테고...
이제 남은 몇년동안 함께 있는 것이니...서서히 다섯아이의 위력도 하나둘빠져나가며 소진되갈 것입니다.
이렇게 쓰고나니...좀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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