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실한 네째 원경이는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제가 '오늘은 공부 그만 하고 놀자'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아이입니다.^^
그렇다고 최상층의 성적을 보이진 않지만 내년부터는 괄목상대라 할만큼 발전할 것을 저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위 세 녀석은 그런 면에서는 이미 검증이 끝났고...다섯째 교신이는 초등학생이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난번 5학년 전교부회장이 되고 마눌님이 부쩍 신경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창피하면 안 된다는 입장에서요^^
음...살펴보면 역시 이녀석도 아직은^^ '오늘은 공부 그만 하고 놀자'라는 말을 하기에는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모르지요. 중학생이 되면 좋아질 것같긴 합니다만...
여하튼...
원경이는 그렇게 착실하니 당연히 사교육 없이도 조금씩 성적이 오르고 있습니다.
1학년보다 2학년이...2학년 보다 3학년이 성적이 조금씩이나마 향상되고 있습니다. 약25%에서 시작해서 15%까지, 다시 말해 중학교 3년 동안 100등 밖에서 100등 안으로 자연스럽게 진입하였습니다. 문제였던 영어 수학 중에서 영어는 좀 나아졌고, 수학은 노력중^^이구요. 나머지들은 전교10%안에 넉넉히 드는 과목들이지요.
소심쟁이인 제가 앞으로도 성적이 오를 것이란 예언을 감히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원경이가 공부의 3박자를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정직, 성실, 건강... 딱 한가지 약점을 지적한다면, 동방신기, 그중에서도 시아준수의 팬이라는 것 정도?ㅎㅎ
그런 원경이와 지난9월경에 약속을 하였습니다.
"이번 학기 평균 90점이 넘으면 연세대학교를 구경시켜주고, 평균95점이 넘으면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를 다 구경시켜주겠다."
다른 녀석들 같으면 뭐야~맛있는 것이나 사 주시지~할텐데, 원경이는 씩 웃으면서 '좋아요'^^하고 받아들여 주었었습니다.
예전같다면 남자인 제가 이대에 들어가는데 심각한 지장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미 반백의 늙은이가 되었으니, 잡역부아저씨 정도로 보고 통과시켜 주겠지 그런 생각과 원경이가 평균 95점을 넘기에는 수학의 벽이 어느정도 있다는 점도 고려된 약속이었습니다.
그리고 9월말과 11월 중순에 중간고사와 학기말고사를 치루었습니다.
우리나라 중3들의 특성상 특목고진학하는 아이들을 위해 3학년2학기는 약 한달 텀으로 중간고사와 학기말 고사를 해 치웁니다. 그리고는 수업일수 채우기 위해 몇몇 선생님 빼고는 자습을 시키거나 비디오나 틀어주거나 하는 식으로 시간들을 때워 나가지요. 이런 문제점을 학부모들이 왜 가만히 보고만 있는지 참 이상한 일입니다. 아마 극성맞게 그런 문제를 시비거는 학부모들은 대부분 아이들을 특목고로 진학시키기 때문이리라...추측할 뿐이지요. 소수의 학생들을 위해 기꺼이 다수를 희생시키는 교육이 교육인가...참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ㅎㅎ...좀 삼천포로 빠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치룬 원경이의 시험 결과는 지난 수요일에 나왔습니다.
하나는 보관용이고 다른 하나는 제 도장을 찍어 제출해야 되는 것이라면서 한숨과 함께 '죄송해요'란 말을 곁들여 내놓았습니다.
슬쩍 옆에서 성적표를 본 나실이 왈... 중3 2학기는 다 성적이 올라가게 되어 있어요~거들었습니다만
그리 성적이 올라보이질 않았습니다.
역시 수학이 조금 점수를 깎아먹었고...과학이 무척 깎아먹었더군요.
왜 과학공부를 안 했어?
예... 좀 소홀했나봐요.
수학은 여전히 문제로구나. 그렇지?
예...
나머지는 다 괜찮고. 됐다.
그럼 약속을 지켜주시는 거죠? 90점은 넘었잖아요. ㅎㅎ
알았다. 14.326%
와~...
...
어제 저녁에 놀토인 오늘 그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 원경이에게
어차피 공부도 안하고 버틸 오빠도 데리고 같이 가자 하였더니
원경이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저를 타일렀습니다.^^
오빠 학기말 고사가 12월1일부터인데 ... 오빠는 같이 가자하면 공부하기 싫어서라도 가려하겠지만... 그건 포기하는 모습이라나요.
자기가 기다리겠답니다. 오빠 학기말 시험 끝나면 같이 가는 것으로...
그래서 기특하여 한가지 제안을 더 하였습니다.
그럼 우리 그 날 자전거 타고 가자. 그러면 연대,이대,서강대뿐 아니라 홍익대도 구경시켜줄께...
난처한 표정의 원경이,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내었습니다.
아빠, 우리 전철 타고 가서 많이 걸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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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기특하고...좋으시겠습니다.^^
답글
어제 유민이가 그러더군요.
"~(누구)엄마가 나보고 학원 어디 다니냐고 묻길래 안다닌다고 했더니 놀라는 표정이었어요!"
덧붙여~~
"우리 반...**는 6군데 학원 다닌데요!"
제가 말했습니다.
....엄마,아빠 다 초등학교 땐 학원 다니지 않고 공부 잘했는데..유민인 엄마 아빠를 닮았으니까 잘할 거야!"
....책 읽는 거 좋아하는 게 참 이뻐...유민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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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원경이에게 동지애를 느껴요. 저도 요즘 토지를 읽고 있어요. 임신 중에 느글거리는 속 가라앉히고 또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그동안 소홀했던 독서에 몰입했었거든요. 요즘은 짬이 안나서 조금 힘들지만 한동안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읽느라고 쉬었던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2부 3권 읽고 있답니다. 원경이는 몇 권째 읽고 있나요? ^^ 성실한 원경이.. 토지를 완독할 수 있겠죠? 학원을 안보내는데도 그 정도 성적이라니 정말 기특하고 대견하고..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소신있게 교육하시는 모습도 존경스럽고요. 저도 끝까지 그럴 수 있을지.. 벌써 주변에 휩쓸려서 결국은 수학 학습지 시작하고 말았으니깐요 ^^;;; 원경이에게 부러운게 뭔 줄 아세요? 저도 부모님에게 그런 기대를 드리는 딸이 되지 못한 것이랍니다. 잘 나가다가 너무 일찍 좌절하고 말아서(중3때)... ㅜㅜ 원경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는 착실한 딸 되길 기도합니다~~
답글-
주방보조2010.11.29 07:33
원경이는 학생용토지를 읽고 있어요. 13권중에 11권을 읽었다더군요.
ㅎㅎ...저는 며칠전에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란 책을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강추^^입니다.
제가 아이들이 많은 편인데 말이죠, 자식이란 것이 그렇더군요.
어제 교회에서 우리 식구가 모였는데 딸랑 4명이었습니다. 진실은 일본가고, 나실은 토익시험보러가고, 충신은 다른 교회 다니고...이쁜 두 놈이 있어도 허전하고 가슴이 뻥 뚫린 것같았어요.
부모에게 자식은...뭘 잘 해서 효도하는 것보다는...함께 있어주는 것이 효도다 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는 중이랍니다. 공부 잘해봐야 사실^^ 자기에게 좋은 것이지요. 늙으신 부모님에겐 자주 함께 있어 드리는 것이 '잘나가는 것'보다 만배는 더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의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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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이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답글
이쁜 딸은 이쁜 짓만 하는군요.
스스로 열심히 해서 그정도의 성적이라면 훌륭하지요.
저는 수없는 잔소리와 때로는 과외선생노릇까지 하면서 중학교까지 버텼거든요.
여자아이라서 아마 수학이 어려울거라 생각해요.
한빛이의 경험으로라면 수학은 많은 문제를 푸는 것 이상의 길을 없다 싶어요.
물론 과외나 학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도 깊이 파고들지는 않으니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떨어지는데 좋아는 하고, 성적도 그만하구요.
아직도 게임이 즐겁고 노력도 부족하니 어중간한 성적이라서 걱정이지만요.
과학은 무척 싫어하니 2학년이 되어 해방되는 게 목표구요.
이대라면 완전히 저희 구역이고 연대든 서강대든 홍대는 모두 저희 생활권인데
오시거든 연락이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
12월이면 언제나 집에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미리 글이라도 남겨주시면
아이들을 만나 떡볶이라도 사주고 싶은데...
다시 한 번 원경이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고등학교에 가서 자기 실력 뽐낼 원경이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주방보조2010.11.29 07:44
제가 움직이는 것이 너무 즉흥적이라 미리 연락을 드리는 것이 힘들 것같습니다.
연대나 이대근처에 싸고^^맛있는 가게나 좀 소개해 주십시오.^^ 예전엔 연대 앞 홍콩반점이 단골이었는데...ㅎㅎ 그리고 이대앞 애플이라는 카페2층이 난생처음 미팅을 한 곳이구요...다 없어졌겠죠.
힌빛이...학원과외없이 잘 해나가는 것, 원경이도 잘 따라 가기를 저도 기대합니다.
공부란 자고로...스스로 하는 녀석들의 몫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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