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새 각오^^ 남산종주...

주방보조 2011. 3. 3. 06:01

2월28일...

진실이의 귀국과 4학년

새로운 결단이 필요한 나실이

고3이 되는 충신이

원경이의 고등학교 진학

역시 초6이 되는 교신이

그리고 이런 상황 속의 다섯 아이들에게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뭔가 해주고 싶은 아버지가 뭉쳤습니다.

 

어디로 갈까?

아차산,남산타워,경포대,여의도공원,한강,오이도

여러 의견들이 나와서 사다리를 탔습니다.

가위바위보를 하여 1등을 한 진실이가 사다리 번호를 골랐고...결과는 아차산...ㅎㅎㅎ... 제가 제안 한 곳이 당첨되었습니다.

그런데...이미 반 이상 허물어져 버린 아버지의 권위 탓인지 감히 '아차산은 싫어요~' 다섯녀석이 이구동성이 되었습니다.

과거엔 없었던 일^^이었지만 제가 양보하고 원경이의 바램대로 남산에 가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사실 몇년 전에 원경이와 교신이를 데리고 남산 케이블카를 탔을 때, 다시 남산을 오게 되면 걸어서 올라가고 대신 남산타워에 가보자고 했던 오래된 약속도 있었고, (http://blog.daum.net/jncwk/9040799) 오이도나 특히 경포대는 하루가 다 소모되어야하는 고단하고 돈드는 일이라^^ 솔직히 곤란하다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남산에 가자는 말에 모두 즐겁게 동의해 주어서 한편 고맙기도 했습니다.^^

 

12시30분 집을 출발하여 2호선 전철을 타고 시청역에서 내렸습니다.

아직 수리 중인 남대문을 지나 남산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사진은 다섯녀석을 모두 넣어 찍으려고 좀 애를 썼습니다.

 

 새로 만든 공원입구로 보였는데

이 계단을 올라가고 나니 남산르네상스...공사중이었습니다.

 

 

...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예전엔 남산 도서관이었으며

그 당시엔 도서관이 별로 없어서

서대문의 419도서관, 경기고옛터의 정독도서관 그리고 바로 여기 남산도서관이 한때 이 아버지가 놀던 곳이었다는 저의 자세한 설명을 이 놈들은 다 들은척 만척, 목마르다는 요구만 하였고...저는 전철에서 내리며 1회용카드 보증금으로 돌려받은 500원짜리들을 하나씩 도로 주어 음료수를 빼 먹게 해주어야 했습니다. 

 

 

 

남산 정상에 거의 가까이 있는 전망대에서 사진 몇장을 찍었습니다.

저의 머리 위에 올라탄 곰돌이 모자는 원래 교신이가 아기 적에 쓰던 모자입니다.

작년 겨울부터 쓰고 다니는데 제 마음에 꼭 들 뿐 아니라, 눈썰미 좋은 아주머니들의 즐거운 웃음꺼리가 되기도 합니다.

목도리는 나실이가 겨울연가의 욘사마 스타일로 해 준다며 감아주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버터스타일의 그 미남에게나 어울리는 것이었나 봅니다. ㅎㅎ  

 

 

 

 

 

 

남산 꼭대기에 올라서

맨 먼저 저는

교신이와 원경이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남산타워에 둘이 올라갔다 오라고 말했습니다.

좀 겁을 내길래, 진실이를 붙여주었습니다.

어린이 4천원, 청소년 6천원, 성인 8천원...만팔천원이라는 거금을 마치 하나도 안 아까운 듯이 내주고

저와 나실이 충신이 셋은 남산타워 곁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500원짜리 동전넣고 보는 망원경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으로 2만4천원을 절약하였습니다.

남산타워에 올라가니 볼 것도 없었다며, 돈이 너무 아깝다며 투덜거리는 세 녀석의 건진 것은 이 사진 정도입니다.^^  

 

 

남산타워 곁에 마련된 전망대는 매우 훌륭했습니다. 난간에 수만개는 족히 넘을 자물쇠들이 ...얼마나 못 믿을 것이 작금의 사랑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라도 하듯 빼곡히 달라붙어 있었으며

가운데가 푹 꺼진 의자는 다섯 녀석의 키높이를 똑같게 보이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망원경도 성능이 꽤 좋았고, 주변 경관도 저 멀리 구리시의 한강에서부터 김포의 한강까지를 거의 다 볼 수 있었습니다.

 

 

 

 

 

 

팔각정에서

마지막 남산 정복의 인증샷을 마치고

우리는 남산종주를 위해^^

올라오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내려갔습니다. 남산 순환버스(요금 7백원?)가 아주 잠간 유혹을 했지만 가볍게 물리치고

옛 중정건물, 육영수여사가 피살되셨던 국립극장, 장충공원 쪽 길로 내려왔습니다. (사진은 교신이가 동영상모드로 바꿔놓은 것을 모르고 찍어서 내려가는 사진들이 별로 없습니다.)

  

 

 

 

 

 

 

...

 

배고프다는 아우성에

우리는

장충체육관 4거리 근방 어느 허름한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시켜 먹었으며

저는 또 거기에다 1만원짜리 탕수육을 추가해 주어야 했습니다. 쿨한 아버지가 되고 싶어서 말입니다.

 

동대문 운동장역...

넘버1이 나타나길 기다리며

아이들은 피곤한 몸을 4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구석진 곳에 웅크려 앉아 쉬었습니다.

만보계를 확인하고 '겨우 1만3천5백보 정도야, 엄살 부리지말아'...라는 제 말에

이 똘똘한 아이들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하고 평지를 걷는 것하고 단순비교를 하시면 안 되지요'...하며 따졌습니다.

  

 

 

...

 

칠스트레일리아 7식구가 모두 만나

2호선 전철을 함께 타고 건대입구역에서 내려

잠실 이마트 푸드코트에 가서 넘버1에게도 자장면을 사 드시게 하고

 

마침내..."자장면으로 하나된 우리"가 되었습니다.

 

...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입니다.

일년에 네번정도 새로운 각오를 할 수 있잖습니까? 

1월1일

설날

그리고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1일

마지막으로

예수쟁이들은 ...부활절...까지. 

 

...

 

충신이는 오후 6시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독서실로 향했습니다.

그놈이

공부를 했는지, 잠을 잤는지, 소설책을 읽었는지, 축구를 했는지는...오직 그놈과 하나님만이 아실 일입니다만

 

이 어리석은 아비는

새각오 남산종주가...녀석에게 공부할 마음을 준 것이리라 희망을 품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래...부활절이 아직 남아 있으니...혹 놀았어도 아직은 괜찮다...그런 생각까지 하면서 말이지요. ㅎㅎㅎ

 

 

 

 

 

  • malmiama2011.03.03 18:34 신고

    자전거 타기...걷기...이 다음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엔,
    좋은 추억과 함께 단련된 두 다리로 말미암아
    아빠에게 감사 할 겁니다.

    이제 5남매 중 꼬맹이는 없군요.^^

    답글
    • 주방보조2011.03.03 23:37

      그런셈이네요. 교신이가 이미 진실이와 원경이보다 키가 더 커졌고, 나실이도 몇달후면 곧 교신이에게 밀릴 형편이니까요.

      자전거든 걷기든 다 불편한 동행이지요.
      주변 친구들이 해외를 들락날락할 때 ... 안장통이나 발바닥물집이 주는 고통을 생각하면 짜증도 날 것이구요.
      엑센트라도 있을 때엔 강릉도 제법 자주 갔었는데...저는 좀 많이 미안하답니다.

      ㅎㅎ...충신이가 나중에 자기 꼭 닮은 아들녀석에게 저런 추억이 기억나서 한번 하려고 하다 큰코다칠 것을 생각하면 좀 꼬숩기도 하구요^^

  • 김순옥2011.03.05 20:28 신고

    충신이의 기럭지에 감탄을 보냅니다.
    다른 풍경이 필요없는, 다섯아이들로 아름다움이 연출되는 그림입니다.
    건강하게 자라준 것만으로도, 웃음가득으로 부모님 앞에 포즈를 취해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도 남는다는 증겨이기도 하네요.
    기껏해야 두 아이들이어도 한 자리에 모이는 것도 힘들고
    포즈를 취해주는 것은 기대하기도 힘들다는 게 참 슬프네요.
    어찌보면 각각 자기의 몫을 다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모습으로
    가족의 굴레를 지켜간다는 느낌이랄까요?

    지난 몇 년 간의 시간을 공유하면서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참 행복합니다.
    진실이도 나실이도 결혼을 하고 또 아기도 낳고...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답글
    • 주방보조2011.03.06 00:48

      이것이 마지막일지모른다는 제 이야기에 아이들이 공감했던 듯 합니다.
      고3이니 충신이는 올해 함께 못할 것이고
      올2학기때 진실 나실은 소망이...워킹가는 것이고...워킹 후에 나실이는 교환학생도 가고 싶어하고(이루어질지 모르지만) 그리고 나면 취직 결혼,...저는 또 몇년후 건강을 자신할 수 없고...충신이 군대...등등

      정말 앞으로 이런 기회가 몇번은 더 있겠지만...쉽진 않겠다 생각했거든요
      간만에 고3되는 충신이가 투덜거리지 않아서 좋았구요, 숏다리 진실이도 열심히 오르내려줘서 고마웠던 즐거운 산보였습니다.

      한얼이나 한빛이나 두분 부모님이나...모두 시간을 쪼개어 사용하시는 분들이니...모두 함께 한가함을 즐기기는 쉬운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은 드는군요. ^^ 그래도 모든 면에서 멋진 가족이잖습니까? 우리는 겨우 이런 사진정도를 가진 것이 다 인데요.

      ...

      그리고...진실 나실 결혼...생각만 해도 머리가 띵~ 아픕니다. 알아서해라 제발~~하고 있습니다.

    • 김순옥2011.03.06 10:50 신고

      가족이 하나가 되기는 쉽지 않은데 오늘은 한빛이가 웬일인지 아빠랑 산에 갔답니다.
      어제 둘이서 약속을 한 사항인가 봅니다. 가족 모두가 가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평소 아빠랑 교감을 많이 못하는 한빛이가 좋은 경험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마 엠피쓰리가 방해가 되긴 할테지만요.
      요즘은 남녀의 구별없이 대학시절에 많은 경험을 하고 시야를 넓히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진실이와 나실이가 너무 밀착되는 것도 저희 언니딸들 경험으로 보면 큰 도움은 안 되지만
      그래도 서로 믿고 의지가 되는 면에서 협력자가 되리라 생각해요.
      충신이도 아마 멋지게 자기가 추구하는 목표대로 진학을 하리라 믿습니다.

      활동범위가 넓다보니 결혼이 늦어지는 것도 현실이긴 하지만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데 주체가 되어 꾸려가는 것도 멋진 게 아닐까 싶어요.

    • 주방보조2011.03.06 15:39

      동해바다갈적에
      버스에서 충신이와 둘이 앉게 되었는데...녀석이 귀에 그 MP3를 꼽고 내내 딴 짓만 하고 있는 데...열불이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참다참다 대관령 넘어갈 때즈음...여행을 함께 할 때 혼자 그렇게 노래듣고 앉아 있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나무랐더랫습니다.
      한빛이야...똑똑한 아이이니...충신이같지 않겠지요.
      부자유친...이것이 참 중요한데, 저는 절반은 실패중입니다.

      저는 빨리 결혼하라고 하는 입장입니다.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하는 것이며
      비슷한 사람 만나서 서로 만들어 가는 것이어야 좋으니...서로 좋아서 결혼할 것이면 난 누구라도 반대않겠다고 큰소리치고 말이지요.ㅎㅎㅎ

      시중에 나도는 몇천만원이나 하는 결혼비용엔 바보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해결책도 없는 막연한 걱정도 피하진 못합니다. 빨랑 취직해서 돈 모아서 네가 알아서 결혼해라...이게 우리가 가진 유일한 정답이지요.

  • 잔느2011.03.05 23:10 신고

    남산 이야기에 저의 어린시절 아련한 추억까지 떠올라 즐거웠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어린 4남매를 데리고 남산에 자주 가셨어요.
    케이블카는 한 번도 못타봤고요.
    넓고 긴 계단을 헉헉대며 올라 팔각정까지 이어지는 길고 긴 돌계단을 또 수없이 올랐던 기억
    엄마가 싸주신 김밥이 그래서 더 맛있었던 기억..
    네 남매를 데리고 남자 혼자 남산에 오면 주위에 아줌마들이 꼭 우리 곁을 흘끔거리며
    엄만 안계시니? 라고 직접적으로 묻기까지 했던 기억~~ ㅎㅎ
    전망대에도 한 번도 못올라 봤어요.
    별로 넉넉지 못한 형편이어서 늘.. 기다란 전망대를 아쉬운 눈길로 바라만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갔을때
    그렇게 동경하던 전망대였는데 솔직히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글에 쓰신대로 맑은날이면 멀리까지 보이는 서울 풍경이 멋지게 보이기도 했답니다.

    틀림없이 독수리 오남매에게도 오래도록 영원히 기억에 콕 박혀 잊혀지지 않을
    남산행이었을것임을 확신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1.03.06 00:55

      많이 바뀐 듯 해도...남산은 수십년전이나 지금이나 기본이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초등학교시절 케이블카를 타본 기억과 몇년전 타본 기억이 똑같으며
      남산도서실도, 그 앞에 분수도 여전하고, 올라가는 계단들도 재질만 바뀌었을 뿐 같은 코스구요.

      저는 대학생시절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그 산을 자주 넘어다녔었습니다.
      종로에서 만나 명동을 지나 남산을 넘어 장충체육관을 거쳐 왕십리에서...헤어지던 코스였지요.
      돈이 별로 없으니...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좀 특이했던 것도 사실이었지요.

      저희가 하나 더 많은 것 말고는 비슷한 상황이었네요^^
      시간을 초월하여 두 가족이 거기서 만난다면...참 재미 있었겠는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