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야자에서 일찍 돌아온 충신과 밤늦은 이마트장보기를 하였습니다.
녀석이 제게 3천원을 빚진 것이 있어서 6번은 제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가 있기 때문에 짐군으로 봉사를 명했거든요.
이번이 두번째이니 빚이 2천원으로 줄게 되는 것이지요.
가는 도중 내내 우리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비인 저는 '시작이 반이다' '지금도 늦지 않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다' '수학이 중요하다' 해 가며 종달새처럼 지저귀고, 아들은 부엉이처럼 울었지요.^^
그러다 문득 페이스북에 메국에 들어가는 사촌누나에게 '나도 10년안에 메국에 가겠다'고 써 놓은 글이 생각나서
너 메국에 가고 싶니?하고 물어봄으로 색다른 주제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너 메국에 가고 싶니?
네
왜?
그냥 가고 싶어요.
어떻게 가려고?
대학마치고 군대갔다와서 곧바로 떠날 생각이에요.
아니 어떻게 가려느냐고?
비행기 타고 가지요
아니 그런거 말고
음...공부하러 갈 수는 없을 것같고, 일자리나 알아보고 그러지요.
아예 살려고?
그럼 안 돼요?
안 될 것 없지
고모한테가서 좀 있다가...
정착하는 것은 고모가 도와주기 힘든 것일텐데
제 힘으로 해야지요.
어떻게?
아직 모르겠어요
그리고는 우리는 감자, 냉면, 과자, 우유, 두부, 나랑드사이다, 요구르트, 잡뼈, 두유, 등등을 샀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짐짓 물었지요.
근데 너 메국에 가면 안 돌아올거야?
그럴것 같아요.
그럼 넌 여기 사는 늙은 아빠나 엄마는 안 돌보고?
누나들이 있잖아요.
얌마 그래도 네가 장남이잖아?
전 제가 장남이다 그런 것 생각 안 해요.
그래도 장남은 장남이잖아
똑같은 거지요 뭐,
그래도 좀 비겁한 거 아냐?
거기서도 잘 해 드리면 되지요
어떻게?
일단 돈을 많이 벌게 되어 여유가 생기면 용돈을 많이 보내드릴께요.
그럼, 돈을 적게 벌어 여유가 없으면 ?
힘들겠지요.
그래, 아빠는 너 메국가기전에 일찍 죽는다 치고 홀로 남은 네 엄마는 네가 무척 보고싶을텐데?
다른 형제들이 있잖아요.
다 너같으면 어떻게 하지?
그럴리가요
알았다, 그럴리가 없겠지.
녀석이 무거운 짐수레를 끌고 있었지만, 솔직히 제 마음이 더 무거웠습니다.
말이라도, 아버지 오래 사세요, 자주 나와서 만나뵙지요, 엄마는 제가 모시면 되지요, 제가 제일 잘 하겠습니다....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ㅜㅜ
아직 갈지 못갈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10년 공상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저는 녀석의 마음이 여전히 초등학생의 순수성을 가지고 있다...순진해서 그런거다...생각하므로 마음을 가볍게 해야 했습니다.
...
그래서 오늘 아침
모두 있는데서 충신이의 발언을 일렀습니다.
충신이는 메국에 가서 안 돌아올 것이고 부모도 안 모신다 하더라...하니
이구동성...헐~, 야~(나실) 오빠~(원경) 형~(교신)...이었고
나실이는 대뜸 말하기를, 엄마 아빠는 제가 모실께요. 하는 것입니다.
좀 난감한 표정의 충신이를 바라보며, 저는 낄낄 웃었습니다. 속으로 '봐라, 요놈아...'그런 기분으로...^^
근데 나실아 너도 결혼하고 살아가려면 힘들텐데 친정부모 모시겠다는 말은 하지마라. 그거 쉬운 일 아니다.
아빠, 제가 결혼 안 하면 되죠 뭐.
저는 소리지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뭣이라고?
결혼을 안 한다고?
차라리 우리가 충신이 구박을 받으며 살테다...!!
-
아이들이야 자기 앞도 잘 모르는데 부모생각을 할 수 있겠나요. 우리가 그렇게 살아 왔던 것 처럼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살겠지요^^
답글 -
이런 대화가 가림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부자관계!
답글
저는 진짜루 부럽습니다. 진심입니다.
"솔직하다"는 말로 넘어가 주기엔 너무하다 싶은 장남의 대답들!
근데, 진짜 '왕솔직'이네요! 그지요?
한 대 쥐어박고도 싶은데, 아니 한 대 쥐어박는 것만으론 도저히 안 될 언사다 싶은데,
어째 배은망덕한 불효자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드는 이유가 뭘까요? ^^*
철없어서 하는 소리라고도 보이지 않구요.
아버지의 질문에 '그 자리'에서, '바로',
이렇게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는 아들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있을까요? 아니 지구상에~
드러나진 언어표현 뒷자리에 자리한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커다란 신뢰!
삐딱하게 대답하고 있는 아들 자신도 모르는 그의 무의식 속에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하는 아버지에 대한 바위같은 믿음이 보입니다.
요리왕님, 아니 주방보조님은
정말 자녀들을 잘 키우고 계신 지혜롭고 어진 아버지이심에 분명합니다.
제 보기엔 저 아들,
앞으로도 부모님 속, 열두 번도 더 뒤집을 것이 명약관화 하지만,
분명 최후까지 부모를 지킬 아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앗! 그만 나가려는데 눈에 딱 들어오는 제목!
답글
클릭해서 들어올 때 보았던 제목과
내용을 다 읽고 나서 눈에 들어오는 제목이 아주 다르네요!
다시보니 이렇게 읽힙니다.
"忠臣과의 대화!"
이에 대비되는 말이 奸臣이겠지요?
충신의 대답에서 간사함이 보이질 않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아직 그 표현이 성숙하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변장한 信義입니다.*-
주방보조2010.11.15 17:49
인생이 참 함정이 많지 않습니까? 이 녀석은 함정마다 걸릴 것같은 그런 걱정을 주는 아들입니다. 메국에 가면 슬럼가나 어슬렁거리다 변을 당할 것같고, 한국에 살면 이 치열한 경쟁속에서 그리 잘 살아남을 것같지 않거든요. 그래서 녀석을 아프리카쪽으로 보면 내전이 많으니 걱정이고, 중국가면 사기를 당할 것이고, 러시아도 마피아가 횡행한다니 살아서 못 돌아올 것같은...
녀석이야 제가 억압하는 독재자로 여겨지겠지요...그래서 메국으로 탈출을 하려는지도 모르고요,
아직도 전두엽이 비정상이라서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고 이기적이고 ...그럴 것입니다.
철이들면...린님 말씀처럼 忠臣이 되겠지만
영 철이 안 들면...蟲辛이 되겠지요.
그래도 솔직하게 말하자면 ...린님의 긍정적시각에 한표던지고싶은 마음 굴뚝이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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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얼이랑 늘 옥신각신 합니다.
답글
"상속해 줄 생각하지 말고 알아서 사세요"
"상속할 돈이 어디있냐? 상속은 하여간에 부양을 해야지..."
"정 부양할 생각이 없으면 호적 파가라, 무료양로원 갈테다"
"결혼하지 않으려면 벌어서 50%만 우리한테 줘라"
"그런 게 어딨어요, 난 뭐 먹고 살라고..."
"혼자 사는데 50%면 충분하지"
..............
어떻게 생각하거나 말거나 믿져야 본전이다 싶어 각인시키는거지요 뭐,
한빛이녀석 돈 벌어서 엄마 좋은 집부터 사주겠다고 하더군요.
말짱 거짓말이라는 것을 누군들 모를라구요.
그래도 믿거니 하는 건 장남은 장남이라는 겁니다.
충신이의 하는 말이 아빠의 의중을 떠본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네요.
시종일관 원경이의 효심이 빛나네요. 나이 들어 결혼하지 않는 자식으로 인한
부모의 노심초사를 알리 만무하지요.
저도 결혼하지 않겠다는 한얼이의 마음을 반신반의 합니다.-
주방보조2010.11.15 18:11
요즘 최고의 뇌물이 취업이라 말하는 지경인데, 졸업하기도 전에 최고의 대기업에 들어간 아들은 효자중 효자이지요. 그것말고도, 말씀 그렇게 안 하셔도 그간 죽 지켜보면...하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듯... 한얼 한빛이 부모님은 건강하게 오래 사시기만 하면 되지 않나요?
충신이는 좀 많이 희한한 아이라^^ 상식적으로는 그렇게 마음을 떠보는 정도의 모략?이 있어야할 나이인데...여전히 초등학교 저학년수준의 순수함이 남아있어요. 아마 진짜 장남 차남 아들 딸 전혀 구분하지 않는 저의 방침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지요. 문제는...저 편리한 방침은 수용하고, 저 불편한 명령은 거역한다는...이중성이지만요.ㅎㅎ
장차...지금같아서는 나실이가 장남노릇을 할 것같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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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충신이...아무리 그래도 서운하셨겠어요. 저도 우리 딸에게 그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는데...결혼하더니 오히려 안그런것 같아요. 뭐 엎드려 절받을생각도 없지만....
답글
형제가 많으니 꼭 제가 안모셔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군요.
아들 믿지 말고 딸 잘키워야 비행기탄다는말 빈말 아니겠어요^^-
주방보조2010.11.15 18:20
형제가 많아서라기보다는 타고나는 것같아요. 다른 형제들과는 좀 다르게 충신이는 이기적 기질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지요^^
저는 마눌에게 혼자살기 힘들면 맏딸하고 사는 거이 좋으리라...농을 던지곤 한답니다.
정이 제일 많은 딸이니까요. 좀 부족한 것은 많아도요.
나실이는 간섭이 많을 것이므로 불편할테고
원경이는 바빠서 재미없을 것같고
두 아들은 ... 며느리들하고 갈등때문에 힘들테니...하고요.
우리 집의 경우...확실히 딸들이 더 낫습니다. 속 썩히는 것도 적고, 정도 많고, 성실하고...
자식 도움없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노년을 살아가는 일이 참 대단한 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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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닙니다2010.11.15 21:13 신고
답글
'참 이스라엘 사람'이라는 칭찬,
그 속에 거짓이나 간사함이 없는 사람...
왜 뜬금없이 예수님께 칭찬 받은 그 한 사람이 떠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기도 모르는 칭찬을 주님이 일방적으로 해주셨지요.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고 이기적이고',
천국이 이와 같은 자들의 것이라는 말씀이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린아이의 미성숙함을 빗댄 말씀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저도 아는데...
오히려 그러하기에 더욱 이 말씀에 힘을 실코 싶습니다.
이세상 어느 곳이 과연 안전지대이겠습니까?
아들을 전용기로 실어 나르고, 보디가드를 붙여주고, 비싼 보험을 들어 보호한다 한들
하늘 아버지께서 지키지 않으시면 허사인 세상 아니겠습니까?
뉴욕의 최고층 빌딩도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세상 아닙니까?
육대주 어디고 간에 인간이 사는 세상치고 위험하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어요.
주방보조님의 댓글은 비단 충신이에게만 적용되는 글이 아닌 것 같습니다.
너무나 와닿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충신같은 순수한 젊은이들을 유혹하며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겠지만,
성경 속 잠언의 스승이요, 아비의 역할을 해주시는 주방보조님이 계시고
무엇보다 충신이의 속을 주목해 보고 계신 하늘 아버지께서 지키시니...
가히 안전지대에서 보호를 받는 충신이라 하겠습니다.
충신이의 전두엽이 비정상인지 몰라도^^*
그런 충신이가 오히려 하늘 아버지 마음엔 쏙 드는 정상은 아닐런지요?
충신이가 되도 않는 말로 표현한 눈에 보이는 그 이상의 진실함과 가능성을 소유한...!
같은 말일지 몰라도 '희한한 아이'라기보다 '보기드문 아이'라 말해주고 싶네요.^^* -
자녀는 부모를 닮기 마련입니다. 층신이 또한 예외가 아닐 겁니다.
답글
다섯 아이 모두에겐 각자 독특한 개성에 더해 알게 모르게 엄마,아빠의 기질,
성품,재능이 많고 적고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분명 잠재 되어 있겠습니다.
정민이와 형민이는 개성만 보였었는데...철이 들고 보니,저와 아내의 모습이 보이던데요.^^
잠재되어 있는 성품이 펌프 밑 우물이라 치면 '철'은 마중물쯤 될 겁니다. -
충신이의 발언이 많이 서운하셨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답글
하지만 모시고 살겠다는 딸이 있어 한편 뿌듯하지 않으세요? ^^
제 막내동생도 하나뿐인 아들이면서 자기가 이다음에 부모님 모시겠단 말 절대 안하더군요.
꼭 남자가 모셔야 되냐고.. 하던데요? ㅎㅎ
요즘 남자들이 그런 생각인데.. 하물며 어린 충신이야 오죽하겠어요.
그래도 언젠간 철들어 부모님! 제가 모실께요~~ 할 날도 오지 않을까요 ㅎㅎㅎ
요즘은 꼭 아들이 부모 모시는 세상도 아닌것 같아요.
저 역시 제가 부모님 모시고 싶단 생각 많이 했었거든요... 이루지는 못했지만 ^^;;
돌아가신 아버지를 내가 한 번이라도 모시고 살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 가끔 합니다.-
주방보조2010.11.19 23:29
서운했지요.^^
그렇지만 부부같이 살 동안은 아이들과 따로 살 것이고
걱정은 저 죽은 뒤에 혼자남은 마눌님인 셈인데...어쨌든 실질적으론 저와 상관없는 일이니, 게다가 20살 넘어 전두엽이 정상이 되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니...하고 생각한답니다.^^
지금상태론...맏아들은 자기 역할을 전혀 할 생각이 없어보여서 다들 기대도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제역할하게되면...감지덕지하라고 그러는 것인지.
저도 제어머니 못 모시고, 누님이 모시고 있는걸요. 할말없는 사람이예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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