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말에 친 수학경시대회 점수가 매우 놀라운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교신이에게 수학을 강조했었습니다.
다른 공부는 다 그만두고라도 수학은 해야한다, 왜냐하면 뒤떨어지면 따라가기 가장 힘든 과목이니까...라고 강조하면서요.
그래서
우리 교신이는 앉으나 서나 수학, 들어가나 나가나 수학, 아침부터 밤까지 수학...을 강요받았고, 녀석도 수학문제집만 들고 딸랑거리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교신이를 압박한 사람은 주로...
제가 절대로 아니고^^ 마눌이십니다.
책 한권 전과면 충분하다는 제 의견은 아내의 막내사랑에 날아가 버렸습니다.
초등학교때는 놀게 해도 된다는 제 교육철학은 위 세녀석의 실패 탓으로 무시당하기 일쑤였습니다.
마음이 중요하지 환경이 무슨 문제냐는 제 경험담은 특별한 경우를 일반화하는 어리석음으로 치부되었습니다.
엄마가 자기를 얼마나 끔찍하게 아끼는 지 아는 교신이
게다가 전교부회장이라는 감투가 창피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주었을 것이고
이미 내년 전교회장 선거 연설문까지 일기장에 써 놓았다는(마눌이 알려주어 알게 된 일이지만) 녀석의 야망에 걸림돌이 없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스스로 있었을 터이니 녀석도 잘하고 싶었을 것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마눌이야 학원도 보내고 가능하면 독선생도 붙여주고 싶었겠지만, 그래도 그것은 너무 지나치게 우리집안의 균형을 허무는 일이 될 것을 아시는지 거기까지는 나가지 않고 가끔이나마 인터넷에 여기가 좋고 저기가 좋고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보라는 호소를 녀석이 그럭저럭 순종하기도 꼴도 보여 주었습니다.
문제는 우리 교신이가 가지고 있는 자존심이라는 놈인데
이 녀석의 자존심은 학문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물어본다는 것'을 실종한 자존심
모르는 것 있음 물어봐
예
모르는 것 없어?
아직은요
공부 안 하는 것 아냐? 공부하면 모르는 게 분명 있어야 하는데...
공부하고 있어요
부디 지난번 같은 비극은 없도록 해라
알았어요
그런 중에도
교신이는 축구부로 왔다 갔다 수업을 빼먹으며 매주 두번씩이나 리그전을 치뤘었습니다.
마침내는 주일에조차 경기에 나가는 일이 생겨 ... 저도 반대했고 녀석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 있어 그만두었지만 밀입니다.
또...아주 유치한 스캔들도 하나 치루어 내었고
피아노도 꾸준히 제 방식을 잘 따라주어^^ 마침내 체르니30번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에 시험을 쳤습니다. 100점 맞은 것도 있고 95점 맞은 것도 있으나 그보다 못한 것도 있고 그리고...
그리고 안타깝게도 수학은 3개나 틀린 것입니다. ㅋ...
거봐라, 물어보지 않더니 3개를 틀렸구나.
그러게요
뭘 틀렸는데?
점대칭이동하는 것을 선대칭으로 깜빡 착각해서 하나 틀렸구요, 나머지는 모르겠어요.
시험지가 없어?
예, 선생님이 시험지는 안 나누어 주시고 성적만 가르쳐 주셨어요
ㅎㅎ...저와 이야기하던 여기까지는 좋았지요. 왜냐하면 저는 앞으로 교신이는 자존심만 좀 꺽고 물어보는 학생이 된다면 잘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요.
잠간 교신이를 혼자 놔 두고
딸들 집에 갔다가 가게 들러 뭘 좀 사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그 사이 집안 분위기가 영 묘하게 변해 있는 것입니다.
퇴근한 마눌님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 계셨습니다.
의중이도 100점 맞고 경호도 100점 맞았다는데 85점이라니...도대체 무슨 공부를 한 건지 ...온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면서 계속 거친 호흡의 분노어린 나무람이 게속되었고
그리고는 제게도 화살을 날려 대셨습니다.
구몬이라도 시키자 했었죠? 집안이 지저분하니 공부가 되겠어요? 티비좀 보지 마세요. 그리고 이것 좀 읽어 보세욧!!!
마눌님이 제게 들이댄 인쇄물은 막 뽑아 낸 문서였는데
우등생과 열등생의 집안 분위기라는 글이었습니다.
...다음에 계속^^
-
우등생 집안 분위기 아닌가요?
답글
인생 가산점은
수학 100점보다 체르니 30번과 운동 열심이 훨씬 높을텐데요.^^
전교회장이든 부회장이든 성적만 좋다고 되는 건 아닐테고,
성적도 좋으면...이겠습니다. 앞으로의 진로도. -
세개나 틀렸다고요?
답글
1번 집합부터 찍어서(풀어서가 아니라) 세개나 맞춘 사람이 여기 있는데...
몇 문제 중에서냐고요?
10문제도 아니고 기본 25문항 중에서... ^^*
점수로 환산하면?
수학 85점이라고 하는 것은 제겐...
어떨 때는 주방보조님 댁 분위기가 많이 부럽더라니만,
크~ 하늘 아버지께서 저를 주방보조님 댁에서 태어나지 않게 하신 것이 참말로 다행이네요.
여튼 이 땅을 살면서 수학이 중요하다는 가히 진리급 정의는 인정합니다.
저는 점대칭, 선대칭 하는 것은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저는 수학도 아닌 셈본, 산수의 나누기부터 꼬이기 시작했으니까요~
여튼 수학 못하면 저같이 되더라 하는 결과에 도달하고 보니...
교신군에게 저도 부모님 옆에 서서 쬐고만 소리로라도 "수학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고는 싶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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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보조2010.12.02 17:53
노력하는 척 한 것에 비해서 잘했다고는 할 수 없구요
그리 못했다고도 생각 들지는 않는데...힘든 직장생할 중에도 막내에게 미력하나마 정성을 들인 마눌입장에선 영 마땅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세상엔 수학필요없는 분야도 많지요. 영어필요없는 분야도 많고...
컴퓨터를 잘하려면? 영어 수학을 잘해야 한다.
국문과에 들어가려면? 영어 수학을 잘해야 한다.
심지어 정치를 잘 하려면? 영어 수학을 잘해야 한다....정말 웃지지요?
그래도 우리나라 돌아가는 메카니즘이 그러니...학교 다닐동안엔 그렇게 노력은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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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이들에 늘 제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답글
시험을 잘 치루면 시험이 쉬었나 보다,
그 반대면 일방적으로 어쩌구저쩌구...
열심히 했고 결과는 늘 바뀔 수도 있으니까 격려가 더 큰 힘이 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내 자식이 아닌 쪽에 여유롭다는 것 인정합니다만, 좀더 객과적인 판단도 서구요.
피아노에 축구까지...충분히 제 몫을 잘하고 있는 교신이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교신이는 앞으로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는 시간도 여력도 있을테니까요.-
주방보조2010.12.03 08:49
맞습니다.
공부할 때는 좀 다그치더라도, 시험 결과에 대하여는 그리 다그칠 것이 없다 생각합니다.
공부한 결과에 불과한 것이니까요.
반성하고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고...
어제 답안지를 가지고 왔는데 보니...다 덜렁거린 탓이더군요. 문제를 끝까지 안 읽고, 그래서 틀린 것들.
교신이 편들어 주셔서...고맙습니다. ㅎㅎ 저도 녀석이 앞으로 잘 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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